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박유천 사건에서 정말 ‘묻힌’ 것

2016.06.22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로 네 명의 여성에게 고소당했다. 혐의가 사실인지는 수사가 끝나야 밝혀질 일일 것이다. 다만, 첫 번째 고소인은 박유천이 자신이 다니는 유흥업소에 와서 술을 마시던 룸에 있는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고, 속옷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후 “강제성이 없는 성관계”([연합뉴스])라며 고소를 취하했지만,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번복하지 않았다. 당시 화장실 바깥에는 박유천의 일행 10여 명이 있었다.

문 하나만 열면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손님의 요구라는 이유로 성관계를 하게 될 수도 있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기에 어떤 일을 겪을지도 알 수 없다. 사회적으로 오랜 논란의 대상인 성매매 비범죄화에 찬성하든 하지 않든,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이 비인간적이고 위험한 환경에 놓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은 인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쉽게 노출되면서도 물리적·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박유천의 성폭행 혐의가 사실인가와 별개로, 이 사건은 밝혀진 것만으로도 여성, 인권, 노동에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이거슨 박유천에 묻힌 기사 3번입니다 [존 리 옥시 前 대표 구속영장 기각... 검찰, 불구속 기소]’ 그러나 KBS 뉴스 트위터 계정은 민망한 오타와 함께 대중이 박유천 사건에 관심을 두느라 다른 기사가 ‘묻힌’다는 글을 올렸다. YTN은 ‘박유천, 패닉상태’라며 그의 근황을 보도했고, [조선일보]는 이 시점에 ‘오전 10시… 그녀들의 은밀한 ‘브런치 호빠’’라는, 호스트바의 실태를 알리는 기사를 냈다. 대중의 관심이 큰 사건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들이 어떤 사회적 논의의 가능성도 찾지 않는다. 대신 자극적인 가십을 찾거나, 대중을 꾸짖는 듯한 입장을 취한다.

그 결과 사건은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인 파장보다 유명인의 몰락과 재기의 가능성 중심의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된다. ‘박유천·강인·김현중…2세대 ‘비주얼돌’의 몰락’([헤럴드 경제])이라며 층위가 다른 사건을 일으킨 남자 아이돌을 묶고, 박유천의 성폭행 혐의 여부에 대한 초점은 몰락의 기로에 놓인 톱스타가 수사를 통해 재기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는가로 모인다. 기사가 유명인, 남자, 용의자 중심으로 서술되면서 그를 고소한 여성들은 박유천의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와 별개로 톱스타를 몰락시킬 수 있는 존재처럼 묘사된다. [세계일보]는 아예 네티즌의 댓글을 내세우며 ‘“박유천, 피소 보도에 누리꾼 “뭐가 모자라서 성폭행?” “꽃뱀이지”’라는 기사까지 작성한다. 정말로 박유천 무혐의일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을 처음으로 고소한 여성을 공갈로 맞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실이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디어가 할 일이 박유천이 몰락할 것인지, 고소인이 ‘꽃뱀’인지 내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박유천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교훈은, 미디어가 유명인의 스캔들을 얼마나 무의미하게만 다루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박유천이 속한 그룹 JYJ의 팬들이 모인 DC인사이드 JYJ갤러리는 박유천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그들은 확정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들이 지지를 철회한 것은 그가 성 상품화가 이뤄지는 곳에 출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디어가 사건을 가십으로 만들고 현재로써는 더 이상 취재가 불가능한 일에 대해 특정인을 몰락한 스타나 ‘꽃뱀’으로 표현하는 사이, 팬들은 밝혀진 사실만을 바탕으로 논의될 수 있는 사회적 의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미디어는 이마저도 팬들이 ‘등 돌린’ 사실에만 집중한다. 거론해야 할 의제를 ‘묻는’ 쪽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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