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에서도 사랑이 이긴다

2016.06.22
6월 12일 새벽 2시, 한 남자가 올랜도의 게이 클럽, 펄스에서 총을 난사했다. 당시 클럽에 있던 약 320명의 사람들 중 49명이 사망했고, 5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비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됐다. 범인은 29세의 오마르 마틴으로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 중에 사살됐다. 미국 언론에서는 피해자가 성소수자들이라는 점, 범인이 경찰과 대치 도중 911에 전화를 걸어 IS에 충성 서약을 했다는 점, 그리고 범인이 사용한 총기인 AR-15가 주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 때문에 이 사건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다. 이 사건을 둘러싼 논의들을 간단하게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혐오 범죄, 이슬람 극단주의에 의한 테러, 총기 규제.

먼저, 게이 클럽, 그것도 지역 LGBT 커뮤니티에서 가장 상징적인 클럽이었다는 점 때문에 이 사건이 혐오 범죄라는 얘기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이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고 말했다. 실제로 [NBC 뉴스]가 오마르 마틴의 아버지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오마르 마틴은 남자 둘이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화를 냈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이 일이 “종교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CBS 뉴스]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이 혐오 범죄인지, 테러인지를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혐오 범죄라고 대답한 사람은 25%, 테러라고 대답한 사람은 14%, 둘 모두라고 대답한 사람은 57%였다. 적어도 오바마의 말은 상당수 미국인의 생각과 같은 셈이다. 한편으론, 오마르 마틴이 게이 데이팅 앱을 사용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때문에 그가 게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오마르 마틴의 프로필을 기록한 기사에서, 연방 수사관이 그 추측을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사건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의한 테러는 아닐까? 이러한 시각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좋아하는 것이다. 오마르 마틴이 아프가니스탄 이민 2세라는 점, IS에 충성 서약을 했다는 점 때문에 트럼프를 비롯한 이슬람 혐오자들은 이 사건을 자신들의 혐오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CIA의 말을 인용해, 오마르 마틴과 IS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고 보도했다. FBI 국장은 오마르 마틴이 인터넷에 의해 극단주의에 물들었을 거라는 성명을 냈다. 즉, 자생적인 극단주의자라는 얘기다. IS는 공식 뉴스 매체를 통해 자신들이 배후임을 자처했지만, [뉴욕 타임스]는 IS의 명령을 받은 행동이든, 자발적인 행동이든 IS의 테러범들에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기사를 썼다. IS가 이미 의도적으로 그 둘의 구분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나마 확실한 총기 규제와 관련된 측면이 있다. 범인이 사용한 AR-15는 군사적 용도로 만들어진 총기로 전쟁에서 쓰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칼럼니스트는 자신이 AR-15를 구입하는 데 겨우 7분 걸렸을 뿐이라며, 총을 너무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의 총기 문제는 올랜도 사건 이전에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사안이어서 근거 자료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이다. [시티랩]은 미국 내 총기 판매상이 스타벅스보다 많다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기사를 냈다.

3가지 모두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지만, 그 무엇도 완벽하게 범인의 동기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범인이 사망했다는 점 때문에 동기를 완전히 밝혀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됐다. 미국의 언론들은 각각의 사실을 자신이 지지하고자 하는 정치적 입장의 근거로 사용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칼럼을 통해, “뉴스 매체가 비난의 정치를 확산시키는 데 바빴다”고 말하며 이런 부분을 비판했다.

이번 사건이 혼란스러운 정치적 잡음만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뉴욕 타임스]는 사망 피해자 49명의 프로필을 간략하게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을 더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들었고, 트위터에서는 매번 기도만 해서는 안 된다면, #PrayForOrlando라는 해시태그 대신, #ChangeForOrlando가 제안됐다. 두 명의 남자가 키스하는 모습을 담은 #TwoMenKissing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저항이다. 범행 동기는 흐릿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명확하다. 세상이 혐오의 반대 방향으로, 그리고 좀 더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사랑이 승리한다는 구호는 커다란 비극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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