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걸 그룹 대전, 언니쓰 VS C.I.V.A

2016.07.11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 걸 그룹 ‘언니쓰’의 KBS [뮤직뱅크] 출연에 이어, Mnet [음악의 신 2]에서는 C.I.V.A가 Mnet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했다. 6월 말 컴백한 씨스타와 7월에 컴백하는 원더걸스 같은 쟁쟁한 걸 그룹들 사이에서 벌어진 뜻밖의 걸 그룹 대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걸 그룹 프로듀싱에서 빠질 수 없는 제작자 박진영이 야심 차게 프로듀싱한 걸 그룹 ‘언니쓰’와, 돌아온 이상민을 비롯해 ‘춤신춤왕’ 정진운 등 쟁쟁한 스승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C.I.V.A’의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 것인가!

[프로듀서] 노래에 진심을 담는 박진영 VS “마이더스의 손”을 지닌 이상민
언니쓰
: 단돈 만 원에 언니쓰의 프로듀싱을 계약한 박진영은 가수가 무대에 진심으로 서야 한다는 소신을 가졌다. 박진영은 ‘Tell Me’를 가장 싫어했다던 원더걸스가 10년이 지나 자작곡으로 컴백하자 “탈박 축하”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지만, 막 데뷔하는 언니쓰에게는 “1·2집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며 노래와 안무, 스타일까지 전권을 가지고 참여한다. 그리고 가사나 안무를 외우지 못하는 멤버에게는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혼을 내며 몸소 진정성을 실천한다. 다만 이리저리 핑계를 대는 남자친구에게 ‘Shut Up’을 외치는 노래가 어떤 점에서 언니쓰 멤버들의 삶을 담았는지는, 보는 이들 각자의 해석에 맡겨야 할 듯.

C.I.V.A: 떠오르는 프로듀서인 B1A4의 진영이 드라마 촬영으로 안타깝게 프로듀서 자리에서 하차하면서 디바, 샤크라 등 시대적인 걸 그룹을 성공시킨 명망 있는 프로듀서 이상민이 16년 만에 걸 그룹을 만들게 되었다. MC 해머와의 돈독한 친분을 수없이 강조하는 그는 잘나갔을 때에는 하루에 세 곡씩 만들며 “많이 들어올 때는 한 달에 오천(만 원) 정도”까지 벌었던 천재적인 프로듀서로, 데뷔하는 걸 그룹의 이름을 DIVA에서 한 걸음 앞서기 위해 C.I.V.A로 지은 데서부터 여전히 살아 있는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런 그가 심장을 두드리는 가이 포크스와 청각을 마비시키는 세바스찬 바흐를 느끼며 프로듀싱한 C.I.V.A는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도 녹슬지 않은 감각을 증명해냈다.

[포지션] 각양각색 ‘언니’들의 조화 VS 원탑 이수민과 아이들
언니쓰
: 안무부터 노래까지 시키는 대로 척척 해내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작 랩까지 써 오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 JYP의 애제자 라미란이 실질적 센터를 맡고 있다. [뮤직뱅크]의 ‘Shut Up’ 무대에서도 라미란은 갓 데뷔한 걸 그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여유로운 표정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카메라를 비롯한 대중의 시선을 강탈했다. 여기에 센터를 지키는 꿈 계주 민효린이 ‘비주얼 센터’를 맡으며 언니쓰의 두 기둥을 완성한다. [뮤직뱅크]의 카메라 역시 엔딩 포즈에서만큼은 가운데에 서 있는 민효린을 클로즈업했을 정도. 그룹에서 가장 어리지만 리더를 맡은 티파니는 걸 그룹 10년 차의 경험으로 언니들 중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춤과 노래 실력으로 ‘고음셔틀’과 ‘막내온탑’을 맡았다. 뮤직비디오에서 봉춤을 추며 ‘미국 바텐더’라는 콘셉트에 완벽히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 준 ‘미국 언니’ 담당 제시는 다른 멤버들에게서 부족한 듯한 섹시함을 넘치도록 채운다. 그리고 압도적인 키와 기린 같은 존재감을 자랑하는 홍진경은 그룹의 막대기 멤버가 되며 위기에 처했지만, 넘치는 흥과 열정으로 자신의 분량을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이토록 개성 강한 멤버들을 맏언니 김숙이 골고루 다독이면서, 언니쓰를 하나의 그룹으로 완성시킨다.

