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돌림노래│② 2016 에피소드 신선도 평가

2016.04.26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10년. MBC [무한도전]이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요즘 [무한도전]이 ‘토.토.가 2’처럼 추억을 활용하거나 반복적인 기획을 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2016년 방송된 특집들에 얼마나 신선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는지, 혹은 기존에 선보였던 아이템들을 얼마나 자주 소환했는지, 결국 재미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는지 ‘예능 총회’부터 ‘토.토.가 2’까지 하나하나 따져봤다. 신선도는 별 다섯 개 만점, 성분은 총합 100% 기준이다.


예능 총회
신선도 ★★★
성분 표시: ‘연말정산 뒤끝공제’ 50% + 집단토크 10% + 이경규 40%

2011년 1월, [무한도전]은 여운혁 CP와 김희철·아이유·강풀 작가 등을 초대해 프로그램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연말정산 뒤끝공제’ 특집을 방송했다. 올 초 방영된 ‘예능 총회’ 편은 패널들을 초대해 위기를 또다시 진단했다는 점에서 이 특집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제법 진지한 논의가 오갔던 5년 전과 달리 전문가들이 현재의 5인 체제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동안 멤버들은 장난스러운 태도를 고수했으며, 결국 김태호 PD가 “다양한 변화를 모색 중”이라는 말로 마무리 지어야 했다. 이후 이어진 ‘예능인 대토론회’에서는 박나래와 김숙 등 2015년 예능에서 큰 활약을 보여준 인물들을 모아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정준하는 재미없는 발언으로 이경규에게 도리어 핀잔을 듣기도 했다. 남은 건 호통을 치고 귀찮아하면서도 예능에 대한 여전한 욕심을 내비치는 이경규의 캐릭터뿐이었다.

마션
신선도 ★★
성분 표시: ‘방콕’ 60% + 우주여행 프로젝트 25% + 몸 개그 15%

어디론가 떠나는 척하면서 실망스러운 상황에 멤버들을 떨어뜨려 웃음을 뽑아내는 것은 [무한도전]의 특기 중 하나다. 2014년 여름 방송된 ‘방콕’ 특집은 이 패턴을 가장 영리하게 활용한 경우였다. 태국의 방콕으로 떠나는 줄만 알았던 멤버들을 방에 콕 가둬놓고 수족관 안에 든 해산물 잡기나 카오산로드를 대신한 까치산 시장 쇼핑 등의 일정을 가이드까지 붙여 진행하며 실제 여행 못지않은 흥미로운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실제 행성이 아닌 경기도 화성에서 촬영한 ‘마션’ 특집 역시 이 패턴의 연장선에 있었지만, 트램펄린 위에서 의상 갈아입기나 천장에 달린 도넛 먹기 등 우주체험이라는 주제와 큰 관련 없이 몸 개그 위주로 짜인 코너들은 그 의미를 설득하지 못했다. 멤버들이 우주복을 입고 거리로 나가 화성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역시 구체적인 기획 없이 임기응변으로만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행운의 편지
신선도 ★☆
성분 표시: ‘말하는 대로’ 70% + ‘의상한 형제’ 30%

멤버 각각이 나머지 멤버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미션을 준비하고, 특정한 방법을 통해 이것을 성사시킨다. 오가는 버스 옆면에 멤버별 미션을 육하원칙으로 써서 붙였던 ‘말하는 대로’ 특집, 혹은 다른 멤버들의 집 앞에 몰래 쓰레기를 버려야 했던 ‘의상한 형제’ 특집의 신경전은 ‘행운의 편지’에서 유사하게 반복되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비슷한 포맷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 왜 이 특집을 해야 하는지 증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말하는 대로’는 ‘러시안 룰렛’ 특집과, ‘의상한 형제’는 ‘의좋은 형제’ 특집과 연결되며 반전의 서사를 만들어냈지만, 멤버별 미션을 가상 편지로 작성해 각자의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는 ‘행운의 편지’는 맥락과 당위 모두 부족했다. 수족관이나 암벽에 우체통을 숨기는 일, 그리고 속옷만 입고 폭포수 아래에서 명상을 하거나 북극곰과 교감하는 일 등이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 외에 현재의 [무한도전]과 멤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심지어 광희가 유재석에게 EXO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한 것은 EXO 측의 의사라고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무모하다고 해서 무조건 도전이 되는 건 아니다.

