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니 토드], ★★★☆ 친절한 토드 씨

2016.07.13
뮤지컬 [스위니 토드]
라이선스 재연│2016.06.21 ~ 10.03│샤롯데씨어터
작사·작곡: 스티븐 손드하임│작: 휴 휠러│연출: 에릭 셰퍼│배우: 조승우·양준모(스위니 토드), 옥주현·전미도(러빗 부인), 서영주(터핀 판사), 윤소호(안소니), 이승원·김성철(토비아스), 이지혜·이지수(조안나)
줄거리: 젊고 재능 있는 이발사 벤자민 바커는 아내 루시와 어린 딸 조안나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루시를 탐한 터핀 판사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멀리 추방을 당한다. 15년 후 벤자민 바커는 스위니 토드로 이름을 바꾸고 젊은 선원 안소니의 도움을 받아 런던으로 돌아와 복수를 계획한다. 그가 살던 집 아래층에서 파이 가게를 운영하는 러빗 부인은 조안나가 터핀 판사의 수양딸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토드에게 전하고 그가 다시 이발관을 열도록 돕는다. 스위니 토드의 광기 어린 복수심은 점점 인간 전체를 향해 번지고 그의 이발소에 발을 들인 자는 살아 나가지 못한다. 러빗 부인은 파이에 정체가 묘연한 새로운 고기를 쓰기 시작하고 가게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는데….

★★★☆ 친절한 토드 씨
‘러빗 부인의 미트 파이 레시피 북’이라 이름 붙여진 [스위니 토드]의 프로그램북은 모두 경어로 쓰였다. 쉬운 단어와 친절한 어미로 프로덕션의 특징과 배우 등을 소개하고, 드물게도 전곡 가사를 함께 실어 ‘난해함’으로 설명되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완성된 작품도 프로그램북만큼 친절하다. 덕분에 독특한 표현 양식으로 유명한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을 누구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이번 프로덕션의 미덕은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작품을 10년 만에 되살려 다음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 있다. 원작이 가진 다양한 장점들은 납작해졌지만.

Direction: 스티븐 손드하임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의 구멍
무엇에 초점을 맞추는가에 따라 같은 재료로도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산업혁명 시기의 런던을 배경으로 인간의 추악한 면을 가감 없이 그린 스릴러라는 재료가 팀 버튼의 손을 거쳐 그로테스크한 영화로 탄생됐다면, 에릭 셰퍼는 ‘스티븐 손드하임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를 만들어냈다. 심플하게 재단된 3단 세트 위로 다면 영상과 다양하게 디자인된 조명이 구체적인 공간을 만들고, 교차편집 방식으로 작곡된 여러 음악들은 분리된 공간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구현됐다.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았고, 음악도 충실하다. 모든 요소가 제 위치에서 기능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빈 듯한 느낌이 든다면 [스위니 토드]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극 중간중간 끊임없이 코러스를 등장시켜 관객이 작품 속 상황을 냉소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직설적인 가사와 여러 인물들의 잔혹한 태도로 인간의 저속성을 연신 비웃지만, 캐릭터와 스토리에 집중한 이번 프로덕션에서 이러한 장치들은 금세 휘발되고 만다.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은 물론, 피렐리와 거지여인까지 모든 캐릭터가 가진 다양한 사회적 함의에도 각 개인에 대한 단편적인 감상에 머무는 것도 그래서다. 조승우와 옥주현이라는 좋은 연결고리에도 불구하고 내내 아쉽게만 느껴지는 이유.


Music: 장면을 연상시키는 음악의 힘
스티븐 손드하임을 단순히 작곡가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의 음악에는 서사의 진행은 물론, 인물의 성격과 상황 묘사, 연기 디렉션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러빗 부인의 수다스러운 성격과 조안나의 신경증적인 면은 수없이 쏟아지는 음표들로 표현되고, ‘The Worst Pies in London’과 ‘God, That’s Good’ 등은 가사와 행동지문이 음악과 결합되면서 구체적인 장면을 그려낸다. 특히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은 서정적인 멜로디에 끔찍한 가사(‘My Friends’)를 얹거나 상황과 정반대의 장르(‘A Little Priest’)를 사용해 관객의 예상을 비틀고, 날카로운 현과 극단적인 고음, 불협화음과 반음으로 극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도 탁월하다. 그중 다양한 인육 파이를 상상하며 부르는 ‘A Little Priest’는 블랙코미디에 능한 스티븐 손드하임의 장기가 돋보이는 곡으로, “선거 때 별미인 정치인 뱃살 파이 / 뻔한 거지 뭐 도둑놈과 사기꾼을 섞은 맛” 등으로 개사한 한국어 버전도 훌륭하다.

Actor: 탄탄한 기본기의 옥주현과 관록의 서영주
음악이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는 [스위니 토드]야말로 뮤지컬배우로서의 장점을 드러내기 좋은 작품으로 올해는 옥주현과 서영주가 단연 돋보인다. 옥주현의 경우 그간 보지 못했던 호들갑스러운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다양한 테크닉으로 음악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는 연기의 70%가량이 음악에서부터 시작되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에 제법 잘 어울린다. 터핀 판사 역의 서영주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집중한 이번 프로덕션의 가장 큰 수혜자다. 그는 중후한 저음, 몸에 꽉 들어맞는 의상과 부담스럽게 세팅된 헤어, 텐션 가득한 걸음걸이와 소름 끼치는 제스처로 터핀의 음흉함을 극대화했고, 덕분에 토드의 복수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는 조안나와 안소니의 사랑까지도 힘을 받게 됐다. 17년 전의 베르테르가 터핀 판사라니 실로 격세지감이 들지만,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만들어낸 연륜만큼은 뛰어넘을 수 없음을 터핀 판사로 증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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