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3]│② 캡틴 아메리카의 사랑, 우정, 애증의 관계도

2016.05.03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캡틴 아메리카 3])는 무려 12명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하지만 기본적으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중 하나다. 때문에 버키와 캡틴, 아이언맨과 캡틴, 샤론과 캡틴, 블랙 위도우와 캡틴 등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를 가운데 둔 캐릭터들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뤄지며, 이들의 양상에 따라 극 중 갈등 구도가 결정된다.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와 다른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짚어보는 것은 곧 [캡틴 아메리카 3]가 보여주는 온갖 균열과 화합의 모습을 총집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캡틴 아메리카를 중심에 둔 마블 캐릭터들의 다사다난한 드라마.
 

* 이 기사에는 [캡틴 아메리카 3]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 버키 반즈, 내가 비루할 때도 알아줬던 친구
“넌 내 임무일 뿐이야.” “그럼 끝내도 좋아.” 연인 사이의 대화가 아니다. 버키 반즈/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때문에 자신이 죽을 위기에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캡틴 아메리카의 머릿속은 온통 어릴 적 친구인 그를 구해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히드라에게 세뇌당한 사이 버키가 온갖 살인을 저지르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캡틴 아메리카에게 버키는 “잡아도 내 손으로 잡아야 하는” 각별한 친우다. [캡틴 아메리카 3]에서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캡틴 아메리카의 갈등 기폭제였다고 해도 무방할 버키와의 애틋함은 과거 그들이 쌓은 깊은 인연에서 비롯된다. 지금이야 모두의 우상이지만, 1940년대 슈퍼 솔져 프로젝트에 투입되기 전 캡틴 아메리카는 허약한 몸으로 인해 동네 불량아들에게 얻어맞기도 했다. 당시 그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더블데이트도 제안하는 등 손을 내밀어 줬던 버키는 ‘내가 못 나가던 시절에도’ 알아줬던 친구인 것이다. 더군다나 과거에 좋아했던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의 죽음으로 이제 버키는 그 시절 캡틴 아메리카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다. 여기에 버키가 히드라에게 잡혀 윈터 솔져가 된 것이 자신이 과거 그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죄책감도 있으니, 캡틴 아메리카 입장에서는 목숨 바쳐 구할 수밖에 없는 친구. 헬리콥터를 타고 떠나려는 버키를 오로지 팔 힘만으로 멈춰 세울 때 부풀어 오르던 캡틴 아메리카의 압도적인 근육은, 그에 대한 사랑의 크기 같은 것이었을까.

캡틴 아메리카 - 아이언맨, 나도 네 친구야.
[어벤져스]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캡틴 아메리카에게 아이언맨은 장비 없으면 별 볼 일 없는 이기주의자, 아이언맨에게 캡틴 아메리카는 ‘구식 영웅’일 뿐이었다. 그러나 [어벤져스]에서 로키(톰 히들스턴)가 핼리캐리어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을 때 두 사람은 완벽한 팀플레이로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후 뉴욕․소코비아에서도 호흡을 맞추며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니 아무리 처음엔 티격대던 사이라도 남다른 동료애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아이언맨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버키를 감싸고도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나도 네 친구였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진한 서운함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점에서 [캡틴 아메리카 3]는 스티브를 가운데 두고 자신의 존재를 더 어필해보려는 버키와 아이언맨의 삼각관계를 그린 치정, 아니 슈퍼히어로 액션물이다.

캡틴 아메리카 – 페기 카터, 다시 돌아온 옛사랑
캡틴 아메리카가 별 볼 일 없을 때부터 그에게 관심을 준 것은 버키뿐만이 아니다. 페기 역시 허약한 신체를 타고나 비록 달리기는 꼴찌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수류탄을 끌어안았던 그의 근성을 눈여겨봤다. 물론 스티브가 캡틴 아메리카가 된 후 불끈불끈해진 근육을 만지려다가 마는 제스처를 취하기는 했지만, 달라진 외모 때문에 없던 호감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가 냉동 상태로 70여 년이 흐르는 사이 페기는 캡틴 아메리카 덕택에 살아온 병사 중 한 명과 결혼했고, 노인이 됐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이하 [캡틴 아메리카 2])에서 여전히 그때 모습으로 돌아온 캡틴 아메리카가 나이 든 페기를 다정한 눈으로 쳐다보는 장면은 캡틴 아메리카가 가진 비애를 설명하는 명장면.