예능학교 스쿨 오브 樂
신선도 ★★★☆
성분 표시: ‘앙리 특집’ 15% + ‘무한도전 환영식’ 40% + 잭 블랙 45%

[무한도전]이 ‘한국예능단기속성코스’라는 이름하에 잭 블랙에게 제안한 소품들은 그동안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것들이었다. 물이 가득 든 축구공을 헤딩으로 받아내는 게임은 축구선수 티에리 앙리 출연 당시 시도했던 아이템이며, 스타킹을 쓴 채 촛불을 불어 끄거나 닭싸움을 하는 것 등은 자료화면으로도 삽입됐듯 멤버들의 몸 개그를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했던 장치들이었다. 한편으로는 광희가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로 처음 합류한 날 롤러코스터에서 짜장면 먹기, 최대한 많은 빨래집게로 얼굴 집기, 목욕탕 물 퍼내기 등 프로그램 초기 소화했던 미션들을 제시하며 속성 학습을 유도한 ‘무한도전 환영식’과 비슷한 특집이기도 했다. [무한도전]으로서는 평범한 특집, 평범한 미션들이었으나 뻔뻔한 표정으로 그 모든 것을 가뿐히 해낸 잭 블랙 덕분에 새삼 새로워 보일 수 있었다.

못.친.소 페스티벌 2
신선도 ☆
성분 표시: ‘못.친.소 페스티벌’ 100%

4년 전 방송된 ‘못.친.소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기발한 기획이었다. 못생긴 사람들을 초청해 파티를 연다는 콘셉트는 물론, 그 안에서 각자의 못생김을 최대한 끄집어내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고, 한때 미남으로 손꼽히기도 했던 노홍철이 가장 못생긴 ‘F1’의 자리에 오르는 마무리까지 아이디어와 서사 전부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돌아온 ‘못.친.소 페스티벌 2’는 당시의 기획을 그대로 가져왔을 뿐 출연자가 바뀌었음에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잘생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굳이 김수현 혹은 유아인처럼 외모가 뛰어난 연예인과 자신을 비교하게끔 하는 장치는 지난번과 똑같이 반복되며 기시감만을 안겨 주었다. 게다가 지나치게 감동적인 마무리를 강조하는 바람에 방송 내내 산뜻한 톤을 유지했기에 더욱 재미있었던 ‘못.친.소 페스티벌’의 미덕마저 놓쳐버렸다.

나쁜 기억 지우개
신선도 ★
성분 표시: ‘정신감정’ 특집 30% + ‘쉼표’ 특집 30% + ‘그래, 우리 함께’ 특집 40%

‘나쁜 기억 지우개’ 편에서 멤버들은 프로그램과 자신의 위치에 관한 고민을 전문가들에게 털어놓았다. 송형석 정신과 전문의가 상담을 통해 멤버들의 뇌구조를 진단했던 2009년의 ‘정신감정’ 특집, 지쳐 있던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2012년 ‘쉼표’ 특집처럼 [무한도전]의 내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드러내는 에피소드였던 셈이다. 문제는 청춘을 대하는 방식이다. 2013년 ‘그래, 우리 함께’ 특집에서는 고3 학생들을 불러 모아 그들의 고민을 듣고 멤버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정작 방송에서 부각된 것은 “부모님과 갈등한다는 사연에는 공감하지 못하겠다”며 털어놓은 길의 가족사였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하지 못했던 그때처럼 ‘나쁜 기억 지우개’ 역시 청춘들의 각종 어려움을 소재로 다루면서 나이브한 해결책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가족과 직장 상사로부터 핀잔을 들으며 자존감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고민 앞에 “엄마랑 팀장은 바꿀 수 없으니까”(박명수) 마음을 바꿔보라는 진단을 내리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시청률 특공대
신선도 ★
성분 표시: ‘정총무가 쏜다’ 30% + ‘박명수의 기습공격’ 50% + 예능계엄령 20%

‘봄철 낮은 시청률’을 에피소드의 출발점으로 삼은 점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랬다면, 봄과의 전쟁을 테마로 잡을 게 아니라 상황을 타개할 만한 흥미로운 아이템으로 내용을 채워 넣어야 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놀이공원 입장료에 관한 몰래카메라를 시도하거나,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게 구재옥 할머니의 자장가를 들려주는 구성은 각각 엉뚱했을 뿐 하나의 흐름으로 묶이지 않았다. 심지어 ‘정총무’ 정준하가 길에서 판매하는 봄나물의 가격을 맞히는 것, 그 나물을 요리하여 ‘박장군’ 박명수의 지휘하에 전부 먹어 치우는 것 모두 ‘봄에 봄나물을 먹었다’ 이상의 어떤 내용도 담아내지 못했다. 예능 감각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이봉주를 섭외해 굳이 ‘제비 형님’이라는 역할을 맡긴 것 또한 의아한 선택.

