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다시 만난 서현진

2016.05.23
흙수저 로맨틱 코미디 퀸. tvN [또 오해영]에서 예쁘고, 활달하고, 돈 많은 집의 딸인 ‘예쁜 오해영(전혜빈)’과 비교되는 가난하고, 평범한 ‘그냥 오해영’을 연기하는 서현진에 대한 수식어다. 짝사랑하는 대상 박도경(에릭)에게 달려가 안길 때는 가슴패드가 튕겨져 나가고, 이별의 아픔을 탱고 음악에 맞춰 무아지경 춤으로 승화시키는 해영은 빈틈도, 상처도 많지만 유쾌하게 이겨낸다. 언제나 예쁜 오해영과 비교하지만 “내가 예쁜 오해영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나는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라는 대사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1회 2.1%이던 시청률은 6회에 6.1%(닐슨 코리아 기준)까지 올랐다.

“밀크 그만두고 무명 시절 거의 10년을 보냈고, 부모님이 이직을 권유”(tvN [택시])했을 만큼 오랫동안 풀리는 일이 없었던 아이돌 출신 배우. 2001년 말 H.O.T.·신화·S.E.S를 성공시켰던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걸 그룹 밀크로 데뷔했지만, 밀크는 SM의 역사에서 드물게 실패한 팀으로 남았다. 해체하지 않았다면 밀크의 2집 앨범 타이틀곡은 훗날 소녀시대가 부른 ‘다시 만난 세계’가 될 예정이었다. “인생이 좀 억울할 것 같은 애”라는 오해영에 대한 묘사처럼, 서현진은 “좀 억울한” 시간을 지내왔다. 그래서 그가 tvN [식샤를 합시다 2]의 수지와 [또 오해영]의 해영처럼 빛나는 시절을 한 번도 맞이하지 못한 채 30대가 된 캐릭터로 화제가 된 것은 역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10년 이상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고, MBC [짝패]·[불의 여신 정이]·[제왕의 딸, 수백향], tvN [삼총사] 등 사극에서 총명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천천히 비중 있는 배역으로 성장했다. 까 놓은 달걀처럼 깨끗한 인상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하이 톤의 높고 정확한 발음은 사극에 적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천천히 성장한 역량은 오히려 [식샤를 합시다 2]에서 허술하고 콤플렉스 덩어리인 30대 여성을 연기하자 더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또 오해영]에 이르러 서현진을 또 다른 유형의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으로 자리 잡게 했다. 만만치 않았던 20대를 보낸 배우가 매일매일이 힘든 여성을 연기하자, 비로소 특별한 존재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밀크 시절 “언제나 너의 곁에서 널 위해 살고 싶어”·“그댈 위해 살아가는 나를 기억해줘”(‘Cystal’)를 부르던 17세 서현진은 밀크 해체 이후 ‘다시 만난 세계’가 아닌 “지금 이 순간만은 겁내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돼, 또다시 우리들이 살아갈 인생의 매력인걸”(애니메이션 [이누야샤] 오프닝곡 ‘grip’)이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단아하고 정돈된 아이돌이었던 서현진은 지금 조건 좋은 남자를 버리고 다른 선택을 하고, 자신과 같은 이름의 여성으로 대변되는 어떤 기준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아이돌 시절보다 더욱 사랑받는다. 미래는 정말로 알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의 매력은 이렇게 새롭게 발견된다. 다른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았던 10여 년의 세월을 버티고 나서야.



목록

SPECIAL

image 여자의 결혼식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