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파워게임이라는 감옥에서 온 초대장

2016.05.25
[Q]
창작 초연│2016.05.10 ~ 07.03│아트원씨어터 2관
작·연출: 요세프 케이│배우: PD(김기무·이준혁·주민진), 싱페이(김승대·임철수·강기둥), 교도소장(김준겸·차용학·조훈), 검사(고훈정·김이삭·박형주)
줄거리: 수많은 어린아이를 납치해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 싱페이가 자수한다. 한 스타 PD는 ‘모두가 그를 증오하며 또한 그를 보기 원한다’는 말과 함께 교도소장과 검사를 매수해 생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각자의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은 살인마와 함께 리허설을 시작하게 되는데….

★★★☆ 파워게임이라는 감옥에서 온 초대장
‘악이 선이 되고 선이 악이 된다’는 홍보 문구처럼 [Q]는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각기 다른 목적의 네 사람이 벌이는 파워게임에 집중한다. ‘연쇄살인범과의 리얼리티 생방송’은 연쇄살인범·PD·교도소장·검사의 관계를 수시로 전복시키고, 선과 악에 대한 딜레마는 모두를 옥죈다.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카메라 안과 밖의 상황을 동시에 지켜보는 관객 역시 이 게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캐릭터들의 욕망과 반전은 익숙하고 때때로 플롯의 많은 부분이 비워진 채 흘러가지만, 독특한 형식과 권력의 전복이 제법 흥미롭다. 큰 줄기를 따라가되 순간의 변화에 집중하는 방식으로의 관극을 추천한다.

Format: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세계를 향한 블랙코미디
연극 [Q]는 극장에 설치한 7대의 카메라로 90분간 벌어지는 일을 촬영해 4개의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무대에서의 촬영은 주로 전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장치로 쓰이지만, [Q]는 촬영된 영상과 실제 상황을 한 공간에 전시함으로써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반문한다. 아직은 앵글과 편집에 의해 달라지는 영상 매체의 특징을 아주 완성도 있게 구현해내고 있지는 않지만, 카메라 안과 밖이라는 형식은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색다른 자극이 된다. 배우들은 각 인물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와 검은 욕망 사이에서 분투하며 서로 다른 2가지의 연기를 하고, 목격자이자 시청자인 관객은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이 연극을 하나의 블랙코미디이자 거울로서 소비한다. 결국 [Q]가 선택한 이 형식은 인간의 이중성, 선과 악의 모호함,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표현하기 위한 방식인 셈이다. 특히 촬영 영상은 테스트를 거친 후 6월 중 외부로 스트리밍될 예정이라 하니 관극의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Localizing: 한국의 특수성이 살아 있는 대본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형식에 비해 인물들의 욕망과 반전이 아주 새롭지는 않다. 관심에 목마른 연쇄살인범은 살인 그 자체를 즐기고, 교도소장에게는 돈이, 검사에게는 출세가, PD에게는 시청률이 중요하다. 대신 작·연출인 요세프 케이가 2년 전 뉴욕에서 올렸던 쇼케이스 대본을 재창작에 가까울 정도로 수정·보완한 이번 버전에는 한국적 특수성으로 가득하다. 생방송을 준비하는 PD의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잖아. 대한민국에서는 익숙하지” 같은 대사에는 씁쓸함이 먼저 들고, 일면식도 없는 아이를 잔인하게 죽이고도 태연한 연쇄살인범에게는 분노가 치민다. 특히 협박과 회유·폭력이 난무하는 공간에서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의 목적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이들은 수시로 변화하는 권력을 경어와 평어로 구분되는 한국어, 지위를 나타내는 호칭 등에 투사한다. 교도소장과 PD는 선·후배로 엮여 있고, PD는 검사를 “영감님”이라 부르며 그의 욕망을 자극한다. 생명을 담보로 한 협상은 교도소장이 연쇄살인범에게 극존칭을 쓰는 상황까지 만든다. 직접적인 폭력보다 은연중에 내재된 폭력에서 더 섬뜩함을 느끼게 되는 연극.

Actor: 익숙한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
감정을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상황 탓에 파워게임이 때때로 데시벨 싸움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익숙한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과 신선한 배우만큼은 미덕으로 다가온다. [공동경비구역 JSA]·[올모스트 메인]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순박함을 역으로 이용하는 임철수의 사이코패스 연기가 인상적이며, 능청과 저속함 사이를 오가는 PD 역의 김기무는 극에 리듬감을 부여하며 관객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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