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평범해진 라디오헤드

2016.05.26
라디오헤드의 아홉 번째 앨범 [A Moon Shaped Pool]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비로소 평범’하다. 라디오헤드는 지난 10여 년간 음악과 음악 산업에서 마치 미래에서 온 듯한, 혹은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존재였다. 이들은 2007년 [In Rainbows]를 스스로 유통하면서, 소비자 스스로 가격을 입력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음원과 불법 공유·음반 산업의 붕괴가 누구나 볼 수 있던 표면적인 현상이라면, 라디오헤드는 그 안에서 음악에 대한 아티스트의 소유권과 그것을 행사하는 자유를 읽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현실화했다. 요컨대 이들은 선지자이자 혁명가였고, 역사는 이들이 밝힌 길을 따라갔다. 이제 깜짝 발매·비밀스러운 티저·유통경로 제한은 보편적인 전략이 되었다.

음악은 어떨까? [A Moon Shaped Pool]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 중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OK Computer] 이래로 들어왔던 조각들을 앨범 전체에서 찾을 수 있다. 마치 노래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잔뜩 만들어 놓은 다음, 레시피를 바꾸며 조합하고 정교하게 다듬어낸 결과물과 같다. 이제 이들에게 팝적 감성이 넘치는 멜로디와 실험적 사운드를 아무렇지 않게 섞어내는 작업은 감각이 아니라 숙련의 단계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이 숙련은 감상자와 음악 산업에도 해당하는 것이어서 ‘악기로서의 스튜디오’라는 단어 자체는 유행이 지나가 버린 사어가 되었지만, 개념은 지극히 보편적이다. 라디오헤드는 그 개념을 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의 아트 록 밴드’라는 표현과 ‘록이 맞느냐?’ 질문 사이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제 세상의 속도가 비로소 이들을 따라잡은 듯 보인다. 그리고 이들 스스로도 그것을 알고 조금은 편안해진 듯하다. 혹은 한때 그 시절의 시각에서 매우 급진적인 방법을 택했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체와 평론가들이 먼저 음악을 접하고 그에 대한 평가가 일반 소비자들의 감상을 미리 정해버리는 상황에 반발하여 유통방법의 혁신을 고민했지만, 이제 전문가와 소비자의 정보 격차가 사라진 시대가 온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A Moon Shaped Pool]를 둘러싼 활동 양상이 과거보다 보편적인 양상을 띠는 것은 타협보다 ‘친절’로 보인다.


라디오헤드는 앨범에 앞서 ‘Burn The Witch’와 ‘Daydreaming’의 싱글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상식적인 앨범 발매 활동을 했고, 두 곡은 스포티파이 같은 일반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들을 수 있다. 모든 팬은 [A Moon Shaped Pool]의 트랙리스트가 공개되었을 때 비명을 질렀다. 20년이 넘도록 정식 녹음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True Love Waits’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파리 공연에서 2009년 이래 처음으로 ‘Creep’을 불렀다. 많은 밴드가 자신들의 가장 유명한 노래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톰 요크가 ‘Crap’이라 부르고 그보다 심한 말을 얼마든지 남겼던 노래다.

최근 활동에서 어떤 이들은 팬들에 대한 ‘감사’를 느꼈다고 말한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라디오헤드의 팬들은 신보가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밤에 자다가도 깨서 혹시나 앨범이 불쑥 공개된 것은 아닌지 체크하고 잠이 드는 사람들이다. 톰 요크는 이제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한동안 그럴 필요가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동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비로소 평범’해진 밴드의 신보가 편안하게 들리고, 익숙하지만 더 좋은 무엇을 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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