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a’, 요즘 힙합 조금 재미없어

2016.06.23
디자이너는 열아홉의 뉴욕 출신 래퍼다. ‘Panda’는 작년 12월에 공개한 그의 데뷔 싱글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지난 2월 말 무렵에 다시 한 번 발표되었다. 3월 초에는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는데, 당시 1위는 리한나의 ‘Work’였다. 두 달이 지나고, ‘Panda’는 9주 동안 1위를 지킨 ‘Work’를 끌어내리고 넘버1 싱글이 되었다. 이것으로 디자이너는 로드(Lorde) 이후 가장 어린 넘버1 아티스트가 되었다. 더불어 그는 이기 아질리아 이후 처음으로 데뷔 싱글을 1위까지 끌어올린 래퍼다. 심지어 위켄드, 저스틴 비버, 아델 등이 지배하던 빌보드 차트에서 41주만에 1위를 기록한 미국 출신 뮤지션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그렇다면 2월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2월 초 디자이너는 카니예 웨스트가 설립한 ‘굿 뮤직’과 계약했다. 직후 ‘Panda’가 재발표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카니예 웨스트의 ‘The Life of Pablo’가 공개되었다.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 되는 ‘The Life of Pablo’의 초기 감상을 결정짓는 ‘Father Stretch My Hands Pt. 1’에 바로 이어지는 ‘Pt. 2’는 ‘Panda’를 샘플링한다. 정확히는 ‘전시’한다. 거의 1분에 걸쳐 ‘Panda’의 비트를 거의 그대로 삽입하고, 그 위에 카니예 웨스트의 랩을 담백하게 얹는다. 그렇다면 카니예 웨스트는 미래의 히트곡을 알아보는 선견지명으로 그 비트에 경의를 표한 것일까? 아니면 그는 자신의 이름이 크레딧에 표기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가사에서 언급되는 일조차 없이 이미 완성된 노래에도 이름값을 드리우는 존재가 된 것일까?


노래 자체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노래가 시작하면 누군가 외친다. ‘지금 인터넷의 가장 핫한 프로듀서가 만든 가장 핫한 비트.’ 이 프로듀서는 영국 맨체스터의 메네스다. 그는 2014년 유튜브에 공개한 ‘Panda’의 비트를 디자이너에게 200달러를 받고 팔았다. 노래의 훅은 애틀랜타와 남부 지역에서 유래한 약물을 직접 언급한다. 당연히 트랩 스타일이다. 그의 랩이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인정받은 퓨쳐와 유사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걸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스스로 애틀랜타에 가본 적도 없다고 한 뉴욕 래퍼다. 물론 어떤 이들은 요즘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모든 지역의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그렇다면 래퍼들이 자신의 고향과 그곳의 투쟁적인 삶을 말하고, 진정성을 자긍심으로 여기던 것은 옛날 일이고, 힙합도 그저 팝 음악의 일종이라고 이야기해도 될 것이다. 뉴욕과 애틀랜타는 말할 때 ‘LA’메탈과 ‘시애틀’ 그런지를 말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지나친 비약으로 나아가지 않는 방법은, 단순한 사실은 말하는 것이다. ‘Panda’는 그저 유행 장르의 유행 문법에 따라 BMW X6를 말하는 트랙이다. ‘Panda’와 억지로 맞춘 ‘Fanta’ 라임에 비웃음을 당하며 사라졌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 노래는 올해 상반기 내내 신곡 플레이리스트를 거쳐 힙합 히트곡, 빌보드 차트 플레이리스트로 자리를 바꿔가며 음악 애호가들을 쫓아다녔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있긴 했다. 2014년 바비 쉬머다의 ‘Hot N***a’는 동영상 SNS 바인 유저들에게 유행하면서 빌보드 3위까지 올라갔다. 작년에는 사일렌토의 ‘Watch Me(Whip/Nae Nae)’는 유튜브에 댄스 동영상이 유행하면서 히트했다. ‘Panda’가 그보다 엉망인 노래는 아니지만, 막상 빌보드 1위에 오르는 랩 음악, 심지어 트랩은 얼마나 드문지 생각해보면 이례적인 현상인 것도 사실이다.

힙합이 대중문화의 일환이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힙합의 ‘대중화’나 ‘상업화’ 같은 표현조차 촌스럽다. 차라리 이제 힙합은 역사와 유래를 증발시키고 나서도 특정한 사운드만으로 설명 가능한 존재가 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Panda’는 그것을 일시적인 현상(hype)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카니예 웨스트도 그렇다는데 굳이 아니라고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 멀리 반대편에는 일련의 예술가들이 남았다. 카니예 웨스트처럼 홀로 존재하거나, 켄드릭 라마처럼 개인의 경험을 흑인 전체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하거나. 요컨대 힙합이라는 장르도 일종의 완숙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이럴 때 요즘 들을 것이 없다는 말은 게으르다. 하지만 요즘 좀 재미없다는 말은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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