[도리를 찾아서], 도리에게 미안했던 13년

2016.07.14
지난 2011년 [니모를 찾아서] 3D 재개봉을 앞두고 영화를 다시 감상하게 된 앤드류 스탠튼 감독은 뒤늦게 죄책감을 느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주인공 말린과 니모 못지않은 인기를 모았던 도리는 건망증이라는 설정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주었고, 작품을 관통하는 명대사까지 부여받으며 ‘주연만큼 빛나는’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도리는 극 중에서 단기기억상실증 때문에 가족과 헤어졌고, 때문에 그의 장애는 결코 가벼이 여기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건망증 때문에 부모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러닝타임이 끝난 후에도 넓디넓은 바다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도리에게 남겨진 숙제였다. 앤드류 스탠튼 감독이 “도리는 계속해서 누군가와 헤어지며 대부분의 인생을 보내고, 외롭게 바다를 떠돌고만 있을 것만 같은 비극적인 캐릭터”([로스앤젤레스 타임즈]]라고 표현한 이유다. [니모를 찾아서]는 훌륭한 작품이지만, 창작자로서 캐릭터에게 가졌던 미안함은 13년 만의 속편으로 이어졌다.

늦게 도착한 감독의 미안함에서 시작된 [도리를 찾아서] 프로젝트가 장애에 관한 다소 진지한 이야기가 된 것은 필연적이다. 이 영화에는 한쪽 지느러미가 상대적으로 작은 니모와 단기기억상실증을 갖고 있는 도리뿐만 아니라 다리가 7개인 문어, 심한 근시를 안고 있는 고래상어 등 온갖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소재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 단지 장애를 그들의 비극적인 한계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행크가 다리가 하나 모자라다는 설정은 문어의 다리가 7개일 때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임을 구현하기 가장 안정적이라는 기술 스태프들의 계산과 맞아 떨어지며 카체이싱을 비롯한 각종 액션 장면에서 빛을 발했다. 도리는 방금 본 것을 까먹는 대신 그만큼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말린은 “나는 전혀 생각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해파리를 통과”하는 일을 해내는 그가 근사했다고 말한다. 한치 앞을 못 보는 상어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넓은 바다로 나가야만 하는 의미를 찾고, [도리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각자의 개성을 발휘해 흥미로운 탈출극을 성공시킨다.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닌 해낼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의 방향은, 한계를 지어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본연의 방식으로 넓은 바다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명쾌하게 전달한다.

“도리의 방식으로.” 비단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영화의 구성까지도 도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맞춰진 것은 의미심장하다. 기억을 깜빡하고, 간간이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을 조립하고, 그때그때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하는 도리의 성격은 잦은 플래시백과 짧은 호흡의 이미지와 사건을 반복하는 구성으로 연결된다. 그간 픽사 스튜디오의 시나리오가 많은 스토리 담당 인력의 협업을 통한 모범적인 결과물이었음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산만하고 분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나리오의 호흡은 일부러 감수한 결과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진정성’은 무척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그 마음을 형식적인 측면에까지 녹여낸 것은 단연코 창작자의 진심에 힘을 부여한다. [니모를 찾아서] 당시 바다 속 해조류의 고증이 잘못됐다며 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그래픽 수정을 감행했던 픽사 스튜디오의 스태프들은, [도리를 찾아서]를 만들 때 역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고 장애를 가진 해상 동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며 정해진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픽사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전편에서 인기 있었던 주·조연 캐릭터를 메인으로 내세운 속편을 제작하는 일은 새삼스럽지 않다. [몬스터 대학교]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이었던 설리와 마이크의 대학 시절로 돌아갔고, [카 2]는 전편의 인기 캐릭터였던 메이터에게 좀 더 큰 분량을 할애해 그만의 스토리를 중심에 내세웠다. 하지만 [도리를 찾아서]는 캐릭터에 대한 근본적인 미안함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다른 속편들과는 또 다른 목적성을 가진다. [니모를 찾아서] 이후 13년 동안 발표된 많은 애니메이션들은 완성도는 물론 과거보다 정치적 공정성을 더 면밀하게 검토하고,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더군다나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들이 주인공이었던 [겨울왕국]이나 인종차별을 은유한 [주토피아]가 흥행하는 2010년대의 관객 역시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시 보면 뒤늦게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니모를 찾아서]와 [도리를 찾아서] 사이의 13년이란 공백은, 이 세월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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