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A4 진영│① “‘같은 곳에서’는 향수가 느껴졌으면 좋겠다”

2016.04.27
Mnet [프로듀스 101]의 ‘같은 곳에서’와 ‘벚꽃이 지면’, 그리고 오마이걸의 ‘한 발짝 두 발짝’. 데뷔 때부터 B1A4의 곡을 꾸준히 프로듀싱하고 있는 진영은 최근 걸 그룹의 노래들을 잇달아 만들며 주목할 만한 프로듀서로 떠오르는 중이다. 데뷔 5년 차, 비로소 더 많은 이들에게 빛나는 재능을 인정받게 된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요즘 곡 작업 의뢰가 따로 들어오지는 않나.
진영
: 얘기는 들어오고 있다고 하는데, 일단 B1A4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 우리 앨범 작업에 집중하는 중이다. 어쨌든 [프로듀스 101] 출연해서 가장 좋았던 건 B1A4가 좀 더 알려질 수 있었다는 거다. 음원사이트에서도 실시간 검색어가 뜨지 않나. ‘같은 곳에서’가 뜨다가 어느 순간 ‘B1A4’도 올라오더라. 역시 이게 혼자 하는 일이 아니구나, 내가 열심히 하면 팀에도 도움이 되는구나, 싶었다.

‘같은 곳에서’는 어떤 이미지를 담고 싶었던 곡인가.
진영
: “사랑과 이별이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너를 만났기에 / 나는 따라야겠죠 그래야겠죠”라는 가사가 있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연습생 친구들을 보니까, 그들끼리도 어떨 때는 차갑고 어떨 때는 따뜻한 현실 속에서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곳에서 연습하고 같은 곳에서 추억을 만드는 소녀들이지만 나중에는 결과에 따라 헤어질 수도 있는 소녀들이었으니까. 그런 느낌을 잡고 곡을 써나갔다.

가사는 분명 슬픈데, 멜로디에는 묘하게 힘이 있다.
진영
: 연습생들을 보면서 마냥 연약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 만약 내가 [프로듀스 101]에 나가면 어떻게 했을까?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거든. 그 친구들은 뭐든지 힘을 내서 잘 하고, 꿈도 크게 갖고 있더라. 그래서 이 노래도 슬프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련한 분위기 속에서 슬픈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후렴구에서는 포부를 보여주는 것처럼 힘찬 느낌을 살렸던 거다. 만약 소녀들이 부르는 노래라고 해서 여리게만 생각했다면 템포도 좀 더 느려졌겠지. 드럼 킥을 좀 더 약하게 갈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어딘가 90년대 걸 그룹의 노래를 듣는 것 같은 느낌도 있는데.
진영
: 듣는 사람들이 옛날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인트로를 만들었다. 전자 오르간을 약간 특이한 느낌으로 쓴 거다. 어른들은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시더라. ‘같은 곳에서’를 들으면 첫사랑 생각이 갑자기 많이 난다고. 나는 사운드를 잘 만들고 못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여기서 어떤 향수가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향수가 다 있다고 생각하거든. 조금은 촌스럽게 들릴지라도 이걸 현대적으로 막 바꿔봐야겠다, 이런 건 없다. 사실 부모님께서 음악을 너무 좋아하시는 편이라 어릴 때부터 옛날 노래들을 같이 많이 듣긴 했다. 라이브카페도 엄청 따라다니고. 그때의 감성이 은근히 각인돼 있나 보다. (웃음)

연습생들의 합격과 탈락에 큰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는 곡 아니었나. 부담감은 없었을까?
진영
: 나는 원래 곡을 만들 때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B1A4 앨범을 작업할 때도 당연히 부담이 있지만, 의식적으로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럼 될 것도 잘 안 될 수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담을 안 가지려고 했는데, [프로듀스 101]을 보면서 연습생 친구들의 간절함을 너무 잘 알게 된 거다. 아, 내가 여기서 만약 잘못해버리면 얘들 인생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디렉팅도 더 꼼꼼하게 보게 되더라. ‘같은 곳에서’ 녹음은 저녁에 시작해서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여섯 시쯤 끝났고, ‘벚꽃이 지면’도 아침 여덟 시쯤 끝났다. 그런데 꼼꼼하게 했을 뿐 엄격하게 대했던 건 아니다. (웃음) 녹음을 처음 해보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싫은 소리를 한다면 오히려 더 긴장해서 작업에 지장이 갈 것 같았다. 우리 멤버들한테는 디렉팅을 더 세게 할 때가 많거든.

어느 정도로 세게 하나.
진영
: 그렇다고 심한 말을 하는 건 아니고, 멤버들이 녹음실에 한번 들어가면 엄청 오래 못 나오는 그런 거다. 한 명당 두세 시간 정도 걸릴 때가 있지. 사실 나는 수정사항을 센 말로 한다기보다 그들이 녹음한 걸 다시 한 번 들려주면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스타일이다. 자, 네가 한 거 한번 들어봐, 하고 딱 들려주는 게 말로 백 번 하는 것보다 낫다. 멤버들이랑은 워낙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으니까 이렇게 하면 본인들도 무엇을 바꾸면 될지 바로 알아챈다.

B1A4의 ‘Sweet Girl’이나 ‘Lonely’ 같은 곡을 들어보면, 아련한 무드 때문인지 은근히 최근 만든 걸 그룹의 노래들과 맞닿아 있는 것 같더라.
진영
: 듣는 음악으로만 따지면 나는 딱히 가리는 게 없다. EDM도 좋고, 완전 힙합도 좋아하고, 걸 그룹의 노래들도 좋아한다. 예전에 만들어놓은 곡들을 봐도 장르가 다 다르다. 그런데 분위기라는 면에서 뭔가 아련한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다. 노래가 그냥 탁 끝나는 게 아니라 뭐든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노래를 만들 때도 추억을 자극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나 스스로 추억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연출일까.
진영
: ‘SOLO DAY’라는 곡은 휘파람으로 시작하고, ‘걸어본다’는 바람소리로 시작한다. 특히 ‘걸어본다’가 수록된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인트로에서 엄청 쓸쓸한 기타 멜로디가 나오다가 진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고, 이게 끝나면서 ‘걸어본다’가 시작된다. ‘Lonely’는 노이즈가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소리가 살짝살짝 들어가 있는 거지. 이런 식으로 특정한 정서를 건드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본다.

노래의 그런 감수성 때문에 ‘나이가 많지 않은데 이미 세상을 다 아는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 아닐까. (웃음)
진영
: 정말 많이들 그러신다. 내가 실제로 친한 믹싱 기사님이나 프로듀서 형들도 거의 40대다. (웃음) 그분들과 술을 한잔하면 “너는 위화감이 없어. 솔직히 나이 속였지?” 이러시더라. 그건 아닌데…. 음, 나도 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건지 궁금하긴 했다. 나는 나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 인터뷰 2. “좋은 말도 나쁜 말도 50%만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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