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파드│① “유재석 씨를 볼락과 연결한 건 즉흥적이었다”

2016.07.08
지난 6월 4일부터 방영된 MBC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은 누군가에겐 이미 유명인이지만 누군가에겐 생소할 여섯 명의 웹툰 작가를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생소했던 얼굴은 현재 네이버에서 [전자오락수호대]를 연재 중인 가스파드 작가였을 것이다. 일상툰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던 데뷔작 [선천적 얼간이들]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대외 활동으로 TV 출연은커녕 SNS도 하지 않았던 그는 이번 방송에서 멤버들의 성격에 대한 통찰과 잘생긴 외모, 살가운 부산 말투로 빠르게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오로지 작품으로만 말해오던 이 만화가는 어떻게 그리고 왜 [무한도전]에 출연하게 됐을까. 그리고 이것은 작가로서의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변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오히려 여전한 것들에 대해 답했다.

연재 중인 [전자오락수호대]에 심신이 지쳤다며 2주 휴재를 알렸는데 일주일 뒤 [무한도전]에 나왔다.
가스파드
: 휴재 전 마지막 마감 메일을 보내고 자는데 갑자기 연재처의 팀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연락을 잘 안 하던 분이라 뭔가 잘못된 건가 싶어서 급하게 받았는데 갑자기 [무한도전] 나갈 생각 있느냐는 거다. 네? 뭐라고요? 사실 휴재를 결정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못 나갔을 텐데 희한하게 아귀가 맞아서 해보겠다고 그랬다. 사실 그런 상황에 익숙하다. 일복이 있다. 몸이 안 좋아서 휴재한 건 맞는데 전화 받자마자 체념했다. 아, 이건 해야 할 팔자로구나. (웃음) 어떤 분은 쟤가 저기 나가려고 본업을 팽개쳤구나, 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난 떳떳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휴재는 이미 정해진 일이고, 그동안 방송으로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것도 작가로서 나름 독자에게 휴재에 대한 빚을 갚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연재를 재개했으니 둘 다 펑크 나지 않게 잘 해야지.

우리나라 최고의 예능에 섭외된 기분은 어땠나.
가스파드
: 가장 큰 감정은 부담과 공포였지. 그냥 동경하던 무대에 잠시 발을 담근다는 마음으로 나갔다. 다만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한도전]이 웃음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적어도 가스파드라는 작가에게 그쪽이 기대한 건 좀 웃기고 즐거운 이미지 아니겠나. 그렇다면 나가서 전문 예능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재미난 무언가를 보여줘야 밥값을 하는 게 아닐까 나름의 마지노선을 그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어울리는 동물을 절묘하게 매칭하며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가스파드
: 사람 특징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외모 외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을 아는 게 중요한데, [무한도전]은 거의 다 챙겨 본 편이라 좀 더 카테고리를 좁혀서 뽑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령 박명수 씨에게 단순하게 닭이라고 하기보다는 늙은 투계라고 하는 것처럼. 정준하 씨의 경우엔 과거 [선천적 얼간이들]에서 이미 불도그로 그린 적이 있는데, 보면 볼수록 세인트 버나드와 섞인 느낌이 들더라. 유재석 씨를 볼락과 연결한 건 좀 즉흥적이었던 거고. 거기서 남들 다 아는 메뚜기 이야기하면 심심하지 않나. 별생각 없이 말했는데 아무래도 유재석 씨가 일인자라 그런지 주변 멤버들이 너무 통쾌해하더라. 리액션이 좋아서 ‘아 이 멘트는 방송에 나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기본적으로 [무한도전]은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게스트를 배려해주는 게 느껴졌는데, 실제 현장에서도 편집에서도 그렇더라.

첫 녹화는 성공적이었는데 이제 처음의 부담과 공포는 좀 덜해지지 않았나.
가스파드
: 그건 그대로다. 한 팀이 된 정준하 씨의 경우 멤버들 중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분이라 더더욱 부담감이 느껴진다. 나이 차도 많이 나고. 내가 기본적으로 일을 대하는 방식이 이렇다. 만화 그릴 때도 강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그걸 동력 삼아서 일을 한다. 그래도 파트너로서의 정준하 씨는 굉장히 나를 편하게 대해주더라. 앞으로 릴레이툰 작업을 하면서도 불편할 것 같진 않다.

본인 작품에선 스스로를 갈아 넣는 작화 방식인데, 정준하와는 어떻게 조율할 생각인가.
가스파드
: 처음 섭외됐을 때는 잘 그려야겠다는 의욕만 앞섰는데 지금은 함께 잘 해나가는 방향으로 의욕의 방향이 바뀌었다. 작화를 순수미술과 디자인으로 구분하면 나는 디자인 쪽에 좀 더 가까운 타입인데, 이번에는 좀 더 자연스럽게 선을 쓰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우선 정준하 씨 그림 실력을 꽤 믿기 때문에, 그분 그림체를 베이스로 잡고 내가 맞춰서 그리려고 한다. 거기에다 채색을 비롯한 후보정으로 좀 더 있어 보이게 꾸미는 게 가능할 거 같다. 연재하던 방식대로는 못 하겠지만 퀄리티를 낮춘다기보다는 정준하 씨 스타일에 맞춰 화합하는 작화를 보여주고 싶다.

둘이서 어떤 정서의 만화를 그리고 싶나.
가스파드
: [무한도전]과 내 전작인 [선천적 얼간이들]의 정서적 교집합이 있다면 왁자지껄한 분위기일 것 같다. 그런 코드를 기안84, 이말년, 나, 이렇게 세 명까지는 유지해주는 게 릴레이툰 전체 완성도를 봤을 때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세 번째 차례인데, 막 나가는 작가들과 제정신인 작가들 딱 사이에 있다. (웃음) 웃기고 왁자지껄한 중에 그런 교두보를 마련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뒤에 무적핑크 작가가 인텔리다운 만화를 그리고 마지막에 주호민, 윤태호 작가가 스토리텔링을 멋지게 마무리해주는 식으로. 물론 릴레이툰의 묘미는 굉장히 엉망인 상황을 만들어 무책임하게 뒤로 넘기고 그걸 또 살려내는 거긴 해서, 여전히 고민 중이긴 하다. 이말년 작가는 분명히 그렇게 넘길 텐데. 정준하 씨와 상의해서 결정해야지.

혹 만화라는 작업을 통해 정준하라는 개인에게 경험시켜주고 싶은 것이 있나.
가스파드
: 예전에 ‘무한상사’에서 유재석 부장이 표를 작성하라고 하니 남들은 다 컴퓨터로 하는데 정준하 씨만 수작업으로 굉장히 고퀄리티 표를 그려냈다. 그때 칭찬도 받고 본인도 되게 뿌듯해하던데, 그런 즐거움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새로운 재능,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할 때 즐겁다고 생각한다. 와 진짜 잘하네, 타고났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의 기분. 개인의 자존감을 높인다고까지 하면 너무 멀리 나간 거겠지만 정준하 씨가 그런 감정을 느끼면 좋겠다. 얼마든지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림 실력이 있는 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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