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걸 그룹│② 트와이스의 콘셉트 VS I.O.I의 콘셉트

2016.05.10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했고, 인원이 많으며, 멤버들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대중적 인지도라는 무기를 이미 장착한 상태다. 이 와중에 트와이스와 I.O.I가 꺼내 든 카드는 ‘응원’이라는 키워드다. 과연 두 팀은 같은 키워드로 각자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을까. 그리고 그 결과물은 보는 이들을 설득할 만한 수준일까. 트와이스의 ‘CHEER UP’과 I.O.I의 ‘Dream Gilrs’에 대해 황효진 기자와 음악평론가 서성덕이 각각 이야기했다.


트와이스, 지금 가장 대중적인 걸 그룹의 얼굴
트와이스의 콘셉트에는 해석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CHEER UP’이라는 제목에서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것은 누군가를 응원하는 이미지이며, 트와이스의 스포티한 무대의상은 이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사실 노래의 내용이 스포츠와 거리가 멀고, 그저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 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란 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야말로 ‘응원’이라는 코스튬을 장착한 콘셉트다. 각기 다르게 예쁜 트와이스 멤버들이 야구점퍼와 크롭티, 테니스스커트 등을 입고 있는 장면은 그 자체로 건강함과 섹시함에 대한 노골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CHEER UP’의 뮤직비디오는 카메라 필터라는 장치를 통해 모든 것이 코스튬플레이에 지나지 않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떠올리게 하는 우아한 드레스 차림의 쯔위, [세일러문]처럼 요술봉을 휘두르는 사나, 청순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미나, 섹시한 전사처럼 변신한 모모까지 트와이스의 개성을 부각하는 코스튬은 보는 이들이 레퍼런스를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쉽고 직설적이다. 그리고, ‘CHEER UP’의 모든 요소에는 포인트를 부각하기 위해 나머지를 블러 처리하듯 흐릿하게 만들어버리는 전략이 적용돼 있다. 대부분의 파트는 사나의 ‘샤샤샤(Shy Shy Shy)’와 후렴구의 ‘처럽 베이비(CHEER UP BABY)’ 정도를 제외하면 한 번 들어서는 어떤 가사인지 좀처럼 알기 어려울뿐더러, 귀에 분명하게 꽂히지도 않는다. 멜로디는 밋밋하게 전개되며, 안무 역시 줄을 당기는 시늉이나 꽃받침, 양팔을 귀엽게 올렸다 내리는 등 무대용 퍼포먼스라기보다 장기자랑용에 가까워 보일 정도다. 후렴구의 센터가 지효와 나연이라는 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원하게 쭉 뻗는 지효의 고음, 깜찍 발랄한 동작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연의 모습은 트와이스가 이 노래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이다. 말하자면 ‘CHEER UP’은, 트와이스에 대한 최대 다수 대중의 수월한 접근을 유도하는 곡인 셈이다.

‘CHEER UP’의 주인공이 상대방의 접근을 기다리며 ‘밀당’하는 여성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심지어 미나는 세라복을 입고 꽃잎이 흩날리는 거리에서 수줍게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자니까 이해해주길”이라고 노래한다. ‘OOH-AHH하게’가 예쁘고 도도하고 에너지 넘치면서도 접근의 여지를 어느 정도 열어놓은 여성의 이야기였다면, ‘CHEER UP’은 여전히 예쁘고 도도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얌전해지는, 그리고 그 사람만 바라보는 여성의 주제가다. 이전보다 한층 더 수동적인 여성의 캐릭터가,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하기 쉬운 콘셉트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아홉 멤버들은 여전히 반짝반짝 생기 있게 빛난다. 뮤직비디오에 심어둔 코스튬플레이라는 장치는 트와이스가 스토리텔링 같은 것과 관계없이 언제든 이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알리바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퇴행이 그다지 좋은 신호로 보이지 않는다. 음원사이트에서 줄곧 1위를 지킬 정도로 지금 가장 대중적인 걸 그룹의 얼굴이라면 더더욱.
글. 황효진


