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목넘김 그 이상, [맥주의 모든 것]

2016.07.01
조슈아 M. 번스타인은 어딜 가도 같은 질문을 받는다. “당신은 왜 살이 안 찌죠?”, “어떻게 하면 그런 직업을 구할 수 있나요?”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유전과 운동이란다, 흥. 두 번째의 답은 맥주를 몇 톤 마셔도 이튿날 아침 일어나서 그 느낌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의 직업은 맥주 평론가이다. 그러니까 어째서 살이 안 찌는 거죠?

[맥주의 모든 것]에는 듣도 보도 못한 맥주 수백 종이 등장하지만, 번스타인도 한때 질보다 양이 우선인 술고래였다. 싸고 시원하면 그만이지 뭘 더 바라겠는가? 맥주는 다 맥주지 제대로 음미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쿠어스가 아닌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며 소박한 의문이 생겼다. “도대체 왜 맥주마다 맛이 다른 걸까?”

수입 맥주를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이래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왜 이 맥주들은 카스나 하이트와 다를까? 먼저 맥주의 원료와 양조 공정을 살펴보고, 라거와 필스너부터 페일 에일, IPA, 스타우트와 발리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맥주에 대한 책은 이미 수십 종 있지만 이 책은 크래프트 맥주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아는 것보다 모르는 맥주가 훨씬 많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는 게 두 번째 특징이다.

미국 양조업자 협회에 의하면 크래프트 맥주는 전통 양조법을 사용해 연간 6백만 배럴 미만으로 생산하는 맥주를 말한다. 번스타인은 이에 반대하며 대신 슈퍼볼 기간에 매체 광고를 타지 않는 풍미 있고 독특한 맥주를 내세운다. 많은 ‘소규모’ 양조장이 이제는 더 이상 소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시작된 크래프트 양조 운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전 세계에서 스팀 엔진 라거, 포터처럼 한때 잊혔던 맥주들이 새롭게 각광받는가 하면, 굴이나 훈제 돼지머리처럼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개성 넘치는 맥주들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는 층은 10% 미만이고, 레귤러와 라이트 두 종류밖에 없는 술집에 드나드는 사람도 많다. 하물며 한국은 어떻겠는가. 소개된 맥주들을 완전정복 하고 싶은 욕망이 이글대지만 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맥주 마시기가 직업이며 살도 안 찌는 번스타인 씨의 얄미움 포인트가 1 추가되지만 그래도 재미있으니 용서할 수밖에.

그린 플래시 양조회사의 마이클 힝클리는 말한다. “전 맥주를 양조할 끈기는 없어요. 하지만 맥주 매장에서 라벨을 읽으며 몇 시간이고 보낼 수는 있죠.” 심혈을 기울여 선택했으니 가장 맛있게 즐겨야 한다. 도수가 낮을수록 묵히지 말고 신선하게 먹는 게 중요하며, 보관은 서늘하고 어둡고 건조한 곳에 세워서 한다. 밀러나 버드와이저처럼 대량 생산되는 라거는 차게 먹는 게 낫지만, 크래프트 맥주의 풍미를 즐기려면 종류에 따라 5도에서 15도까지 더 높은 온도가 적절하다. 와인과 달리 안주에 까다롭지 않으니 가끔은 ‘치맥’이나 ‘피맥’ 이외에도 도전해보자.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셰프 애덤 덜리는 IPA를 당근 케이크와 먹어보라고 권하며, 비밀이지만 나는 가끔 도넛과 브라운 에일을 즐긴다.

정은지
책과 음식과 쇼핑에 관한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책과 음식을 쇼핑한다. 책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 [내 식탁 위의 책들]을 썼고, [아폴로의 천사들]·[피의 책] 등을 번역했다.



목록

SPECIAL

image 데이팅 앱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