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잭], ★★★ 순수의 귀환

2016.06.29
뮤지컬 [리틀 잭]
창작 초연│2016.05.27 ~ 07.31│아트원씨어터 3관
작: 옥경선│작곡: 다미로│연출: 황두수│배우: 정민·김경수·유승현(잭), 랑연·김히어라(줄리)
줄거리: 1967년 늦은 밤, 영국 사우스 웨스트의 오래된 클럽 마틴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마틴에서 첫 연주를 시작했던 리틀 잭의 컴백 무대가 그것. 익숙한 음악이 공연장을 채우고 조명이 켜지자 낡은 기타를 맨 그가 마이크 앞에 선다. 그리고 잭은 자신의 노래가 되어준 줄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 순수의 귀환
뮤지컬 [리틀 잭]의 가장 큰 미덕은 욕심 부리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순수한 두 남녀의 사랑에 집중하기 위해 마이크 없이도 배우의 노랫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의 작은 공간을 선택했고, 기타·드럼·베이스·피아노라는 소규모 구성으로만 편곡을 진행했다. “사랑이 전부였던 10대”들의 이야기는 종종 민망하지만 그것을 애써 감추거나 꾸미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발견되는 것은 잊고 있었던 어떤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다.

Direction: 어쿠스틱 러브 스토리
이야기가 상당히 전형적이다. 모티브가 된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연한 계기로 만난 소년 소녀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10년 동안 서로를 잊지 못한다는 스토리는 수도 없이 반복돼온 패턴이다. “내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다는 거 아는데” 같은 익숙한 대사들로 스토리는 흘러가지만, 뮤지컬은 순수했던 시절 자체를 복원해내는 데 주목한다. 열아홉이라는 주인공들의 나이와 1950년대라는 시대, 잭의 어쿠스틱 기타와 줄리의 필름 카메라, 찰스 디킨스와 딜런 토마스의 문장들, 조개껍데기로 만든 목걸이와 가죽 다이어리 등이 극 전반에 어쿠스틱한 정서를 만들며 이질감을 최대한 줄인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삼촌의 기타를 물려받은 잭과 세계적인 무기상을 아버지로 둔 줄리는 황순원 작가가 한국전쟁 이후 전쟁의 고통을 잊기 위해 아주 순수한 사랑을 그렸다는 [소나기]와 궤를 같이한다.

Music: 리틀 잭 Vol.1
음반 발매 기념 리틀 잭 콘서트 현장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상 [리틀 잭]의 음악은 한 장의 인디 밴드 앨범 같은 느낌을 준다. 똑 떨어지는 정박에 멜로디컬한 곡들이 가볍게 몸을 흔들거나 박수치며 감상하기에 좋고, 자기소개와도 같은 ‘All About Me’는 관객 호응 유도용으로도 적합하다. 잭과 줄리의 테마곡과도 같은 ‘Simple’은 둘의 화음에 주목하고, ‘나올래요’는 “솔직히 말할게 지금 나와요”라는 귀여운 가사로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그린다. 블루스부터 어쿠스틱, 하드록까지 다양한 장르로 감정의 변화를 포착한 [리틀 잭]의 음악은 음원차트에서 발견된다 해도 큰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하나하나 듣는 재미가 있다. 다만 둘 사이의 10년을 다루느라 스토리에 점핑이 많아 각각의 곡들이 ‘첫 만남-연애의 시작-부모의 반대-이별-이별 후의 상실감-직업적 성공-실패-재회와 재기’라는 큰 얼개에 맞춰져 자칫 뮤직드라마처럼 보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PLUS: [김종욱 찾기]의 후예가 될 수 있을까
한동안 대학로에서 커플들이 자주 찾던 공연은 [김종욱 찾기]·[카페인] 같은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었다. 티격태격하다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스토리는 자신들의 이야기와 멀지 않았고, 장르에 걸맞은 흥겨운 음악은 뮤지컬에 낯선 이들도 쉽게 마음을 열게 했다. 하지만 2007년 [쓰릴 미] 성공 이후 명확한 콘셉트로 움직이는 작품이 대학로에 많아지자, 대중은 훨씬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옥탑방 고양이]·[작업의 정석]·[극적인 하룻밤]과 같은 작품으로 옮겨갔다. [리틀 잭]은 첫사랑이라는 소재와 친구에게 얘기하듯 이어가는 콘서트 형식,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음악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한동안 명맥이 끊긴 것처럼 보이던 소극장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을 향한 부활의 신호처럼도 보인다. [리틀 잭]은 ‘만원 연극’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고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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