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③ 정신과 전문의가 본 박도경

2016.06.14
오해영(서현진)의 옆집 남자, tvN [또 오해영]의 박도경(에릭)은 좀처럼 종잡을 수 없다. 다정한가 하면 까칠하고, 다가오는가 하면 머뭇거리며, 때때로 폭력적으로 변한다. 심지어 언젠가부터 미래의 환영에 시달리는 통에 정신과 상담까지 받는 형편이다. 과연 도경은 어떤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을까?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도경의 증상을 진단했다.

매너가 좋지만 잘 웃지 않는다. 감정 표현, 특히 긍정적인 표현에 박하다. 일에 있어 완벽주의자이고 까칠한 발언을 참지 않는다. 어려운 일은 말없이 혼자 감당하려고 한다.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충동성과 과격성을 보인다. 눈동자는 착해 빠져가지고 불행하게 살기로 작정한 박도경의 프로필이다. 이 짧은 프로필에 의지해,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마다 온‧오프라인에서 터져 나오는 “박도경은 왜 이리 답답한 거냐”라는 한탄에 답해보기로 한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시작해보자. 도경의 아버지는 자상했지만, 아내의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감정적 허기와 공허감을 남편 탓으로 투사하는 아내와 다투기보다는, 녹음을 핑계로 가끔 집에 들어오는 것을 택했다. 자식보다 자신의 욕망이 중요한 어머니와 다정하지만 회피적인 아버지. 도경은 불안하고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아버지와 소리를 녹음하러 다니며 나눈 시간들이 유년시절의 유일한 좋은 기억이겠지. 그러나 함께 갔던 마지막 녹음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마저 끝이 나고 만다. 네 목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던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소년은, 아버지가 얼마나 그립고 미웠을까.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힘을 빼고 살라’던 아버지의 충고와 반대로 이를 악물고 살아가는 일뿐이다. 절대로 아버지처럼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기를 쓰면서. 소년은 자라서, 소리에 대해서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까칠한 음향 감독이 된다.

도경의 어머니는 욕망에 솔직한 듯하지만, 자신의 감정과 불안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다. 주목을 받기 위해 외모를 이용하고 유혹적으로 행동하지만, 실제 인간관계는 피상적이다. 그녀에게는 아들마저도 위로하고 품어줄 대상이 아닌, 이해받고 지원받고 싶은 대상이다. 도경은 누구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딱하고 싫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어머니를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그를 짓눌렀을 것이다. 그래서 단호한 그는 어머니에게만 약하다. 빤한 거짓말과 감정적 협박에도 번번이 문을 열어주고 돈을 내어준다. 그도 소통을 위해 노력하기를 포기하고 묵묵히 혼자 감당하는 쪽을 택한다. 어머니의 감정 기복에 피곤해질수록, 그는 점점 표현에 박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런 도경이 ‘예쁜 오해영’(전혜빈)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긴 고독 속에 살아온 그였기에 그녀가 꼭꼭 숨겨온 외로움을 알아보았을 것이고, 이를 말하지 않음으로써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었을 것이다. 그녀가 말도 없이 떠났을 때, 그는 제일 먼저 근처 응급실부터 찾아본다. 아버지의 죽음이 그에겐 여전히 현재형의 상처인 것이다. 그는 가장 사랑하던 존재와의 이별을 재경험하고 끝없이 절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불운한 우연과 이상한 예지 환각을 통해 ‘그냥 오해영’(서현진 이하 해영)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미안했을 것이고, 그저 짠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처음 본 도경 앞에서 자신의 상실과 상처를 드러내고 슬퍼하는, 남다르게 용감한 여자이다. 게다가 옆방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꾸며내지 않은 삶의 소리들은 서서히 그의 외로움을 흔들고 마음을 파고든다. 그러나 아버지를 잃고, 약혼녀도 잃고, 실수로 그녀의 약혼자까지 잃게 한 도경은 그녀를 밀어낸다. 그는 이러한 어둡고 복잡한 양가감정을 다루는 데 능하다. 마음은 괴롭고 아파도, 입을 꾹 다물고, 나만 나쁜 놈이 되어, 견디면 된다. 피해자인 한태진(이재윤)에 대한 도경의 폭력적인 행동은 합리화될 수 없지만, 해영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꾹꾹 눌러 앉히다 보니 경쟁자를 향해 기이하게 폭발했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리고 해영과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상처도 돌아본 그가 처음으로 내지르는 자기 목소리일 수도 있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어떻게 그렇게 떠날 수가 있냐고. 사랑했는데 어떻게 그러냐고.

철벽 하나는 자신 있는 도경에게 해영은 호적수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햇살처럼, 다정하고도 집요하게, 그의 본심을 불러낸다. 평범하지만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큰 그녀는 끈질기게 사랑을 믿는 사람이다. 동생과 다툰 후, 아버지와의 이별을 떠올린 그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 와 달라”고 처음으로 말하는 장면을 보면 그녀의 유능함을 실감할 수 있다. 도경의 애착유형은 회피형이고, 해영은 상대적인 안정형이다. 그녀는 그에게 필요한 것을 안다. 누군가 소중해지면 그 사람을 잃게 될까 봐 작은 표현조차 못 하는 그에게 그녀는 기꺼이 쉬운 여자, 안아주는 사람이 되어준다.

그들은 지금 최악의 갈등상황에 와 있다. 도경은 진중한 남자다. 한 마디 한 마디 모두 진실만을 담고 싶고, 필요 없는 말은 하기 싫다. 이미 준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알기에, 변명할 수도 없고 변명하기도 싫다. 상실이 두려운 만큼, 상대에게도 상실을 안겨주기 싫다. 그러나 서로가 많이 지친 상황에서 그의 조심스러움과 아낌은 그녀에게는 상처가 된다. 그럼 도경은 어떻게 해야 나아질까. 일단 그에게 쏟아지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살펴보자.

“사람들이 형 존경하는 줄 알지. 다 욕해. 그렇게 어금니 꽉 깨물고 살아서 뭐하게.” (박훈)
“왜 참니. 참아지니. 좋으면 좋은 거지, 뭘 그렇게 재니.” (해영)
“미안하단 말로 되냐. 사랑한다, 죽도록 사랑한다 그러고 꿇었어야지….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알아. 좋아하냐는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 한 번 시원하게 못 하는데. 뭘 재. 왜 재. 넌 왜 그렇게 꽉 틀어막고 사는 거냐.” (진상)

지금 도경을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하는 이상 증상, 갑자기 해영과 관련된 근 미래의 영상이 보이는 증상은 언젠가 올 헤어짐이 두려워 자기 마음을 조금도 내놓지 못하는 이 남자에게 모든 사람이 하고픈 말의 가상현실적 구현이 아닐까. “너, 그렇게 네 마음 틀어막고 짜게 굴다가, 죽을 때 진짜 후회한다.” 그러니까 도경, 해영이 밥그릇에 삼겹살 올려줄 미래를 향해서, 용기를 내어 걸어가 보자.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무것도 보장해줄 수 없지만, 마음은 표현하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실이 두렵다고 사랑을 멈출 순 없어. 그래도 정말 힘들면, 꼭 상담받아. 지금 거기 말고 좀 잘하는 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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