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돌림노래│① [무한도전]의 자기 복제는 어떻게 자신을 소진하나

2016.04.26
“나 지금 1990년대인 줄 알았어.” 지난 16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토토가 2-젝스키스’(이하 ‘토토가 2’) 편에서 유재석은 “타도 H.O.T”를 외치는 전 젝스키스(이하 젝키) 멤버 이재진에게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정작 지금 TV에서 1990년대를 재현하려 하는 건 오히려 유재석, 그리고 [무한도전]이다. 시계를 1997년으로 돌리며 젝키 섭외 프로젝트를 알린 유재석과 하하는 “당시의 팬 여러분”과 자신들의 공유된 추억을 환기하며 지금의 전 젝키 멤버가 아닌 그때 그 시절의 젝키를 소환하려 한다. 추억에 잠길 만하면 깨는 이야기를 하는 은지원, 이재진 등에게 “분위기 좀 잡자” 말하는 상황은 코믹한 중에도 “설마 여섯 개의 수정이 모두 모이는 건가”라 분위기를 잡던 [무한도전]이 원하던 그림이 무엇인지 은연중 드러낸다. 젝키와 과거의 팬들을 연결하는 방식이 비록 90년대는 아니지만 16년 전 MBC [일밤]에서 시도한 게릴라 콘서트라는 것도 지난 ‘토토가’ 시즌 1(이하 ‘토토가 1’)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과거 회귀적이다.

[무한도전]의 복고 기획을 쉽게 추억 팔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재현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재현한 90년대의 풍경이 지금 이곳에서 갖는 의미다. ‘토토가 1’은 따라 부르기 쉽고 몸을 흔들기도 쉬운 90년대 댄스 음악의 강점을 극대화한 흥겨운 한 판 난장이었다. 즉 한 세대의 추억과 영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마침 그 세대에서 만들어진 놀기 좋은 콘텐츠를 활용한 것에 가깝다. 그에 반해 ‘토토가 2’는 온전히 그때 그 시절의 팬들만을 위한 선물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16년 전 해체한 팀의 멤버들을 전원 섭외해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무한도전]에서 반복되는 문제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토토가 1’이 과거로부터 지금 이곳에서도 유효한 재미를 찾아냈다면, ‘토토가 2’는 지난 시즌에서 검증된 소비층에게 익숙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 과거를 활용한다. 마찬가지로 지난 2월 방영한 ‘못친소’ 시즌 2(이하 ‘못친소 2’)는, 잘난 친구를 소개하는 MBC [스친소 서바이벌]에 대한 강력한 패러디였던 시즌 1과 달리 그냥 같은 포맷을 인원만 바꿔 진행하는 것에 그쳤다. 지금 이곳에서 이 기획을 하는 이유와 맥락은 휘발되고, 익숙한 패턴의 반복만 남는다.

새삼스럽게 위기론을 반복하려는 건 아니다. 지금 [무한도전]이라는 텍스트가 문제적이라면, 위기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복제와 반복을 통해서도 별다른 위기 없이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어서다. 이 오래된 캐릭터 쇼는 제목 그대로 다양한 도전을 통해 각 멤버의 캐릭터와 서사를 쌓아 올리며 이를 시청자와 공유했다. 이것은 김태호 PD와 유재석의 천재성보다 더 중요한 [무한도전]만의 자산이다. 앞서 ‘토토가 2’와 ‘못친소 2’에 동시대적인 맥락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지만, 또한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기획이기도 하다. 시즌 1의 성공이라는 사건이 [무한도전] 월드 안에 축적되었기에, 그것을 동력 삼아 자체 이벤트로 시즌 2를 할 수 있다. 봄날의 시청률을 잡겠다며 밑도 끝도 없이 봄나물을 잔뜩 사서 먹어 치웠던 ‘시청률 특공대’ 에피소드도 박명수의 무모함이라는 기존의 지평 위에서 자생적인 맥락을 갖는다. 다만 이 모든 건 같은 지평을 공유하는 이들에게만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다.

올해 들어 더욱 도드라지는 [무한도전]의 반복되는 기획에 대해, 아이디어 고갈보다는 안전함의 추구라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건 그래서다. 시청률 15%라는 수치는 충분히 대중적이지만, 갈수록 이 프로그램은 나머지 85%는 이해하기 어려운 마니악한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과 종편으로 분산된 방송 시장에서 15%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무한도전]은 여전히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통틀어 선두 그룹에 설 수 있다. 지난 11년을 함께 나이 먹은 이 시청자들 다수가 예능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대중문화의 주요 오피니언 그룹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무한도전]의 현재에 대한 논의가 재미의 유무에서 권력의 문제로 넘어가는 건 이 지점이다. 지난 ‘토토가 1’의 후폭풍에 대해 음악평론가 서성덕은 “1990년대는 다른 시대보다 음악이 더 위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영향력 덕분에 특별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것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과 그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유효한 분석이다. 영화 같은 생존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대신 우주복을 입고 평소 같은 상황극을 보여준 ‘[마션] 특집’처럼, 새로운 서사를 누적하기보단 익숙한 포맷 안에서 익숙한 캐릭터 쇼를 보여주는 최근의 [무한도전]은 꼭 ‘토토가 2’ 같은 복고 기획이 아니더라도 다분히 과거 지향적이다. 다만 [무한도전] 지지층의 영향력은 시청률에서도, 여론 주도에 있어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재미는 예능의 모든 것이지만, [무한도전]에 있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래서 지금의 [무한도전]은 새로운 수익 모델은 찾지 못했지만 여전히 풍부한 자산을 가진 천만장자를 연상케 한다. 위기라고 하기엔 누적 자산이 너무나 탄탄하지만, 조금씩 혹은 빠르게 그것을 소비하는 건 사실이다. 물론 기존 특집의 시즌 2를 통해서도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길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 같은 캐릭터 쇼인 프로레슬링의 경우 아이들의 우상인 헐크 호건이 악역으로 전환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호건 본인의 캐릭터 역시 풍부해진 바 있으며, 마블 코믹스에선 절친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반목하는 [시빌 워]를 통해 수많은 추가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외연은 확장되며, 서사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누적 자산은 더 늘어난다. 이번 ‘토토가 2’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순간이 젝키의 위엄을 강조할 때가 아닌, 이재진의 엉뚱함 앞에서 유재석이 평정심을 잃고 무너질 때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연 [무한도전]은 꾸준히 자산을 고갈시킬 것인가, 자산을 투자해 세계와 캐릭터의 외연을 넓힐 것인가. 지금까지 세상 가장 쓸데없는 걱정은 [무한도전] 걱정이었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다만 세상에 써도 써도 줄지 않는 것은 없다. ‘무한’이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열려 있는 미래의 가능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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