C.I.V.A: 다양한 멤버들을 한데 모은 언니쓰와 달리 C.I.V.A는 “LTE의 공주” 이수민을 핵심으로 하는 그룹이다. 이수민이 본인의 강력한 의지로 C.I.V.A의 리더이자 메인보컬, 댄스머신까지 맡고 있다. 그는 바퀴벌레 춤과 학춤을 마스터했으며, 노래로는 가성과 반가성, 두성과 흉성을 자유로이 전환하는 돌고래 소리를 가졌고, “조명을 협박하고 공기를 협박하며” 기선을 제압하는 랩 실력까지 갖춘 명실상부한 센터다. 이토록 뛰어난 리더이자 메인보컬이자 센터가 노래, 춤, 랩을 모두 가져간 후 김소희는 덕후몰이 담당, 윤채경은 구설수 담당을 맡았다. 김소희는 종종 “띠드버거 사주세요” 같은 애교를 방출하며 “개미지옥의 맛”을 십분 선보이지만, 구설수 담당인 윤채경은 매니저 백영광부터 대표 이상민까지 다른 이들이 [음악의 신]의 구설수를 만들어내면서 딱히 할 일이 없어진 듯하다. 리더이자 메인보컬이자 센터 이수민의 큰 눈에 제압당한 김소희와 윤채경의 다크 서클은 나날이 깊어간다. 하지만 [엠카운트다운] 무대에서만큼은 셋 다 환하게 웃으며 노래하니, 아마도 화목한 사이일 것이다.


[노래] 딱 봐도 JYP식 VS 가만 보면 I.O.I 디스
언니쓰
: ‘Shut Up’은 과거 박진영과 유건형이 함께 만들었던 곡을 최근 트렌드에 맞춰 다듬어낸, 듣자마자 인트로의 “JYP”를 떠오르게 하는 정통 펑크(funk) 곡이다. 걸 그룹이 부르기에는 너무 강했던 곡이었지만, 언니쓰에 맞춰 개편된 곡은 “에에에에에 이이이이이 어쩌구저쩌구”하는 백그라운드 코러스가 하루 종일 생각날 만큼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Shut Up”이 반복되는 후렴구 역시 홍진경의 샤우팅이 화가 잔뜩 난 여자의 마음을 물씬 드러낸다. 심지어 [뮤직뱅크]에서 라이브로 무대를 섰음에도 ‘MR 제거’ 영상에서도 살아남았을 만큼, 멤버들의 피나는 노력이 빛난다.

C.I.V.A: 손짓으로 소리를 그려내며 노래를 부르는 트렌디한 소몰이 창법 등 LTE 엔터테인먼트(이하 LTE)만의 트레이닝에서 갈고 닦은 멤버들의 뛰어난 실력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C.I.V.A의 데뷔곡은 바로 DIVA ‘왜 불러’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9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익숙할 ‘왜 불러’의 흥겨운 리듬에 약간의 EDM을 끼얹고, 여기에 소희와 채경의 청량한 매력과 센터 이수민의 슬픔과 한을 담은 랩을 합치면서 2016년 C.I.V.A만의 ‘왜 불러’가 완성됐다. 무엇보다 “LTE는 말했지 I.O.I는 끝났지”를 강조해 ‘가요계의 지각변동’이라는 그룹의 목적성을 분명히 하는 가사와, 마지막에 “I like I.O.I”를 덧붙여 조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은 센스가 돋보인다.

[콘셉트] 화려함과 시크 사이 어딘가 VS 90년대와 2016년 사이 어딘가
언니쓰
: 현직 아이돌, 현직 배우, 예능인까지 각양각색의 멤버들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영화 [코요테 어글리]를 중심으로 전체 콘셉트를 결정했다. 그중에서도 박진영에게 결정적인 영감을 준 것은 바 위에 올라선 여자 바텐더가 남자 손님의 긴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 그야말로 프로듀서의 색깔을 드러내는 강렬한 바텐더 콘셉트다. 그런 만큼 초저예산으로 그룹의 데뷔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깔끔한 블랙 의상에 핫핑크 색 소품으로 포인트를 준 스타일도 적절한 선택이다. 핫핑크는 화려한 느낌의 바텐더를, 블랙은 시크하고 “센 언니”의 스타일을 조화롭게 보여준다.

