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함부로 애틋하게], 수지가 할 일이 많다

2016.07.13
검사를 꿈꾸는 법대생과 사귀던 중졸 출신의 여자가 남자에게 임신 사실을 숨긴 채 헤어진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의 아이는 성격 나쁘기로 유명한 톱스타가 되고, 그는 고교 시절 티격태격 했던 여자와 재회한다.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신파와 귀여니의 전성기 시절 인터넷 소설을 결합한 듯한 설정. 여기에 남자 주인공 신준영(김우빈)이 1년내 죽을 병에 걸린 ‘시한부’ 설정에, 신준영의 존재를 모르는 그의 아버지 최현준(유오성)이 여주인공 노을(수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개입했다는 ‘부모의 원수’ 설정까지 더해지면, KBS [함부로 애틋하게]는 여러 세대에 걸쳐 사용된 가장 뻔한 설정들로 남녀 주인공에게 가장 비극적인 난관을 설정하는 드라마가 된다. 제목처럼 ‘함부로’까지는 아니라도 뻔한 방법으로 애틋하게 만들려고 한 셈이다.

[함부로 애틋하게]를 집필한 이경희 작가는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머리에 총알이 박힌 남자 주인공을, MBC [고맙습니다]에서는 에이즈에 감염된 어린 딸을 키우는 어머니를 만들어냈다. 이 전작들과 비교하면, [함부로 애틋하게]의 설정은 모난데 하나 없이 뻔하다. 그러나 현실성을 따지기엔 민망할 만큼 뻔한 설정은, [함부로 애틋하게]의 장점 또한 선명하게 보여준다. 겉으로는 차갑지만 반려동물에게 잘 해주는, ‘알고 보면 따뜻한’ 신준영과, 역시 겉으로는 속물처럼 굴지만 사실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노을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온전히 배우의 몫이다. 잠입 취재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다큐멘터리 PD가 수지처럼 투명한 피부를 가지기란 어렵다. 하지만 눈 내리는 도로 위에서 웃는 노을의 얼굴은 그것을 보는 신준영의 감정이 어떨지 설득한다. 신준영이 고교시절 노을의 학교 앞에서 커다란 인형을 들고 와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과거부터 수없이 본 듯하지만, 이른바 두 사람의 ‘케미’는 그들의 감정선을 납득시킨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뻔한 만큼 두 사람의 외모와 ‘케미’를 부각시킬 수 있는 신들을 계속 집어넣고, 이것을 두 스타의 힘으로 납득시킨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1회 시작과 함께 신준영은 이미 합의된 드라마 대본 내용대로 죽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린다. 이것은 [함부로 애틋하게]를 비롯한 요즘 많은 드라마들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신준영 같은 배우는 현실에 없겠지만, 드라마에서 스타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사전제작 돼 중국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동시방영 된다. 드라마 시장에서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한류 시장의 영향력은 막강하고, 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신준영 같은 한류스타의 힘은 절대적이다. 이미 KBS [태양의 후예]가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는 드라마의 조건을 보여줬다. 송중기가 작품의 중심에 있고, 드라마는 그의 멋있는 모습과 상대역 송혜교가 어떤 식으로든 계속 함께 하도록 묶었다. 그리고 [함부로 애틋하게]는 지금까지는 [태양의 후예]의 전투신처럼 제작비를 쏟아 붓는 큰 스케일의 연출이 들어갈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그만큼 배우가 해야 할 일은 늘어나고, 작가의 역할은 이야기의 맥락보다 각각의 신에서 배우의 ‘케미’를 살리는 데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김우빈과 수지의 캐스팅이 전면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작품의 완성도 이전에 정말로 어느 정도 흥행할지가 중요한 드라마일 것이다. 전 세대의 시청자에게 고루 익숙한 설정을 깔아놓은 뒤 스타의 매력으로 드라마에 대한 반응을 끌어내는 드라마는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시그널]처럼 설정 때문에라도 보다 국내 시청자에 집중하는 작품이 아닌 한, [함부로 애틋하게]는 지금 한국 드라마 제작의 기준값이 될 수도 있겠다.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인기를 얻으면서 해외까지 만족시키는데 필요한 스타:작가:(뻔한) 설정의 비율은 무엇인가. 이 비율의 변화와 함께, 작가의 역할도 과거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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