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신 2]│① 양아치생태보고서

2016.05.24
“기억은 나니 천사를 사바사바~ 지금 니가 하는 건 그냥 싸바싸바~” Mnet [음악의 신 2]에서 전지윤이 이상민을 향해 내뱉은 디스 랩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을 관통한다. 까마득한 과거의 영광과 구차하기 그지없는 현재. 2012년, 모든 것을 잃은 데다 미래까지 없어 보이던 이상민을 나락에서 구제했던 시즌 1에 이어 4년 만에 돌아온 [음악의 신 2]는 여전히 독한 농담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것은 진실이다.

“돈이 먼저야, 사람이 먼저야?” 호기롭게 묻지만 아직도 빚이 ‘69억 8천만 원’인 이상민은 돈이 먼저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이상민에게는 둘 다 없다. 그 대신 가진 건 허세, 먹은 건 나이뿐. “90년대 마이더스의 손이었던 나. SM, YG, JYP 다 내 발 밑”이라며 찬란했던 옛날을 회상하지만 1994년에 데뷔한 가수 겸 망한 사업가는 1991년에 태어난 아이돌의 인기에 얹혀 가려 애쓴다. 연예계 ‘짬밥’ 외엔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주제에 아쉬운 소리 할 때조차 인생 선배 행세를 하는 그의 앞에서 티 나게 억지 미소를 짓던 후배들은 마지못해 깍듯하게 굴다가 뒤돌아선 저렇게 살지 말자고 다짐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설정인가,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무엇이 연기인가. [음악의 신]은 이 모든 것을 뒤섞어 만든 거대한 농담의 세계다. 시즌 1 이후 tvN [더 지니어스] 등에서의 활약으로 그를 찾는 방송은 많아졌지만, 도박 혐의로 3년 자숙하다 복귀한 탁재훈과 손잡고 LTE(Lee & Tak Entertainment)를 세운 이상민은 여전히 뻔뻔한 사기꾼이다. 탁재훈의 출연을 거절한 MBC [일밤] ‘복면가왕’에 앙심을 품은 이상민이 ‘아는 형님’인 대한가수협회장 김흥국에게 ‘복면가왕’을 징계해야 한다며 짐짓 정의로운 척 꼬드기는 광경은, 원하는 걸 내주지 않으면 권력에 빌붙어서라도 해코지하려는 전형적인 양아치들의 패턴을 보여준다.

자신보다 잘나가는 인물에겐 냉대당하고, 못 나가는 사람은 무시하면서 어느 쪽에든 빨대 꽂을 틈만 노린다. Mnet [프로듀스 101] 출신 연습생들과 17년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연습은 나이트클럽에서 하라고, 정산은 3년 뒤에나 해줄 거라고 관용을 베푸는 척하던 이상민은 자신이 제작했던 그룹 디바 멤버들로부터 과거의 무능과 악덕을 폭로당하자 쩔쩔맨다. [음악의 신]의 박준수 PD가 연출한 [방송의 적]의 이적 역시 졸렬한 지식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을 풍자했지만 국내 굴지의 카드사 광고 모델에, 커리어와 사생활 모두 별다른 굴곡이 없는 엘리트 남성의 ‘일탈’은 쇼를 넘어 현실과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윤종신을 야심 강한 거물 프로듀서로 내세워 드라마적 설정을 강화했던 [엔터테이너스]는 아예 외면받았다.

그러나 곧 죽어도 골프는 쳐야 하고, 그래서 외상으로 스크린 골프 연습장을 드나들며, 심지어 연예인이라고 유세까지 부리는 이상민은 홍상수의 영화 속 남자들처럼 진정성 있게 찌질하고 징글징글하게 우습다. 빤히 보이는 욕망에 얄팍한 미사여구와 억지 거대담론을 끌어다 붙이는 그는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 개똥철학을 늘어놓으며 스스로 한껏 도취된다.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고영욱이나 신정환에 대한 가벼운 언급을 비롯해 서로의 사생활과 치부를 둘러싼 농담들은 종종 위험수위를 넘어가지만, 고전 ‘짤방’부터 최신 인터넷 밈까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B급 유머의 파도는 이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버린다. 무엇보다 모든 캐릭터가 나름대로 괴상함에도 언제나 제일 한심한 건 이상민이고, 이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건 주인공 그 자신뿐인 이 쇼는 지금 한국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막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동시에 철저히 계산된 호흡으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차마 무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부할 수 없이 강렬한 불량식품 같은 맛, 이상민의 존재 자체로 살아 있는 길티플레저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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