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손예진 영화제

2016.05.26
예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한 번도 같은 얼굴이었던 적도 없다. 조금이라도 달라지기 위해 매번 분투했던 손예진의 영화 4편을 모아봤다.

멜로 여왕의 노하우
[아내가 결혼했다] 6/24(목) PM 10:00 채널CGV
[오싹한 연애] 6/17(목) PM 10:00 채널CGV


멜로 장르에서 손예진은 오랫동안 두각을 나타내왔다. 그는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을 필요로 하는 신파나 유머 감각을 갖춰야하는 로맨틱 코미디 모두에서 활약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수진으로 눈망울 가득 눈물을 담고 있을 때나 [작업의 정석]에서 뻔뻔한 작업 고수로 밀당할 때나 손예진은 언제나 사랑스러웠다. 그렇기에 박현욱 작가의 파격적인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영화화하기로 했을 때 손예진은 꼭 필요한 카드였을 것이다. 자유로운 연애를 조건으로 달고 결혼한 후에도 다른 남자를 사랑하길 멈추지 않는 인아는 남성 관객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한 인물. 그러나 손예진이 속 터져 죽겠다는 남편을 앞에 두고 “난 그저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 건데”라며 떼쓸 때, 머리를 넘기며 “저희 집에서 커피 한잔 하고 가실래요?”라고 물을 때 그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뜻하는 ‘폴리아모리(polyamory)’가 수긍될 정도로 [아내가 결혼했다]에는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잘 정리되어 있다.

[오싹한 연애] 역시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를 접합시키는 실험적인 시도 아래 든든한 보루가 필요했고, 그것은 손예진이었다. 귀신이 따르고 귀신을 보는 여리는 세상과 단절된 캐릭터. 자신의 특별한 능력 때문에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야 하고, 친구들과도 전화로만 만날 수 있다. 또래의 평범한 여성이 누리는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커다란 집에서 외롭게 지내는 여리는 기본적으로 상처가 많고 우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혼자서라도 생일 케이크를 마련하는 이벤트를 빼놓지 않고, 집 안에 텐트를 쳐서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겁에 질려 있지만 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여리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손예진은 여리의 다른 모습을 켜켜이 쌓는 동시에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답게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다. 멜로·드라마·코미디·호러 등 다양한 장르 요소들이 얽혀있는 영화에서 길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오싹한 연애]는 300만이 넘는 관객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믿고 보는 손예진의 탄생
[공범] 6/2(목) PM 10:00 채널CGV
[타워] 6/10(목) PM 10:00 채널CGV


손예진이 출연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는 모두 19편. “손예진에게 저런 면이 있었어?”라는 색다른 즐거움을 주길 원했던 그는 멜로·스릴러·액션·코미디·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횡으로 누비고, 애니메이션 영화의 목소리 연기부터 블록버스터 합작 영화까지 덩치가 다른 제작 규모를 종으로 오르내렸다. 매년 한 편의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추가해온 그는 꾸준히 손익분기점을 초과 달성한 몇 안 되는 배우다. “홈런은 드물어도안타는 계속 쳐왔다”는 자평처럼 거대한 자본이 투여된 블록버스터에서도, 중급 규모의 멜로 영화에서도 손예진은 늘 안정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보증수표다.

그중에서도 제작비 100억 원대의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는 손예진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 108층 초고층 빌딩 타워스카이에서 벌어진 사상 최악의 화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손예진은 하얀 재킷이 새까맣게 탈 때까지 뛰고 굴렀다. 물을 피하면 불이 덮치는 현장의 기억은 고생스럽기보다 즐거웠다고. 설경구·김상경 등 많은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사이에서 오히려 마음은 편했고, 몸을 움직이는 연기의 재미에도 눈을 뜬 그의 경험은 자연스레 다음 블록버스터로 이어졌다.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긴 [타워]에 이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는 그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천만 영화 [명량] 못지않은 800만 스코어를 기록했다. [타워]가 육체적으로 험난했다면 [공범]은 감정적으로 끝까지 갔던 영화. [공범]에서는 손예진은 홀로 자신을 힘들게 키워온 아버지를 유괴범으로 의심해야 한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합리적인 의문 사이에서 실제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로 몰입했던 그의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성취가 되었다. SBS [연애시대]에 이어 다시 한 번 부녀로 만난 김갑수와 함께 노련하게 긴장과 반전을 쥐락펴락한 그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극 중 대사처럼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진한 감정을 제대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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