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버 허드-조니 뎁 이혼 소송으로 배우는 가십을 넘는 법

2016.06.20
확실한 사실은 거의 없는데, 사안을 둘러싼 ‘카더라’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는다. 앰버 허드와 조니 뎁의 이혼 소송이 딱 그렇다. 5월 25일, [피플]은 앰버 허드가 15개월의 결혼 생활 끝에 조니 뎁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틀 후인 27일, [AP]는 법원이 다음 6월 17일의 심리까지 조니 뎁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조니 뎁이 “최근의 다툼에서 반복적으로 때리고, 멍들게 했다”는 허드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드는 얼굴에 멍이 든 사진—조니 뎁이 던진 휴대폰에 맞았다고 한다—을 법원에 제출했고, 조니 뎁이 “언어 사용에 있어서나 신체적으로나 나를 학대했다”고 썼다. 또한 조니 뎁이 “계속해서 내게 소리 질렀고, 내 머리카락을 당기고, 폭력적으로 얼굴을 쥐고 흔들었다”고 말했다. [피플]은 앰버 허드의 멍든 얼굴 사진을 표지로 보도했다. 세계적 스타인 조니 뎁의 가정 폭력 혐의는 즉각적으로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 가십을 좋아하는 [데일리메일]이나 [더 선]은 물론이고, 평소 연예 뉴스에 집중하지 않는 주류 언론들도 이 소식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기 배우가 가정 폭력을 행사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조니 뎁을 비난했다.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진 것은 조니 뎁 측의 반론이 있은 후다. [US 위클리]에 따르면, 조니 뎁의 변호사 로라 웨서는 법정에서 허드가 “폭행당한 일에 대해 조급하게 금전적 해결을 보장받으려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조니 뎁의 대변인은 “개인적인 삶에 대한 어떤 추잡한 거짓 이야기나 가십, 오보, 거짓말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니 뎁의 지인들도 말을 보탰다. 조니 뎁의 친구 더그 스탠호프는 [더 랩]에 조니 뎁이 앰버 허드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글을 기고했다. 앰버 허드는 더그 스탠호프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했다. [TMZ]는 조니 뎁의 전처 바네사 파라디가 쓴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조니 뎁이 여성을 학대한 적이 없다고 쓰여 있었다.

언론의 논조는 빠르게 바뀌었다. 앰버 허드가 돈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조였다. [TMZ]는 심리 다음 날인 토요일에 웃는 허드의 모습이 포착됐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혐의를 제기했고, 허드가 경찰에겐 조니 뎁의 폭력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썼다. 이런 이야기는 빠르게 국내 매체에서도 보도됐다. 예를 들어, [세계일보]는 이 이혼 소송에 “거액의 재산 분할 및 위자료 다툼이 놓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폭력남편”과 “꽃뱀”의 대결 구도를 제시했다.

앰버 허드 측도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앰버 허드의 변호사는 허드가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여성”이라 말하며 돈을 노리고 있다는 추측을 부정했고, 친구인 아이오 틸렛 라이트는 [리파이너리29]에 “그녀가 하지 않을 것을 것이기에 내가 911에 전화했다”고 글을 썼다. 라이트는 앰버 허드와 조니 뎁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그 둘을 두고 글을 썼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TMZ]의 보도에 따르면, 앰버 허드는 “돈을 노린다”는 추측을 피하기 위해 생활비 요구를 철회했다.

정말 조니 뎁이 가정폭력범인지, 아니면 반대로 앰버 허드가 돈을 노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많은 매체가 이런 실수를 하고 있다. 게다가 유명인의 사생활을 두고 기사는 좀 더 자극적으로 변한다. 맥락이 사라지고 남는 건,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과도한 앰버 허드의 생활비와 여성 혐오에 바탕을 둔 꽃뱀설뿐이다. [허핑턴 포스트]는 우리가 “앰버 허드에게 잘못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학대받았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신뢰도를 왜 이렇게 빠르게 의심하느냐는 글을 올렸다. 합당한 얘기다. 물론 과거 마돈나를 학대한 숀 펜이나, 전처를 학대했던 테런스 하워드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가정폭력이 중요한 문제로 언급된다는 점에서 시대가 변했음을 상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 한다. [퓨전]은 물리적 폭력을 넘어 감정적 폭력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고, [애드버케이트]는 앰버 허드가 양성애자라는 이유로 다른 이들보다 심하게 악의적인 보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앰버 허드 같은 양성애자 여성의 61.1%가 강간·폭력·스토킹 중 하나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번 일을 단순히 가십으로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극적인 보도보다는 이런 얘기들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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