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3]│① 캡틴 아메리카를 변호한다 VS 아이언맨을 옹호한다

2016.05.03
“이 논쟁에선 옳고 그름이 없다. 단순히 관점의 차이일 뿐.”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캡틴 아메리카 3])의 원작 만화인 [시빌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렇게 말한다. 영화에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대립하는 계기인 소코비아 협정은 원작의 히어로 등록법과는 조금 다르지만, 히어로의 자율성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 논쟁한다는 점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말은 [캡틴 아메리카 3]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둘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만화에서도 영화에서도 시빌 워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누구를 응원할 수 있을까. 각각의 입장에서 나온 다음의 변론들 중 어떤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캡틴 아메리카 3]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언맨, 책임과 딜레마를 나눠질 것
슈퍼히어로라는 직업의 본질은 정의가 아닌 딜레마다. 정의를 위한 폭력의 행사라는 것은 언제나 목적과 수단 사이의 괴리를 낳는다. 심지어 이번 [캡틴 아메리카 3] 초반부, 대 테러 작전 중 스칼렛 위치의 실수로 무고한 와칸다 관리들을 11명이나 죽게 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이에 대해 캡틴 아메리카는 그러한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그럼에도 정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히어로의 책무라고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태도는 고결하지만, 이번엔 캡틴이 틀렸다.

[캡틴 아메리카 3]는 어벤져스를 국제사회의 규율 아래 두는 소코비아 협정 찬반에 대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립을 다루지만 정확히는 이 둘의 대결이 아니다. 그보단 캡틴 아메리카라는 올드패션 히어로의 신념과 아이언맨이 대변하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부딪히는 것에 가깝다. 덕분에 원작 [시빌 워]에서 그러하듯, 그와 대립하는 히어로들은 아이언맨을 권력의 하수인이자 배신자처럼 대한다. 여기에는 세상에 정의로운 오지랖을 부려도 되는 히어로의 권리라는 것이 마치 원래 존재하는 것처럼 전제된다. 하지만 막스 베버가 말했듯, 근대 국가란 정당한 물리적 폭력을 독점하는 조직이다. 적어도 독재국가가 아닌 이상, 자경단 히어로란 국가의 물리적 폭력이 미흡해 악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을 때, 국가의 역할을 임시로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다. 히어로는 가장 호의적인 관점에서도 공권력의 보완재지, 대체재가 아니다.

물론 소코비아 협정이, 혹은 원작 만화에서의 히어로 등록법이 히어로 활동의 딜레마를 온전히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걱정했듯 어벤져스의 활동이 원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될 가능성도 있으며, 원작 만화에서처럼 히어로들의 선의가 왜곡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무결한 해결책과 정답이란 존재할 수 없다. 더 나은 원칙을 고를 수 있을 뿐이다. 가령 버키에 대한 대응은 캡틴이 옳았지만 당장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해서 절차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캡틴은 수많은 정치적 요소들과 뒤얽혀 어벤져스가 타락할 걸 걱정하지만, 로키와 레드 스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오히려 타락은 대의를 위해 절차적 문제를 무시하겠다는 개인의 신념에서 더 잘 발생한다. 아이언맨과 대립하던 호크아이(제레미 레너)·앤트맨(폴 러드) 등이 해저 감옥에 갇힌 건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 자체에 불만을 갖는 건 난센스다. 국가 단위의 합의를 벗어난 행동을 하면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건 스스로 초법적 존재가 되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타락의 씨앗은 어디에서 자라기 쉬울 것인가.

아이언맨은 어벤져스의 책임을 권력에 떠넘기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벤져스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더 많은 사람과 논의해 타락할 가능성을 줄이자는 것이다. 슈퍼히어로의 책임과 딜레마를 온전히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캡틴 아메리카는 여전히 영웅적이다. 반면 그 책임과 딜레마를 세상과 나눠지자고 말하는 아이언맨은 합리적이다. 영웅적인 것, 슈퍼히어로 장르에 어울리는 것, 멋있는 것은 전자일지 모른다. 하지만, 무엇이 더 옳은가?
글. 위근우

캡틴 아메리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것
“도전은 충돌을 야기하고 충돌은 비극이 된다.” [캡틴 아메리카 3]에서 비전(폴 베타니)은 슈퍼히어로가 세계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안 좋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뉴욕·워싱턴 D.C·소코비아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투들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낳았다. 슈퍼히어로 자의적 판단에 의지하기보다 UN 산하기관 통제하에 그들의 움직임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소코비아 협정에 117개국 대표가 승인했고, 아이언맨 및 다수의 히어로 역시 동참했다. 다시 말해 어벤져스는 민간조직으로 놔둬야 하는가, 공공조직으로 만들어야 하는가의 문제. 영화는 ‘자경단 vs 공권력’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조직은 의도를 가졌고 의도는 변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의 말처럼, 거대 조직은 잘못된 방향으로 어긋날 수 있고 그 여파는 슈퍼히어로 개인이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보다 더욱 치명적이다.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국제안보기관 쉴드는 나치 산하의 하이드라 세력이 조금씩 침투하다 결국 변질됐다. 초인들의 능력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쓰는, 가령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 역시 히드라로부터 세뇌를 당한 것이어서 큰 조직의 잘못된 판단이 원래 악하지 않았던 존재를 망쳐놓을 수 있다는 것을 부각시킬 뿐이다. 그리고 UN의 관리하에 활동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대량 살상 위협이 끊이지 않는 마블 유니버스의 세계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소코비아에서 벌어진 참극은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어벤져스가 제때 출동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신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입장은 엄청난 능력의 슈퍼히어로와 빌런들이 가득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특성에 따른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절차적 문제 이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해내야 한다는 슈퍼히어로로서의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슈퍼히어로의 목표가 보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라면, 캡틴 아메리카가 선택할 입장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그 자체가 슈퍼히어로의 이상 캡틴 아메리카이므로.

또한 슈퍼히어로의 정체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캡틴 아메리카의 입장은 그 자신을 포함한 동료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와칸다 국왕을 비롯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낳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버키는 제대로 된 수사를 받기도 전에 위험인물이라는 이유로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이 떨어진다. 위험한 힘을 가졌다는 이유로 조사받을 권리조차 빼앗긴 것이다. 또한 협정이 실행되기 전부터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는 구금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처해지기도 한다. 스칼렛 위치가 폭발 사고를 일으켰지만, 만약 그것을 문제 삼을 것이라면 차라리 법적인 검토를 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스칼렛 위치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또는 바깥에서 사람들이 그를 싫어할 거라는 이유로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 일반적인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소코비아 협정은 스칼렛 위치 같은 사례를 더욱 많이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아이언맨의 주장대로 개인의 판단은 잘못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상자를 ‘관리’하는 것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프로젝트 인사이트’가 보여준 바 있다. 캡틴 아메리카는 바로 그 일을 막았던 장본인이었다. 슈퍼히어로가 일반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 스스로도 삶이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하면, 캡틴 아메리카의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
글.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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