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완전한 삶]이라는 가능성

2016.06.15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나 출생신고를 한 아이는 43만 8,700명이다. 향후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연신고분을 반영한 잠정치인 이것은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수치다. 2015년 출산한 여성의 평균 연령은 32.2세, 전년대비 20대 초반 산모의 출산율이 -4.6%로 감소한 데 비해 30대 후반의 출산율은 11.8%로 크게 증가했다. 35세 이상의 산모가 전체 출산에서 차지한 비중은 23.8%에 달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저출산이 시작된 1983년에 태어난 아이는 77만 명가량이었다. 그 세대의 여성들이 평균 출산연령에 도달한 지금, 한 해에 태어나는 아이의 수는 33만 명 이상 줄어들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8년 무렵에는 인구의 자연증가분이 제로가 된다. 이제 한국인들은 점점 아이를 적게 낳고, 늦게 낳거나, 낳지 않는다. ‘3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의미하지만 이 흐름을 전부 같은 맥락 안에 넣을 수는 없다. 세상에는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출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다 보니 아이 없이 살게 된 사람들,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아이 없는 삶을 살게 된 사람들도 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엘런 L. 워커의 [아이 없는 완전한 삶](원제: Complete without Kids)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첫 장은 처음 만난 사람으로부터 “자녀가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받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대부분의 또래 여성들이 곧이어 자녀들의 이름과 나이, 활동에 대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과 달리, “저는 아이가 없어요”라는 대답은 상대를 난감하게 하고 어색한 침묵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일정 연령을 지난 기혼 여성들은 어디서나 이 흔한 질문, 당연히 아이가 있을 거라는 전제와 마주친다. 하지만 늘 아이란 자신과 무관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저자가 처음으로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마흔다섯 살 때, 성인이 된 자녀를 이미 독립시킨 이혼남과 결혼한 뒤였다.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는 남편의 반대에 부딪힌 그는 깊은 고민 끝에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수용하게 되었고, 같은 상황에 있는 삼십 대 중반에서 아흔 살,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싱글과 커플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다. “우리들은 오른손잡이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왼손잡이들처럼 가족중심사회에서 독특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되며, 인간은 부모가 되어야만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성숙해질 수 있다는 믿음은 하나의 의견이 아니라 절대적 진리처럼 가족중심사회를 형성하고 지탱한다. 출산을 장려하고 대가족의 삶을 미화하며 그러한 형태의 가족이야말로 정상적이고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미디어 역시 아이를 갖지 못하거나 않는 이들을 전방위로 압박한다. 특히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여성은 이기적이고 냉담하며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를 비롯한 다수의 인터뷰이들은 이러한 환상 혹은 편견에 반론을 제기한다. 그들은 “저녁과 주말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란 삶이 주는 선물”이라 여기고, 아이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자유 시간과 금전적 안정, 통제 가능하고 고요한 생활에 만족을 느낀다. 어린 시절부터 아기보다 반려동물을 좋아했던 저자는 정성을 다해 개 한 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누군가를 돌봐주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킨다. 이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딩크(Double Income No Kids)’라는 용어만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 ‘맞벌이’나 ‘부부’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아이 없이 사는 삶에는 여러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지 않는 것과 반대로,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오랫동안 ‘왜’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그 대답은 사람들이 아이를 원하는 이유 이상으로 다양하다. 삶에 혼란 요소를 더하고 싶지 않아서, 부부의 자원을 쪼개 쓰고 싶지 않아서, 혹은 인구 과잉의 지구에 한 사람을 더 보탤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윤리적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남편과 1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 왔지만 부모로서 너무 큰 희생을 감당하고 싶지 않다는 한 여성은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내 아이에게는 궁극적으로 잘된 일일 거예요.”

그래서 [아이 없는 완전한 삶]은 삶의 방식과 욕망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제목 그대로 단순하면서도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출산과 양육은 인생의 필수 기본 코스가 아니라 ‘다른’ 경험일 뿐이다. 아이 없는 삶은 결핍과 불행의 상징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동등한 선택지 중 하나다. 물론 많은 사람이 그랬듯 이것은 한순간에, 확고하게 결심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오랫동안 고민하고 헤맬 수밖에 없으며, 결국 선택한 뒤에도 자신이 가지 않은 길을 돌아보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하다. 서두르지 말고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것, 온전한 자신의 의지를 가장 존중할 것. “내가 아이를 진심으로 원한 것 같진 않지만, 이로 인해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놓쳐버리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라며 미심쩍어하던 50대 여성은 저자와의 상담을 마치면서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이 좋아요. 정말 좋아요. 내가 선택한 것들로 이루어진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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