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브렉시트 그 이후

2016.07.04
2조 달러. 브렉시트 투표 다음 날인 6월 24일 금요일, 하루 만에 세계 주식 시장에서 증발한 금액이다. 이날은 세계 주식 시장에 있어서 역대 최악의 하루였다. 영국 보수당을 집결시키려 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도박이 가져온 후폭풍은 그만큼 컸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브렉시트를 국민 투표에 부치겠다는 역사적인 결정은 2012년 5월,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피자 가게에서 이루어졌다. 그곳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외교부 장관 윌리엄 헤이그, 보좌관 에드 루엘린과 함께 2015년 총선 승리를 위해 브렉시트 국민 투표라는 도박을 하기로 했다. 물론 이 도박은 잘 알려졌다시피 실패로 끝났다. 영국인들은 52% 대 48%로 EU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EU 잔류파였던 캐머런 총리는 바로 사퇴를 발표했고, [이코노미스트]의 표현대로 미래는 “혼돈”으로 빠져들게 됐다.

왜 영국인들은 EU를 떠나기로 결정했을까? [복스]는 외국인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쇠퇴를 겪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민을 줄이면 자신들의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다는 얘기다. [가디언]은 국민 투표가 단순히 EU에 대한 것이 아니며, 그보다는 계급, 불평등, 정치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부유한 이들은 잔류에 투표하고, 가난한 이들은 떠나는 것에 투표했다는 것이다. 실제 [WSJ]의 인포그래픽을 보면, 노동자들은 EU를 떠나자고 투표했고, 관리자들은 잔류를 선택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면은 젊은이들은 잔류를 선호했고, 나이 든 이들은 떠나는 것을 선호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은 영국에서도 세대 간 갈등을 일으켰다. [가디언]은 젊은 세대들이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부모 세대들에게 분노를 품게 됐다고 보도했다.

투표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버즈피드]가 브렉시트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1면을 모아 놓은 것을 보면, 언론 또한 정치 성향에 따라 투표 결과에 흥분하기도, 실망하기도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가디언]·[파이낸셜 타임스]·[이코노미스트]처럼 잔류를 지지했던 언론들의 1면은 흡사 세상이 종말한 느낌이지만, 반대편에 섰던 [더 선]·[데일리 메일] 같은 매체들은 축제 분위기다. 잔류를 지지하는 신문들의 주요 구독층이 고학력자에 부유층인 반면, 떠나는 것을 지지하는 신문들이 좀 더 대중을 상대로 하는 타블로이드라는 점을 떠올리면, 언론에서도 분열된 영국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국민 투표 결과대로라면 영국은 이제 EU를 떠나야 한다. EU를 떠난 영국은 어떻게 될까? 경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였던, 대표적 탈퇴파 보리스 존슨은 [텔레그래프]에 영국은 EU를 떠나지만, “자유로운 무역과 단일 시장”은 계속될 것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의 뜻대로 될 만큼 EU가 호락호락한 집단은 아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의 리스본 조약 50조 — 탈퇴에 관한 EU의 조약 — 발동 없이는 “비공식적 대화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유럽 경제 지역 EEA에 가입하는 노르웨이 모델이 경제적으로 가장 적은 피해를 보는 옵션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국민 투표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지는 못할 테니,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보수당의 한 의원은 브렉시트 이후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말한 것처럼, 지금 영국은 아무도 배의 키를 잡지 않은 채 폭풍 속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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