힙합의 신 – MC 민지
신선도 ★★
성분 표시: ‘영동고속도로가요제’ 65% + [쇼 미 더 머니] 25% + 지코 10%

‘행운의 편지’ 특집에서 하하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실은 정준하가 힙합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던 ‘영동고속도로가요제’와 더욱 밀접하게 이어져 있는 특집이다. 본인의 의지로 시작한 아이템이 아님에도 정준하는 “나가는 김에 사람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히며 일취월장한 랩 실력을 보여주었고, 따라서 그가 잘 알지 못했던 분야에 뛰어들어 미션을 마무리 지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소하게나마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다만 애초에 ‘Mnet [쇼 미 더 머니] 예선에 참가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목표 없이 진행된 일이라는 점에서 이것을 도전이나 성장서사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무한도전]의 정준하’가 아니라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다면, 열심히 예선에 참가하고도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클 테니 말이다. 

웨딩싱어즈
신선도 ★★
성분 표시: ‘다 같이 돌자 서울 한 바퀴-빙고’ 특집 15% + ‘행사 하나마나’ 35% + 가요제 35% + 장범준 15%

오프닝부터 의문이었다. 아무리 지난해 ‘비상대책회의’ 특집에서 나왔던 아이디어라고 해도, 앉는 게 어려울 정도의 스키니 청바지와 화려한 프릴 장식의 데님 셔츠 같은 엉망진창 패션으로 멤버들이 꽃 시장이나 명동 거리를 거니는 장면이 도대체 왜 나와야 하는 것일까. ‘빙고특집’ 당시 화제를 일으켰던 유재석과 정형돈의 홍대 패션쇼는 벌칙이라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패션쇼 뒤에 이어진 ‘웨딩싱어즈’ 특집은 일반인들의 신청을 받아 노래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행사 하나마나’와, 멤버들 각각 다른 뮤지션들과 팀을 이뤄 곡을 만들고 부른다는 점에서는 [무한도전]의 각종 가요제와 완전히 닮아 있다. 그야말로 에피소드 전체가 이미 몇 번이나 봐왔던 기획들의 패치워크라 할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겸손하면서도 솔직했던 장범준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정말 조용히 묻힐 뻔한 특집이었다. 

퍼펙트 센스
신선도 ★★☆
성분 표시: 버라이어티 쇼 60% + 양세형 30% + 지코 10%

‘퍼펙트 센스’ 편은 [무한도전]의 특정 특집이 아니라,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한 버라이어티 쇼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스튜디오에 집중한 촬영, 퀴즈에 집중한 구성 등이 MBC [동거동락] 혹은 KBS [가족오락관] 같은 옛날 예능의 향수를 자아내는 것이다. 그만큼 형식은 고루하고, 갑자기 왜 갖가지 퀴즈를 통해 ‘센스’를 측정하는지에 대한 대답도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방송은 걸 그룹 여자친구와 마술사 최현우·정성호·정종철 등 나름대로 뚜렷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가진 인물들을 테스트의 소품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단순히 퀴즈를 푸는 데 이런 사람들을 캐스팅할 수 있는 것이 10년 차 [무한도전]의 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이들을 모아 만들 수 있는 기획이 정말 이것뿐이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토.토.가 2 – 젝스키스
신선도 ★★★☆
성분 표시: ‘토.토.가’ 40% + ‘행사 하나마나’ 10% + 게릴라 콘서트 35% + 젝스키스 15%

첫 번째 ‘토.토.가’는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다시 불러온 90년대 문화를 [무한도전]이 아예 트렌드로 만들어버리는 시도였다. 그러나 가수와 시청자 모두 추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어울려 노는 시간은 그때로 끝났다. 다시 한 번 ‘토.토.가 2’를 선보이는 것은 마치 한 번 회고한 추억을 또 회고하자는 듯하다. 오래전 유행했던 게릴라 콘서트의 형식을 빌려오고, 9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젝스키스를 섭외한 것은 마치 대부분의 시청자를 그 또래로 인식하거나, 그 외 시청자들에게도 당시의 문화를 즐기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유재석과 하하는 젝스키스가 95점 이상을 받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시청자들을 향해 감격하거나 추억에 젖으라는 멘트를 끊임없이 던졌다. 이미 겪어봤던 무엇, 오래전 좋아했던 무엇과 다시 마주치는 일은 누구에게나 반가울 것이다. 그럼에도 언제까지나 과거의 좋았던 기억만을 붙들고 살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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