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과 크나큰 같은 이름은 어떻게 지어지는가

2016.06.28
최근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이하 젤리피쉬)에서 데뷔하는 걸 그룹의 이름은 구구단이다. 소나무, 풍뎅이, 가물치, 크나큰에 이어 일반명사 혹은 형용사로 지어지는 독특한 네이밍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포털에서 검색을 하면 아이돌 그룹보다 사전적 뜻이 먼저 나올 것이 걱정이지만, 독특한 것만큼은 확실하다. 모두에게 걱정과 흥미가 반쯤 섞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이 이름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1.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구구단을 작명한 젤리피쉬 측은 “여러 아이디어가 있어야 틀에 갇히지 않은 다양한 이름이 나올 수 있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했다”고 밝혔다.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위해 공모의 범위를 넓히기도 한다. 에이핑크나 VIXX의 경우, 다양한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팬덤 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열기도 했다. 다만 공모는 아이디어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대신, 어떤 후보군이 등장할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에이핑크의 이름을 짓는 공모에서는 ‘별 다섯 개’라는 뜻이라는 ‘장수돌침대’ 같은 후보도 있었다.

2. 멤버들의 특징을 넣는다
멤버들의 인원수나 혈액형 등의 특징은 그룹명에 포함되기 좋은 요소다. 보이 그룹 B1A4가 멤버들의 혈액형이 적힌 프로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것은 유명하다. WM 엔터테인먼트(이하 WM) 측은 “기본적으로 팀명에 어울리는 단어, 트렌디한 단어, 멤버 숫자 등을 조합해 후보군을 만든다”고 밝혔다. 젤리피쉬 역시 구구단의 ‘9’라는 숫자에 대해 “아홉 명의 소녀들이라는 특징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멤버의 탈퇴와 영입을 겪었던 나인뮤지스의 현아는 “사장님이 괜히 숫자 들어가는 그룹명으로 지었다고 후회하신다”([btn뉴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3. ‘독특한 느낌’을 넣는다
아이돌 그룹이 등장한 초창기에는 ‘Fine Killing Liberty(FIN.K.L)’, ‘High-five Of Teenagers(H.O.T.)’처럼 영어 단어의 축약형이나 젝스키스처럼 의미를 담은 외국어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친숙함과 독특함이 중요한 부분이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이하 플레디스)의 한성수 대표는 “이제 멋있어야 하는 것보다 친숙하고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이름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동시에 한자어나 이른바 ‘병맛’ 등 특정 코드를 담거나, 순수 한글 단어, 한글로 표기하기 좋은 영어 단어 등 차별점을 줄 수 있는 이름을 찾는다. 젤리피쉬 측은 구구단이라는 보통명사가 주는 친숙함과, 그럼에도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독특함을 이름의 강점으로 꼽았다. WM 역시 “B1A4의 경우 피닉스, 레전드, 에이스 등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지만, 이름을 조합한 방법이 유니크하다고 판단해” 정해졌다고 밝혔다.

4. 어감과 디자인을 고려한다
팀명을 말할 때의 발음도 중요하다. 걸 그룹 소나무가 속한 TS 엔터테인먼트(이하 TS)는 “통상 걸 그룹 이름에 ‘ㅅ’이 많다. 새는 듯한 부드러운 발음이 걸 그룹에 잘 어울리는 듯하다. 보이 그룹 이름에는 ‘B’가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심플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발음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이름 표기와 발음이 적절한지, 상표권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고려한다. 소리뿐만 아니라 팀명을 글자로 표기했을 때의 시각적 디자인 역시 고려 대상이다. 눈으로 보았을 때 한 번에 들어오면서도 예쁜 디자인을 찾는다는 것이다. 젤리피쉬 측은 “디자인적으로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감각적이고, 여러 형태로 변형도 가능하다면 그룹명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5. 대표님의 의견을 고려한다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측은 구구단이라는 이름을 “일단 대표님께서 많이 좋아하셨다”고 이야기했다. 걸 그룹 풍뎅이도 “솔직히 말하면 대표님이 풍뎅이라는 단어에 꽂히셨”([텐아시아])고, 그래서 이름을 먼저 지은 후 뜻을 부여했다. 보이 그룹 크나큰도 데뷔 쇼케이스에서 “대표님이 쓰는 매직보드에 ‘크나큰’이라 써놓은 것을 보고 설마 했는데 그룹 이름이 되었다”고 밝혔다. 플레디스의 한성수 대표는 그가 직접 지은 이름인 애프터스쿨과 오렌지캬라멜을 이야기하며, 오렌지캬라멜의 경우 “새콤달콤이라는 의미인데, 처음에는 멤버들도 안 좋아했고 직원들도 생소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6. 내부 회의 및 투표로 결정한다
그룹명은 대부분 내부 회의와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는 물론 대표님의 의견도 포함된다. TS 측은 “멤버들의 성향과 그룹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회사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회사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소나무 역시 직원들에게 이름을 공모한 후 내부 회의를 거쳐 탄생했다”고 말했다. 젤리피쉬 역시 “공모에서 몇 개 후보로 투표를 받았고, 대표님과 멤버들을 포함해 투표한 결과 구구단이 선택된 것”이라고 밝혔다. 크나큰의 경우 멤버들도 처음에는 충격에 휩싸였지만, 계속 듣다 보니 뜻도 좋고 어감도 좋아서 내부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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