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③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LG, 롯데, KIA

2016.07.12
지난해 모두 가을 야구에서 탈락한 LG 트윈스(이하 LG),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 KIA 타이거즈(이하 KIA), 속칭 ‘엘롯기’ 동맹은 이번 2016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을 야구의 마지막 티켓인 5위 고지에 오르기 위해 치열히 경쟁 중이다. 그래서 ‘엘롯기’ 각각의 팬들에게 5위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에 대한 바람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들이 보내온 건, 철저히 팩트에 기반한 ‘불행 배틀’이었다.

7G라도 사랑한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7월 7일이고 LG는 7위다. 다시 말해 7G. 낯설지 않은 자리다. 2013년, 11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전까지 LG는 7G라고 놀림받아왔다. 그 기간 동안 6위 다섯 번, 7위와 8위 각각 두 번, 5위 한 번을 기록했으니 실은 6G라고 불려야 마땅했는데도 말이다. 어쨌거나 올해 LG는 다시금 7G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말을 하는 내 마음도 편치는 않다. 기사의 기획과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가? 간단하다. 원고 청탁을 받은 게 7월 1일이었기 때문이다. 전날 LG는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고, 나는 아직 승리에 취해 있었다. 지금은 다 깼다. 이어진 3연패를 보고도 여전히 취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속이 상해 술을 어지간히 퍼마신 사람일 것이다. 물론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LG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만약 오지환이 40-40을 달성하고, 정상호가 4할을 넘기고, 우규민이 방어율을 2점대로 끌어내리고, 서상우가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작은 이병규가 부상 없이 남은 경기를 전부 소화하기만 한다면 L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면 이상훈 코치가 현역 복귀하거나. 사랑한다, LG.
글. 금정연(서평가)

아무래도 우주의 기운이 필요해
오늘은 롯데 야구의 희망에 대해 쓰기 부적절한 날이다. 51일 만에 선발로 돌아온 송승준의 퀄리티 스타트가 무참하게, 강민호의 쓰리런 홈런도 소용없이 불펜이 승리를 날렸으니까. 롯데 팬에게는 익숙한 패턴의 패배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손승락과 윤길현을 데려오며 전력을 보강할 때는 잠시 희망에 들뜨기도 했지만 좀처럼 필승을 모르는 롯데의 필승조, 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마무리 투수란 붕어 없는 붕어빵 같은 거였다. 게다가 안정적으로 보였던 선발진도 이미 흔들리고 있는데, 7월 7일 현재 평균자책점 20위 안에 드는 롯데 투수는 레일리뿐이다(이 순위 안에 한 사람의 투수만을 보유한 팀은 KT, 삼성, 한화 같은 하위권들이다. 롯데의 팀 전체 ERA는 8위로, 아래에는 삼성과 한화밖에 없다). 박진형과 박세웅 같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지만 송승준의 부상에 린드블럼은 지난해와 딴판으로 흔들렸다. 젊은 고원준을 내어주고 뜻밖에 노경은을 데려온 구단은 아두치의 대체선수로도 외야수 맥스웰을 영입했다(바보야, 문제는 1루수야!) 그럼에도 롯데가 어쩌다 오른 5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까? 희망을 걸 데가 있다면 역시 맥락 없이, 그리고 쓸데없이 몰아서 터지는 타선일 것이다. 팀 타율만은 두산과 NC에 이어 3위니까. 황재균이 4번 타순에서 폭발력을 발휘한다면, 최준석이 컨디션을 회복해 돌아온다면, KBO 역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끝내기를 때려낸 문규현이 이런 이변을 자주 일으킨다면,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인 김문호가 페이스를 끌어가 준다면, 맥스웰 카드가 성공적이라면, 손아섭이 좀 더 힘을 낸다면… 아아 아무래도 우주의 기운이 조금 필요하다.
글. 황선우([W Korea] 피처 디렉터)

이건 야구가 아니다만
안 본다. 야구 같은 것. 절대 안 본다, 라고 저번 주에 생각했다. 퇴근하기 직전까지도 안 본다. 기아 야구 같은 것 더러워서 버리는 거다, 라고 생각했지만… 스마트폰의 화면은 현재 점수를 알려주고 있었고, 모 팀에게 2:0으로 앞서나간다는 소식이었다. 안 본다. 야구 같은 것. 오늘만 보고 안 본다, 라고 생각을 바꾸고 동영상 중계를 시청한다. 양현종은 호투했고, 이범호는 홈런을 쳤다. 7:0으로 이긴 게임. 선발 투수가 이닝을 막아주고, 타자는 필요한 점수를 뽑는다. 실책과 볼넷을 줄이고, 게임 시간도 단축시킨다. 이렇게 하다가는 롯데와 LG를 제치고 5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KIA의 야구다. 물론, 바라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사회가 아니고, KIA 야구에 있어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보통은 선발 투수는 꾸역꾸역 이닝을 먹다 내려가고 타선은 변비에 시달린다. 결정적 실책이 나오고 불펜 투수는 볼넷 후 적시타를 맞는다. 안 봐야 한다. 야구 같은 것. KIA 야구의 팔 할은 코미디였다. 그리고 다시 전구장 소식을 본다. LG와 롯데는 잘하고 있나…. 이런 것이 왜 궁금한지 모르겠지만, 야구 같은 것은 안 봐야 하건만, 어쩐지 선발 투수가 잘 던지고 득점권에서 안타를 쳐 내는 KIA 야구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리하여 5위 안에 들어 챔피언스필드에서 가을 야구를 하는 KIA 야구를 목격할 것만 같아서, 보고 또 보고야 마는 것이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KIA의 (야구 같지도 않은) 야구를.
글. 서효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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