I.O.I, 태생적 한계를 이기는 유대의
5월 4일 I.O.I의 데뷔 미니앨범 [Chrysalis]가 공개되었고, 첫 주말이 지나갔다. Mnet [프로듀스 101] 최종회 이후 약 1달 만이다. 그 사이 소녀들은 2부작 리얼리티 쇼 [스탠바이 I.O.I]에서 데뷔 준비 이야기를 공개했다. JTBC의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에서는 음원 출시 요청이 있을 정도로 화제가 된 ‘엉덩이’ 무대가 있었다. 데뷔 주말에는 KBS의 [어서옵SHOW], tvN의 [SNL Korea]·[코미디빅리그], JTBC의 [아는 형님]이 있었다. 그 외 광고 약 5건, 화보촬영은 완전체로 등장한 것만 3개 이상이다. 그리고 곧 방송될 녹화분이 몇 개 더 있고, 당연히 쇼케이스 무대와 케이블 음악방송, 그리고 각종 행사가 있었다. 지난 한 달간 I.O.I는 정말 바쁘게 지냈고, 내년 2월로 예정된 활동 기간까지 이 추세가 늦춰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아이돌 활동 기간이 그렇듯이, 짧은 기간에 정말 바쁘다는 것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1주일 동안 보고 들은 것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 전대미문의 시한부 걸 그룹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스탠바이 I.O.I] 2회에서 데뷔 콘셉트를 설명하는 장면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제시된 바와 같이, ‘Dream Girls’는 지금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에 대한 응원을 담는다. 각각의 멤버는 일종의 캐릭터를 부여받고, 그 안에서 좌절과 극복을 보여준다. 단체 군무가 운동장을 배경으로 일종의 치어리더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히 그 연장선에 있다.

이 콘셉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종 11인의 데뷔가 다른 소녀들 혹은 응원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시작한다면, 이는 ‘쉬운 선택’보다는 ‘당연한 선택’에 가깝다. [프로듀스 101]의 경쟁과 생존 서사를 이제 와 갑자기 없던 일처럼 여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아쉬운 것은 그 구현이다. 댄스·발레·리듬체조·암벽등반·펜싱·테니스·조깅(설마 육상일까?) 등 고민의 흔적 없이 예체능 선수들이 나열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응원이 아니라 약간 무시당하는 기분이다. 노래가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상상력 부족은 노래 자체도 비슷하다. ‘Pick Me’가 일찍이 그랬던 것처럼, 걸 그룹 노래 만들기를 책으로 배운 듯한 구태의연함이 안타깝다. 한 달은 너무 짧은 기간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데뷔는 지켜보게 된다. 대부분 팬들은 [프로듀스 101] 시절부터 멤버들과 정서적 공감을 유지해왔고, 그 끈끈함은 그저 갓 데뷔한 신인이 눈에 띄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요컨대 I.O.I는 서바이벌 쇼에서 비롯한 강력한 정서적 연대를 데뷔의 밑바탕에 깔고 있기에 ‘유사 연애’ 같은 관계 구축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바로, 즉시 뜨겁게 소비된다. 그래서 데뷔 주말에 [SNL Korea] 호스트가 되는 것은, 이들이 CJ E&M의 ‘금수저’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만큼 빨리 연소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환경상 무리수에 가까운 이 시도는 오프닝에서 신동엽과 유세윤을 묶어 놓는 농담으로, ‘당신이 걱정하는 것을 우리도 걱정합니다’라는 신호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대답을 듣기 어렵다.

한 마디로 지금 I.O.I는 상식적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하지만 정성은 부족한 음악과 비주얼로 데뷔하여,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무릅쓰고 모든 채널을 총동원하여 활동 중이다. 질문은 이렇다. 부족한 준비 기간과 시한부라는 태생적 한계, 하지만 서바이벌 쇼로 다져진 정서적 자산을 바탕으로 이럴 수밖에 없는 걸까? 아니면 이래도 되는 것뿐일까?
글. 서성덕(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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