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 하차, 뮤지컬 시장의 병폐를 폭발시킨 도화선

2016.04.25
뮤지컬 [모차르트!]에 캐스팅됐던 이수가 결국 하차했다. 이번 일은 연예인 캐스팅이 일반화된 지난 7~8년 사이의 뮤지컬시장 안에서도 제법 큰 사건이다. 과거 예매 취소와 항의 전화에 국한되었던 관객들의 보이콧은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에 전달하고, 카드뉴스를 제작해 SNS의 여론을 움직이고, 해당 공연과 관련된 국내외 단체에 항의하고, 반대 광고를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그 규모가 확장됐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몇몇 연예인들도 뮤지컬 무대에 섰지만, 이수와 같은 방식으로 하차한 적은 없었다. 캐스팅 발표부터 하차까지 걸린 시간은 단 16일이었다.

사실 이번 이수 사태는 그동안 뮤지컬시장이 흥행을 위해 무분별하게 진행해온 공공연한 병폐들을 폭발시킨 도화선이나 다름없다.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열리는 라이브 매체인 뮤지컬에서 관객은 곧 생존의 영역이다. 그러나 관객층은 얇고, 높은 티켓 가격은 다른 문화예술의 소비를 권장한다. 논의는 누구를 캐스팅하느냐로 이어지고, 제작사는 더 많은 팬이 움직이는 아이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2~3회 차의 콘서트가 아닌, 배우에게 적게는 10회부터 많게는 80회까지 주어지는 뮤지컬의 흥행은 김준수 정도가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새로운 돌파구는 아이돌을 더 투입해 조각모음 하듯 관객을 늘리거나, 인지도 혹은 실력이 검증된 가수를 캐스팅해 대중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 결과 90년대 가수 김원준·고유진부터 상대적으로 그룹 활동이 저조했던 천상지희의 네 멤버들, 마약 사건에 연루됐던 주지훈과 사기 및 도박 혐의로 구속됐던 이성진, 군복무 당시 안마방 출입으로 논란이 됐던 세븐까지 뮤지컬 무대에 섰다. 현재 이 시장에 남은 이들을 생각해봤을 때 많은 연예인이 재기를 위해 뮤지컬을 선택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티켓이 안 나가도 홍보에는 도움이 된다”는 명분으로 제작진은 연예인을 꾸준히 무대에 세운다.

‘음원 강자’ 이수는 일회적 이벤트가 아닌, 이러한 시장의 변화 속에서 선택된 카드다. 클래식과 록의 결합으로 모차르트의 현대화에 성공한 [모차르트!]의 넘버들은 말끔한 고음과 드라마틱한 전개가 장기인 이수가 탐낼 만하다. [모차르트!]는 창작의 고통, 가족과의 갈등을 노래로 폭발시키는 송스루 뮤지컬이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싱크로율이 좋아 가수들의 참여가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EMK 입장에서는 가창력이 검증되어 있고 “[모차르트!]에 출연하고 싶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이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번 캐스팅은 EMK가 흥행을 제1의 원칙으로 내세우며 각종 문제를 단순화시켜 뮤지컬을 제작하고 있음을 스스로 밝힌 것과 다름없다. EMK는 익숙한 연예인을 타이틀롤로 세워 화려한 세트와 의상, 클래식을 베이스에 둔 웅장한 음악으로 [모차르트!]·[몬테크리스토]·[엘리자벳]·[레베카]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낯선 소재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벳](2011)이 더 뮤지컬 어워즈 8관왕을 기록하자 4년에 걸쳐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여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공연을 시작한 [마타하리]는 마타하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를 철저히 대상화하고, “내 길은 오직 하나뿐 날 바라보는 그의 품 안에”라고 노래하며 그의 모든 행동을 사랑으로 쉽게 봉합한다. ‘흥행’이라는 목표 앞에 최소한의 윤리나 성평등, 작품이 담은 다양한 함의와 자가복제에 가까운 안일한 제작진에 대한 비판, 새로운 인재 개발의 어려움, 관객을 향한 정확한 이해 등은 사라진다.

2002년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 이후 뮤지컬이 하나의 상업적 매체로 평가받은 지 올해로 14년째다. 짧은 역사에 갑자기 성장한 시장은 단단한 뿌리가 없고, 위태로운 시장일수록 더 눈에 보이는 것을 쫓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의 많은 제작진은 대중의 기호를 단 몇 가지 요소로만 쉽게 재단해 작품을 만든다. 소위 대중을 위한 장사라면 넓은 관객층을 커버하기 위해서라도 더 신중하고 치열해야 한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다수의 제작자가 관객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문제시되는 발언을 뱉어 논란이 됐다. 이번 이수 사태는 이러한 시장에 대한 분노가 응집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 이 시장은 반성하고 있는가. 뮤지컬을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끌고 나갈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달라지는 것은 그리 많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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