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관행’이라는 새로운 회화 기법

2016.05.30
최근 몇 주처럼 이토록 한국 미술계에 뜨거운 관심이 집중된 적도 거의 없었던 듯하다. 근래에 알려진 가수 조영남의 이른바 ‘대작’ 사건 이야기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연일 새로운 소식이 등장하는 가운데 알려진 바처럼 조영남이 ‘콘셉트를 알려준 대로’ 작업을 해 일종의 ‘납품’을 한 것이 송기창 화백 이외에도 2~3명은 더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한다. 물론 조영남은 ‘대작이 미술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관행’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OEM처럼 작품을 맡긴 작가들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관행’이 있다면, 그것은 명백한 잘못일 뿐이다.

물론 조영남의 그림이 호당 20~30만 원(1호는 엽서 한 장 정도의 크기)에, 본인이 요구한 거래가가 호당 40~50만 원에 이르는 것은 조영남의 유명세가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정도의 가격은 권위 있는 공모전에서 수상해 최소 10여 년간은 작가 생활을 하며 순수하게 작품만으로 국내외에서 명성을 쌓아 가고 있는 작가들 작품에 견줄 만하다.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은 작가로서의 데뷔도 일반 작가 지망생들보다 수월하고, 본인 작품이 언론에 노출되고 거래의 우선순위를 차지할 확률도 인지도가 낮은 작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리하여 작품이 하나둘씩 팔려가며 구매자의 수가 증가하게 되면, 굳이 객관적 잣대라는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작품 가격이 상승될 수 있다. 그만큼 연예인 조영남의 이름값이 그림 가격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조영남의 그림이 높은 가격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나름의 독창적인 화법을 구사해왔다는 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지나치게 아마추어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연예인들과 차별화된다는 반응을 얻었고, 그의 그림은 다른 연예인 화가들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그 점에서 조영남의 그림을 누가 그렸느냐는 것은 그림의 가치와도 직결된다. 조영남은 송기창 화백 등에게 그림당 원가 10만 원 정도에 본인이 원하는 콘셉트대로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것을 관행이라 했다. 이것은 마치 주문에 따라 만들어지는 공산품 생산 과정 같기도 하지만, 그의 그림이 원가의 100배 이상의 부가가치가 붙는 것은 작품에 담긴 그 나름의 작풍이 존재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논란이 될 일도 아니었다. 지금도 수많은 국내 동시대 회화 작가들이 자신의 화법 및 작풍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미련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회화에서 작가에게 요구하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조영남이 말한 ‘관행’은 회화가 아니라 개념 미술에서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죽음’을 테마로 다양한 동물이 박제된 모습을 전시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역시 동물을 누가 구하고, 누가 박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작품에 담겨 있는 의미와 그것을 예술적 상징으로 치환하는 방식이 누구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회화는 작가가 콘셉트를 제공한 것이 초기 작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작업 과정을 조수에게 맡기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보기 힘들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고흐의 작품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고유한 작풍이, 다른 누군가가 그를 대신해 만든 것이라면 과연 그 작품들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조영남은 본인 스스로 ‘화수(화가+가수)’라 칭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해 왔다. 그래서 혹시 그는 회화와 개념 미술이라는 장르 또한 복합적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그러한 작업 방식을 취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조수를 쓴다는 사실부터 공개하고, 조수를 써서 그림들을 완성하는 것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어야 한다.

지금껏 순수하게 본인의 작업이었다고 공표해 온 조영남의 잘못이었는지, 애초에 인지도 높은 연예인의 미술 작품 가격에 너무 관대했던 미술 시장의 잘못이었는지, 그 근본 원인은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림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는 연예인들의 작품에 얼마나 그 자체로서의 온전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다음에는 좀 더 긍정적인 이슈로 대중이 국내 미술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헬레나 유(유수연)

헬레나앤코라는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 및 유통판매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 명보 아트 페스티벌·서울국제공예아트페어의 조직위원으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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