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뮤직뱅크] 1위로 가는 길

2016.06.08
가요 순위 프로그램 KBS [뮤직뱅크]의 순위 집계 기준에는 ‘방송횟수’가 있다. 뉴스를 제외한 KBS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거나, 잠깐 BGM이나 뮤직비디오로라도 노래가 나오면 방송횟수에 집계된다. 프로그램에 가수를 출연시키거나 노래를 집어넣는 것은 당연히 제작진, 더 나아가서는 방송사의 권한이다. 그리고, 순위 집계에서 방송횟수의 비중은 20%로 ‘디지털 음원’(65%)보다는 적지만 ‘음반’(5%)·‘시청자 선호도’(10%)를 합친 것보다 많다. 나머지 부분에서 압도적인 1등이 아니라면, 방송횟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1등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방송사가 가수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방송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뮤직뱅크] 1위는 어렵다.

KBS [생방송 아침이 좋다]는 월~목 오전 7시·금요일 오전 6시에 시작하지만, 많은 인기 아이돌들이 출연해 노래를 한다. 이에 대해 여러 아이돌 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A씨는 “하루 종일 녹화했는데 ‘병풍’처럼 얼굴만 잠깐 나와도 노래가 나오면 출연할 수밖에 없다. 노래를 할 수 있는 아침 프로그램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하면 행사나 CF 출연료가 올라서만은 아니다. 인기 걸 그룹의 소속사 관계자 B씨는 “요즘에는 기업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가졌기에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했다고 무조건 돈을 더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획사 입장에서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은 된다”면서 “그보다 1위는 팬덤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팬덤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가수의 열성적인 팬덤이 차트 성적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미 팬덤 문화의 한 부분이 됐다. 음원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을 반복해서 스트리밍 하거나, 음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음반을 여러 장씩 사는 경우도 있다. 전체 대중에 비하면 이런 팬의 숫자는 소수다. 그러나 보이 그룹 방탄 소년단은 최근 발표한 스페셜 앨범 타이틀 곡 ‘불타오르네’가 발매 직후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첫 주 음반 판매량 역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 결과 출연한 모든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다. 그만큼 차트가 팬덤의 숫자와 집중력을 증명했고, 이 팀은 이른바 ‘대세’라는 인증을 받는다. 팬덤이 노력해서 좋아하는 가수를 1위로 만들었다는 서사. 그래서 1위는 가수뿐만 아니라 팬덤에게도 눈에 보이는 보상이고, 음원과 음반, 여기에 문자 투표까지 더해지곤 하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는 가장 난이도 높은 미션이다. 아직 1위를 해본 적 없는 아이돌이 1위를 할 경우 하겠다는 공약으로 팬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은 마치 선거 운동에서 지지자를 모으려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지난주 [뮤직뱅크]의 시청률은 0.9%다. 음악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원하는 가수의 무대만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매우 낮은 수치다. 지난 5월 27일 [뮤직뱅크]에서 걸 그룹 트와이스와 AOA의 순위가 바뀐 것 같은 사건이 아니면, 대다수의 사람은 누가 1등을 했는지 관심이 없다. 애초에 문제가 된 음반 판매량 집계치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이돌의 팬덤이었다. 아이돌과 팬덤은 마치 선거 운동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하게 노력하고, 한국의 음악 산업은 이 에너지를 해외까지 확장해 더 많은 팬을 확보하며 돌아간다. 순위 프로그램은 이런 동력을 모으는 발전기 역할을 했다. 반면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하는 지상파에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효용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KBS는 이 간극 안에서 순위 집계 방식을 통해 아이돌과 그들의 소속사에게 더 많은 협조를 요구한다. 팬덤을 결집시킬 무대가 필요한 아이돌과 소속사는 대부분 그것을 받아들이고, 팬들은 짜증나는 일이 생길지라도 좋아하는 가수의 1위를 응원한다. [뮤직뱅크]를 비롯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문제는 순위 집계를 잘못했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사소한 부분이다. 지금 가요 순위프로그램은 열성적인 팬의 열성을 전제로 돌아간다. 틈만 나면 한류의 대표주자로 K-POP을 끌어들이는 지상파의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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