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시노다 과장의 식사 그림일기], ‘취미’란에 무엇을 적을까요?

2016.05.13
2013년에 발간된 [시노다 과장의 식사 그림일기]는 여행사에 근무하는 시노다 과장이 23년간 44권의 대학노트에 기록한 식사 그림일기를 추려 모은 책이다. 그는 1990년 27세 때 지역을 옮겨 근무하게 되면서 끼니를 보다 잘 챙기려는 목적으로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NHK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고 출판 역시 진행되었다.

이 책을 한 사람의 성장기로 읽을 수도 있다. 90·91년도 그림의 획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면, 2010년대에는 자신의 확고한 스타일 안에서 스스로 어떤 묘사를 잘하는지 무척 잘 알고 있는 그림체로 발전한다. 물론 대단한 그림은 아니다. 전문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에 비하면 약점이 가득한 그림이지만 매일 쌓여 만들어진 25,000점의 양, 식사의 창고가 우리를 약점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끌어간다. 또한 개인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기획의 승리로 읽을 수도 있다. 애초에 목적이 그림일기 자체가 아니라 ‘식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짜여진 것이어서, 생활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그림이 담백한 힘을 지닌다. 자연스레 설정되었겠지만 요리와 그릇 외에 식당 모습은 전혀 그려지지 않아서 독자가 오로지 요리의 형태와 색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바로 드러나진 않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23년이라는 시간도 44권이라는 분량도 아닌, ‘사진으로 찍지 않고 기억에 의존해 그린다’는 점이 아닐까. 사진이 요리의 형태를 그대로 담아 특색 없이 모사하게 한다면, 기억은 요리의 맛과 직결되어 시노다 과장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맛있는 부분을 더 맛있게 그리고 있었겠다. 여전히 아마추어지만 유독 그의 그림이 맛깔스럽게 보이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접시의 모양, 요리의 특성과 장식을 최대한 기억하는 일은 그 개별적인 재료들의 맛 역시 더 자세히 음미하게 할 것이다. 나 자신을 ‘내가 먹는 음식들의 기억 인덱스’로 만드는 일은 모두를 신나게 한다.

2016년의 나는 서류 속 취미란에 무엇을 적어야 할까. 무엇을 적을 수 있을까. ‘독서’ 혹은 ‘영화감상’이라 적는다면 그것으로 나의 취미를 전부 설명할 수 있을까. 추상적인 분류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그럴수록 나의 정체는 누구나 보는 작품 속에 옅어지진 않을까. [시노다 과장의 식사 그림일기]를 보면서 구체적인 나의 취미를 발견 혹은 발명하는 일이 얼마나 신나는 일일지 생각했다. 확실한 취미는 우리에게 편히 오갈 수 있는 옥상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대단한 공간은 아니지만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고 적어도 그 지면 위에서는 가장 높은 곳. 집착할 수 있는 활동,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개인에게 작은 축복이다. 무의미한 활동일지언정 그것이 모이면 생활 속에 고집 혹은 징크스가 되어주고, 끝내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래서 ‘나의 취미’는 언젠가 ‘나의 언어’가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시노다 씨가 정한 방식이지만, 어쩌면 44권의 캠퍼스 노트가 그의 삶을 더 그의 것으로 지탱해왔을지도 모른다. 2011년 4월 14일의 샌드위치 그림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취미’란에 무엇을 적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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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입니다. 무명의 쓰는 사람. 책방 유어마인드와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운영합니다. [책등에 베이다](이봄)를 썼고 아직 이것이 그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새로운 책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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