C.I.V.A: 소속 아티스트 전원이 90년대풍의 백정장을 차려입고 LTE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부터 LTE의 방향성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C.I.V.A 역시 트레이닝 중에는 샤크라를 오마주한 것 같은 인도식 의상과 빈디(인도에서 종교적 표식으로 이마 중간에 찍는 붉은 점)를 찍고 등장했는데, 아마도 프로듀서 이상민의 자부심인 2000년대 샤크라의 스타일을 참고해 콘셉트를 잡고 있었던 듯하다. [엠카운트다운] 무대에서는 의외로 노란색을 포인트로 민소매 스포츠티와 체크 스커트처럼 김소희와 윤채경의 발랄한 매력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수민의 파트에서는 선글라스를 매치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무] ‘춤꾼’ 박진영 VS ‘춤신춤왕’ 정진운
언니쓰
: ‘Shut Up’의 안무는 충실하게 가사를 따른다. “전화를 못 받았어”에서는 손동작으로 전화기를 표현하고, “Shut Up”이 나오는 후렴부에서는 남자 댄서들에게 손으로 벽을 치거나, 뺨을 때리는 듯한 동작을 넣는 식이다. 보기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시대의 춤꾼 박진영의 안무가 그렇게 쉬울 리 없다. 정박에 몸이 내려가 있어야 하는 다운 그루브를 제대로 맞추는 것은 걸 그룹 10년 차인 티파니도 지적받았던 동작이다. 여기에 티나 터너의 골반 셰이킹, 점핑 가슴 바운스 등 은근히 어려운 동작이 가득하니, 홍진경이 순식간에 ‘기린’이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뮤직뱅크]에서 안무 실수 없이 팔의 각도까지 맞춰 군무를 완성시킨 언니쓰의 수많은 밤샘이 갸륵하다.

C.I.V.A: 언니쓰에 박진영이 있다면, C.I.V.A는 “이 시대 최고의 댄스 가수 갓진운”에게서 춤을 배웠다. 입은 웃지만 눈에는 슬픔을 담는 얼굴 표정과, 티셔츠와 바지의 선을 맞추기까지 하며 보여주는 완벽한 라인처럼 디테일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또한 막걸리 한 잔 하신 이장님과 부녀회장님을 형상화한 춤을 배움으로써 사람들의 영혼을 울릴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정진운이 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넓은 아량으로 그의 춤에 대한 저작권을 LTE에 넘겨주면서, 다행히 [엠카운트다운]의 무대에서도 C.I.V.A가 그간 갈고 닦은 춤의 영혼을 제대로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다만 배윤정 트레이너마저 당혹하게 만든 센터 이수민의 익룡춤을 뮤직비디오 메이킹 과정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뮤직비디오] 카메오가 다 했다 VS 시바견이 다 했다
언니쓰
: 프로그램의 PD에게 만 원을 쥐어주며 카메라와 스태프가 다 있어도 “천(만 원) 정도” 든다는 뮤직비디오 촬영 계약이 성사되었다. 2만 원이라는, 저예산 중에서도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는 인트로의 초록색 서울 마을버스를 비롯해 곳곳에서 어쩔 수 없는 예산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나 유희열을 비롯해 주연배우 김준호, 남창희, 김인석, 박휘순, 슬리피, 잭슨에 이르는 화려한 카메오 군단이 저예산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놀랍게도 라이벌 기획사의 경리까지 키스신을 감수하며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 믿었던 경리의 언니쓰 뮤직비디오 출연에 대해, 이상민 대표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C.I.V.A: C.I.V.A 역시 김가은 총무가 직접 영어 인터뷰를 진행하고 백영광 매니저가 핸드폰으로 메이킹 영상을 찍으며 제작비의 한계를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DJ 소다와 김가은 총무, 백영광 매니저 등의 초호화 카메오들이 등장해 C.I.V.A의 위상을 증명했고, 무엇보다 C.I.V.A를 상징하는 시바견이 신의 한 수다. 색색의 소품으로 청순하고 발랄한 걸 그룹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는 전반적인 흐름은 좋지만, 대표 이상민이 근엄하게 왕좌에 앉아 핸드폰 네온사인을 들고 있는 부분은 역시 프로듀서가 왜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면 안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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