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아빠 음악’

2016.06.09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팝 음악계의 가장 널리 신뢰받는 이름이다. 여기에서 ‘신뢰’라는 표현은 중요하다. 인기가 높다든가, 음악을 잘한다는 것과 한결 다른 차원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는 보이밴드 엔싱크 출신으로서의 대중적 인기는 물론이고, 솔로 데뷔 이후에는 평론가들의 사랑도 얻었다. 그가 지난 14년간 발표한 4장의 앨범은 팝 음악이라는 영토를 굳건히 지키면서도 흑인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담았고, ‘팝의 지평을 넓히고 한계를 시험한다’는 찬사를 얻었다. ‘2000년대의 마이클 잭슨’이나 ‘팝의 왕자’라는 별명은 덤이다.

그가 지난 5월 초 공개한 ‘Can’t Stop the Feeling’에 대한 엇갈린 반응도 그에 대한 ‘신뢰’를 배경으로 한다. ‘Can’t Stop the Feeling’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기분 좋은, 자극적인 사운드 없이 잘 다듬어진 디스코 팝이다. ‘히트곡 만들기’가 특기도 아닌 직업에 가까운 맥스 마틴의 손길은 여전히 매끄럽다. 햇살을 찬양하고 춤을 추자고 말하는 노래는 자연스럽게 손뼉을 유도한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유명인사와 배우들이 그런 것처럼. 아마 여름 내내 이 노래를 듣게 되어도 그다지 불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스틴 팀버레이크라는 이름 아래 기대한 음악이 아니라는 평도 따라온다. 확실히 평이하고 안전한 팝 넘버는 굳이 그가 아니어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제시카 비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아버지가 된 것 때문에,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아빠 음악(Dad Music)’, 우리 식으로 말한다면 ‘아재 음악’을 한다는 불평까지 나온다. 사실 이 노래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트롤]의 OST 수록곡이고 그가 영화에 목소리로 출연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존의 음악적 흐름과 별개의 1회성 시도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정이다. 심지어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이 곡으로 무려 9년 만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 화제가 되었지만, 그가 차트 성적에 목을 매는 절박한 아티스트도 아니다.


그래서 이 노래가 2016년의 ‘Happy’라는 평이 재미있다. 건강한 이미지의 아쉬울 것 없는 팝 스타가 애니메이션 OST 수록곡이라는 자유로운 배경 아래 만든, 천진난만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밝은 노래가 비슷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정상적이고, 들을 수 있는 노래’라는 평이나, 그에 덧붙여 ‘여자 이야기, 돈 자랑 말고 다른 게 듣고 싶다’는 반응은 두 노래가 대중적으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 알려준다. 요컨대 두 노래는 ‘무해함’이라는 가치를 공유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족, 친구, 연인 등 누구와 함께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 ‘무해함’이라는 가치를 음악적으로, 평론의 시각에서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가치가 주목받고 인기를 누리는 상황은 별도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팝 음악에서 흑인음악과 전자음악이 연이어 지배적인 장르가 되면서 정서적으로나 청각적으로 피로함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노래가 있고, 그 노래가 넘버 원 싱글이 된다면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테니까. 국내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몇 년 전부터 거의 ‘장르’가 되다시피 한 ‘봄노래’의 유행과도 유사할 것이다. 강한 자극을 노리는 아이돌과 힙합의 공세 아래에서 ‘봄노래’는 말 그대로 무해하지만, 널리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뮤지션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경쾌함이나 따뜻함이 필요하지만, 그 정서를 애써 강조하여 민망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무해함’이 혹은 ‘봄노래’가 유행이라 한들 누구나 비슷하게 만들어 인기를 얻을 수는 없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선택을 게으르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이유다. ‘아빠 음악’은 아무나 만들 수 있지만, ‘아빠와 함께 들을 수 있는 노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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