캡틴 아메리카 - 블랙 위도우, 일하며 쌓인 우정
캡틴 아메리카는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옥상에서 떨어뜨리며 위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가 해줄 수는 있다. 정의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 찬 캡틴 아메리카와 속임수에 능한 스파이 출신 블랙 위도우는 일견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캡틴 아메리카 2]에서 멋진 호흡을 보여줬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은 적을 따돌리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에서 급작스런 키스도 나눴지만, 그들은 마지막 키스가 언제였는지를 가볍게 물어보는 등 다시 친한 업무 파트너의 관계로 돌아간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3]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반대 입장으로 갈리게 됐지만, 블랙 위도우는 캡틴 아메리카의 첫사랑 페기의 장례식 날 스티브를 혼자 두기 싫었다며 미국에서 영국으로 찾아오기까지 한다. 일에서 쌓인 신뢰가 서로를 이해하는 동료애로 발전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서도 독특한 관계로 묶인 경우.

캡틴 아메리카 – 팔콘, 오 마이 캡틴!
조깅 파트너. 그리고 캡틴과 사이드 킥의 관계. 전직 군인이었던 샘 윌슨/팔콘(안소니 마키)은 전쟁에 신물이 나서 이 세계를 떠났지만, 캡틴 아메리카를 돕는 일이라면 기꺼이 함께 하겠다며 다시 EXO-7 슈트를 꺼내 입었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캡틴 아메리카를 대신 들어다 옥상 위로 올려주는 등 그를 돕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캡틴에게 총을 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할 정도. 그러다 보니 캡틴 아메리카의 오랜 친구 버키에 대해 “예전에 친구였어도 지금은 적”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왠지 모를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를 기억하기 시작한 버키가 캡틴 아메리카의 편에 선 뒤에도 캡틴 아메리카의 옆에서 그를 보좌하려는 그의 모습은… 역시 ‘내가 더 좋아하는’ 쪽의 숙명이라고 해두자.

캡틴 아메리카 - 샤론 카터, 70여 년 후 두 번째 사랑
샤론 카터(에밀리 반캠프)는 쉴드의 특수군단 ‘에이전스 13’의 요원으로,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지시로 캡틴 아메리카의 경호를 맡기 위해 옆집 사는 간호사로 위장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캡틴 아메리카는 세탁기를 쓰는 대가는 커피 한 잔이면 된다는 식의 말을 하며 친절하게 대했는데… 샤론은 사실 페기의 조카. 그리고 그들은 페기의 장례식 이후 키스를 나눈다. 샤론이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두 사람의 진전된 감정이 느껴지는데, 대체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첫사랑의 모습을 조카에게서 발견했다고 치자. 캡틴 아메리카가 페기와 춤 한 번 제대로 추지 못하고 헤어진 후 70여 년이 흘렀으니 말이다.

캡틴 아메리카 - 하워드 스타크, 방패 만들어주고 방패 받은 사이
캡틴 아메리카와 버키가 첫 데이트, 아니 각자 다른 상대와 2:2 더블데이트를 했던 당시 구경했던 ‘내일의 세상 엑스포’에 등장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도미닉 쿠퍼/존 슬래터리)였다. 그는 과학자로서 슈퍼 솔져 프로젝트에도 합류, 캡틴 아메리카와 계속 인연을 맺었으며 그의 상징이기도 한 방패를 직접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작심하고 준 것이 아니라, 여러 무기를 만들어놓은 후 무심한 듯 시크하게 흘려보내듯 방패를 소개했던 것이 포인트. 그저 원형 방패일 뿐인데 왜 그것에 관심을 갖느냐는 듯이 말했었지만, 사실 그 방패는 전 세계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물질, 비브라늄을 싹싹 긁어모아 만든 결과물이었다. 그러니 캡틴 아메리카와 대립한 아이언맨이 울분에 차서 “네 방패는 우리 아버지가 만들었다”고 말할 만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언맨보다 버키 편을 드는 캡틴은 스타크 부자에게는 너무 매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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