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노희경 작가 추천 영화제

2016.06.08
먹는 것을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 준다는 이가 있었다. 그것은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좋아하는 영화는 당신을 닮았거나 당신이 닮고자 하는 무엇이다. 노희경 작가에게도 그 명제는 유효하다. 다음은 그가 만드는 이야기들처럼 마음 한구석을 뜨듯하게 덥혀주는 영화들이다.

[헬프], 절망의 한복판에서 들려온 구조 신호
6/8(수) PM 10:00 채널CGV


흑인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대. 백인 아이를 키우고, 백인 가정의 살림을 돌보는 흑인 가정부들에게 차별과 모욕은 일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프]를 보며 웃을 수 있는 건 이 심지 굳은 ‘헬퍼’들 덕분. 눈물 흘리는 대신 당당하게 써 내려간 이들의 이야기에선 섣부른 위로보다 우렁찬 구조 신호가 들린다. 특히 마을에서 소외된 셀리아(제시카 차스테인)와 주인집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해고된 미미(옥타비아 스펜서)의 만남은 든든하다. 요란한 비극 한복판에서도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닭을 튀길 때면 세상이 조금은 살 만하다는 미미의 단단하고 유쾌한 기운은 셀리아에게도,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치느님’만큼이나 강력한 구조대원이 되어준다.

[언터처블: 1%의 우정], 우정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

6/15(수) PM 10:00 채널CGV


“인정하지 않으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모든 드라마는 갈등이라고 하지만 갈등을 넘어선 또 다른 메시지들이 있거든요.” 노희경 작가의 말처럼 [언터처블: 1%의 우정]은 갈등과 그것을 넘어선 화해를 그린 드라마로서 굉장히 익숙하다. 갈등은 낯설지 않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화법 또한 친근하다. 마침내 다가오는 해피엔딩까지,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 방식이 예술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삶이라는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백만장자(프랑수아 클루제)와 실업자(오마 사이)는 서로를 구해낸다. 그것은 우정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관계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작용이라는 것을 한 번이라도 친구를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글로리아], 아무 것도 늙지 않아요

6/22(수) PM 10:00 채널CGV


“우리나라에서 50, 60대 여자를 그렇게 끊임없이 쫓아간 영화가 없어요. 다른 데서는 어떤 것들을 새롭게 탐구하기 시작했는데 우린 뭐하지? 그 나이의 여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몰라요. 신기했어요. 엔딩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비 오는 날 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여자들이 보면 좋을 거고.” 중년 여성의 삶과 욕망.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를 리얼함으로 돌파해가는 [글로리아]는 생물학적인 나이의 무용함을 배우 폴리나 가르시아를 통해 보여준다. 그가 안경을 벗고 거울 앞에 앉을 때, 피곤한 몸을 싱글클럽으로 의욕적으로 이끌 때 우리는 그 나이대의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여전히 사랑할 수 있지만 반대로 위엄을 잃지 않고 사랑을 끝낼 수 있는 글로리아에게 2013년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필로미나의 기적], 기적을 품은 얼굴

6/29(수) PM 10:00 채널CGV


[필로미나의 기적]은 인류사에서 손꼽힐 정도의 악행을 고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순진하다고까지 할 정도로 영화는 비극을 지나쳐 그것을 받아들인 기적 같은 여인에게 집중한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주디 덴치의 얼굴을 가만히 잡는 장면이 정말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감정 대사들이 별로 없어요. 이해가 가요. 주름이 너무 좋아요. 그러니까 예쁜 사람은 10분 보고 있으면 지겨운데 주름은 10분을 보고 있어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간이 가요. 삶의 깊이라는 게 주름으로 표현되는 게 이런 거더라구요.” 아일랜드의 비인간적인 정책 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강제로 입양 보내야 했던 필로미나(주디 덴치)에게 기적은, 그에게 모든 비극을 안겨줬던 이들을 용서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을 군더더기 없이 보는 이에게 전달한 것은 바로 세월의 흐름을 품고 있던 주디 덴치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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