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언어를 모험하는 사람들

2016.06.24
식물의 새로운 종을 발견하면 절차를 걸쳐 발견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소행성을 처음 발견하면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름이 없는 존재도 있을까. 누군가 이름을 물었을 때 전 세계 사람 모두 모르겠다고 답하는 무언가가 있을까. 설명할 수 없는 존재, 이름 붙일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우리는 그토록 연구하고 정리하고 기록하는 게 아닌가. 이름과 표현을 떠올리면 생각이 자꾸 마구잡이로 뻗어간다. 새로운 표현이나 단어는 우리 삶과 언어를 얼마나 바꾸고 있을까. 15년 전의 나에게 “아니 너는 왜 그걸 또 굳이 리트윗하고 그래?”라는 문장을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했다. 일단 미래의 내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놀라겠지만 그보다 ‘리트윗’이라는 미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터이다.

번역도 그렇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타국의 말은 슬프게도 언제나 미래의 언어다. 그 어떤 번역도 할 수 없는, 머릿속에 오직 모국어의 방 하나만 가진 사람으로서 번역이란 늘 초인의 영역처럼 보인다. 태어나지 않은 곳의 언어를 습득하고 그것을 끝내 우리의 말로 변환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방향을 거스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암호에 가깝던 형태를 해체하여 부품부터 하나씩 이곳의 모양으로 조립해준다. 읽을 수 없던 입체를 읽을 수 있는 낱장과 단어로 쪼개어준다.

자국의 규칙으로 타국의 규칙을 하나씩 이해해나갈 때 최후까지 이해되지 않는 단어가 있다. 서로 꼭 맞는 어휘가 없어 공백으로 남는 구석이 있다.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의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세상의 낱말들]은 그렇게 의문으로 남아 점점 포기하게 되는, 가장 낯선 타인의 언어 52가지를 모은 책이다. 타갈로그어 ‘킬릭(Kilig)’은 뱃속에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을 뜻한다. 이누이트어 ‘익트수아르포크(Iktsuarpok)’는 누군가가 오는지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확인하고 기다리는 행동을 말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멀리 있던 단어를 갑자기 끌어당겨 앞에 펼쳐놓는다. 먼 거리를 핑계로 각자 사어로 만들었던 표현들을 모으고 그리고 묶어서 더 잊을 수 없게 만든다. 여러 국가의 낱말을 모아둔 덕에 어떤 곳의 말, 예를 들면 페르시아어 티암이라는 이 가장 낯선 어휘 하나만 평생 알고 말 것이다.

짧고 힘이 센 단어 뒤에 숨기는 쉽다. 이제 소통하자는 말은 끝내 소통할 수 없을 것이란 예언처럼 쓰인다. 이제 상생하겠다는 다짐은 결국 상생할 수 없을 것이란 증서처럼 발급된다. 그때 저 세계를 이 세계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들은 길고 힘이 약한 언어를 포기하지 않는다. 복잡하게 아름다운 낱말을 한 번이라도 더 쓰이게 한다. 한 글자를 설명하기 위해 한 면을 채우는 최후의 역자들은 과거와 미래의 언어를 지금에 가져다 놓고 그러니 더 오래 보라고 청한다.

말투는 누군가의 전부다. 말투와 성격이 어긋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때 나는 쉽게 번역되지 않는, 나의 어휘를 가지고 있는가. 고유한 습관과 개인사가 배어 있어 바로 인식되진 않지만 자세히 풀어 보아야 하는 언어를 가지고 있는가. 비문이거나 오류일지언정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낱말을 압도적인 표현과 너무 빨리 교환하진 않았나. 너와 나 사이에 번역될 문장이 없을 때가 올까, 두려워하며 까마득히 멀리 있는 이 단어들을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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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입니다. 무명의 쓰는 사람. 책방 유어마인드와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운영합니다. [책등에 베이다](이봄)를 썼고 아직 이것이 그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새로운 책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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