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님의 탄식

2016.06.27
세계에서 가장 근심이 많은 남자가 UN에 있다면 야구계에서 가장 탄식이 깊은 이는 단연코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에 있다. 그는 늘 탄식한다. 팀 전력에 탄식하고, 부족한 구단 지원에 탄식하고, 한국 야구의 수준에 또 탄식한다.

김성근 깊은 한탄 “투수도 없고, 돈도 없고” (2016.6.20. [OSEN])
그의 탄식은 내 팀 네 팀을 가리지 않는다. “어느 팀이든 지금 투수가 없다. 투수가 없으니 야구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넥센도 그렇고, KIA도 좋은 투수들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야구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됐는지…”라며 답답해한다니 말이다. 넥센 히어로즈(이하 넥센)와 KIA 타이거즈에 투수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특히 1선발(밴 헤켄)과 마무리(손승락), 필승조 2명(한현희, 조상우)이 한꺼번에 이탈한 넥센의 투수진 손실은 역대급이다. 하지만 한화와 넥센의 차이점은 탄식 이후의 대응에 있다. 떠나버렸지만 리그 역사상 최고액에 계약했던 외국인 투수(에스밀 로저스)와 2명의 고액 FA(정우람, 심수창)를 추가한 한화가 여전히 리그 최악의 평균자책(5.92)으로 헤매는 반면, 마무리 투수의 이름 개명이 전력 보강의 전부인 넥센은 리그 4위의 평균자책(4.71)으로 선방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김 감독 본인의 인터뷰에 해답이 나와 있다. “투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데 공급이 안 된다. 시간이 있으면 좋은데 키울 시간이 없다.” 투수 수명은 점점 짧아진다는데 한화 1군 엔트리 투수진에 20대 선수는 장민재 단 한 명이다. 그리고 그 장민재는 지난 한 주 3경기에 선발-불펜-불펜으로 등판해 182구를 던진 데 이어 선발로 준비시키겠다고 공언한 당일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0구를 던졌다. 반면 올해가 첫 1군 시즌인 만 26세 신재영과 만 20세 박주현은 도합 27경기에 모두 선발로만 나와 14승을 합작해냈다.

하지만 김 감독의 탄식은 멈추지 않고 구단을 향한다.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에 대해 “스카우트한테 맡겨놓았으니 구단이 해야 할 일”이라며 “선수를 잡고 안 잡고는 구단에 달려 있다. 구단에 돈이 얼마 있느냐가 문제인데 지금 돈이 없다고 한다”고 답답해한다. 현역 메이저리거였던 로저스와 로사리오에게 300만 달러를 투자하고도 졸지에 짠돌이 구단이 되어버린 한화. 하지만 시즌 전 김성근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절대로 외부 영입을 해달라고 조르는 나약한 지도자일 리가 없다.

김성근 감독 “FA 영입은 인스턴트” (2016.1.16. [조이뉴스24])
김성근 감독은 “FA 영입은 인스턴트”라며 “밥을 먹을 때도 빨리 먹으려면 인스턴트 음식을 사 먹으면 된다”고 비유했다. 외부 영입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일 테다. 현실은 어땠을까.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15년 이후 2년간 타 팀으로 이적한 투수 FA 9명 중 5명(권혁, 송은범, 배영수, 정우람, 심수창)이 한화로 왔다. 그리고 지난해 ‘재미있는 아이’로 언급했던 박한길(22)을 비롯해 조영우(21), 임기영(23), 김민수(25) 등 4명의 90년대생 ‘자체 역량’을 보상 선수로 내줬다.

김 감독 본인이 투수력이 갖춰진 팀으로 인정한 NC 다이노스(이하 NC)와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NC의 투수 엔트리 11명(외국인 제외) 중 외부에서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반면 한화의 투수 엔트리 11명(외국인 제외) 중 외부 영입 선수는 10개 구단 중 최다인 5명에 이른다. 사실 ‘인스턴트 사랑’을 굳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김 감독이 ‘집밥 김선생’이 아니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김성근 감독의 한숨 “계산이 서지 않는다” (2016.4.20. [뉴스1])
매 경기는 물론이고 한 시즌마저도 잘게 쪼개 역산한 후 시즌 전에 세운 목표를 그대로 이루어낸다는 그의 ‘계산’은 오랫동안 신성한 영역이었다. 시즌 성적을 계산해낸다는 능력에 대해서는 비록 올 시즌 첫 달부터 틀린 전례가 있긴 하지만 일단 넘어가자. 시즌 성적을 역산해낸다는 명제가 너무도 거대해서 사실 데이터로 논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뜯어보면 올해 그의 계산은 의문스런 수식의 연속이다.

대표적인 것이 5월 21일 KT전. 연장전까지 가면서 언제나처럼 자원을 총동원한 한화는 급기야 경기 마지막 타자로 투수 이태양이 올라오게 된다. 문제는 이태양이 다음 날 선발 투수였다는 것. 뜻하지 않게 타격 외도를 한 이태양은 다음 날 1이닝 만에 홈런 3방을 맞고 강판당하고 만다. 5월 28일에는 권혁과 송창식에게 무조건 휴식을 주겠다고 공언하더니 결국 둘 다 나란히 등판시키는 유체이탈전술로 팬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물론 공식적인 이유는 ‘자원등판’이었지만 말이다.

그는 오늘도 탄식한다. 자신의 현실을 탄식하고 타 팀 현실에도 가끔 탄식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이가 탄식하는 것을 보면 리더는 탄식만 하지 말고 길을 찾아야 한다며 또 탄식한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의 선의와는 반대로 그가 깊은 탄식을 내뱉을 때마다 야구계의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지기만 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이민호
MBC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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