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프로의 일이다

2016.06.17
말로만 듣던 홈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건 더운 날씨로 식중독에 걸린 뒤였다. 몸을 가누지 못해 6평 남짓한 작은 방에 ‘싸질러진’ 혼돈의 더미들을 보고 있자니 더 아파 오는 것 같았다. 문득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는 회의마저 들자 홈클리닝 서비스가 생각났다. 과거 인력사무소에서 하던 청소도우미 구인을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업체가 대신 해주는 서비스. 찾아보니 사용자가 경매 방식으로 장소, 시간, 원하는 서비스를 올리면 홈매니저(청소도우미)들이 가격을 제시하는 ‘대리주부’를 비롯한 여러 업체가 있었다. 대리주부는 간병음식, 베이비시터, 녹색어머니 교통지도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고, 그 밖의 업체는 청소만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 대신 ‘와홈’처럼 시간당 9,900원으로 저렴한 가격을 표방하거나(결제 시 부가세 10%) 서비스 요청에 필요한 기본 시간이 가장 짧은 ‘당신의 집사’처럼 요금과 시간 등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었다.

앱으로 주소, 시간을 결정한 뒤 홈클리닝 서비스를 신청하고 결제를 했다. 그리고 서비스를 받기로 한 3일 뒤, 아침 7시 55분에 전화벨이 울렸다. 아침 8시에 신청한 홈클리닝 서비스 매니저의 전화였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안녕하세요. 00(업체명)입니다”라는 인사 후 신발장 정리부터 시작했다. 말끔하게 화장을 하고 온 60대 허 매니저는 “옷 먼저 갈아입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조금 편한 복장으로 옷을 입었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설거지부터 그릇정리, 옷 정리, 방바닥 정리, 화장실 청소, 침구 정리, 빨래, 냉장고 정리까지 3시간 안에 일을 끝냈다. 심지어 커피를 끓이다 쏟았던 인덕션 아래의 찌꺼기, 전자레인지 내부, 드럼 세탁기 고무 사이사이에 끼어 있던 먼지 찌꺼기, 침대보와 이불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과 먼지를 테이프클리너로 제거했고, 소형 냉장고 내부 청소와 냉장고 및 드럼세탁기 위에 먼지가 쌓여 변색된 부분까지 말끔하게 원래 상태로 되돌려놨다. 과거 허 매니저가 청소해준 어느 집의 주인이 고질적으로 앓던 아토피가 세탁기 청소를 깔끔하게 해준 뒤 나았다는 얘기가 믿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깨끗하게 청소하려면 8시간도 더 걸려요.” 그러나 허 매니저의 말은 뜻밖이었다. 3시간 안에 집 안의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대충”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 매니저가 돌아간 뒤, 정말 만세를 외쳤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끝나지 않는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설거짓거리는 쌓이고 방바닥에는 옷이 널브러져 있기 마련이었다. 벽에 붙여놓은 “쓸고, 닦고, 치워라.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포스터는 죄책감만 더욱 가중시켰다. 깔끔한 성격도 아니건만 어머니의 표현으로 “돼지우리” 상태가 되면 더 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묘한 죄책감이 들었다. 종종 “시집가서 어떻게 살래”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이미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널브러진 것들은 없다. 빨래와 냉장고 음식물 쓰레기, 화장실 청소도 이미 되어 있다 보니 주말도 여유로워졌다. 분리수거도 이미 홈 매니저가 다 해놓고 갔다. 남는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나가 강바람을 맞았다. 3시간에 3만 3천 원을 써서 얻은 것이다.

허 매니저가 “지금 가는 집들은 다 몰아서 청소를 시키니까 할 게 너무 많은데, 그래도 마음은 편해요. 고객들이 다 내 딸 같은데 너무 바쁘게 살아서 마음이 짠하지”라는 말이 생각났다. 회사 일에 치이다 보면 평일에는 몸 하나 까딱하기 어렵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기 바빴다. 새삼 가사 노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몸과 마음, 그리고 시간을 빼앗아 가는 것인지 느껴졌다. 홈클리닝 앱의 이름이 ‘대리주부’·‘아내의 휴일’이라는 사실이 생각났지만, 이것은 어머니나 아내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험해보니, 이것이야말로 돈을 주고 시간을 아낄 가치가 있는 프로의 영역이었다. “마음이 편하다고 일을 절대 대충 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마다 털털한 사람도 있고, 자기 물건에 대해서 예민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최대한 깨끗하고 조심해서 다루려고 하지. 우리는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니까 신뢰가 중요해요”라던 말 역시 아내나 어머니가 아닌 프로페셔널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굳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돈을 써서 전문가를 고용하면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이 올라간다. 왜 마다하겠는가? 직장과 집안일을 동시에 잘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애초에 잘하지도 못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 청소처럼 어려운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앞으로 결혼을 해서 ‘어머니’나 ‘주부’가 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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