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들은 어떻게 전지현의 메이크업을 배우게 됐을까

2016.04.20
중국의 뷰티 프로그램 JSBC [려치여친]에는 한국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출연한다. 아예 한국의 K-뷰티 소개를 표방하고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이미 시즌 2까지 방영 중으로, 한국 여성의 메이크업 스타일을 알려준다. [려치여친]에 출연했던 순수 이야기점의 신경미 원장이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초빙해 컨설팅을 받기도” 할 만큼, 최근 중국은 한국 스타일의 패션과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경미 원장에 따르면 중국판 [나는 가수다]는 “분장 및 의상까지 한국인이 함께 맡아달라고 의뢰”할 정도고,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SBS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의 스타일을 담당하는 스태프라면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데려오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 스타일리스트의 말처럼 “한국인 스타일리스트를 퍼스널 쇼퍼로 두고 한국에서 함께 옷을 구입하며 코디네이션 아이디어를 제안받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정샘물의 메이크업으로 탕웨이가 더욱 예뻐졌다는 여론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흘러나오기도 했다.

단지 한국 TV 프로그램의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경미 원장은 “우리나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가 어떤 연예인을 맡아 출장도 함께 다니는 등 시스템적으로 연예인 위주 뷰티 사업이 많이 발달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은 연예인의 스타일이 누구의 손을 통해 완성된 것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그것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김활란뮤제네프 조수민 원장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스타일리스트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급증한 것에는 중국인들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유명 메이크업 숍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웨딩 촬영을 하는 중국인 예비부부도 급증하고 있고, 아예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초청해 본식 메이크업까지 부탁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TV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국 연예인의 피부는 중국인에게 가장 큰 관심사다. “무대 분장 같은 느낌이 강했던 기존의 중국 화장과 달리 내추럴하게 스며드는 한국 스타일을 보며 관심”을(조수민 원장) 갖고, SBS [상속자들] 박신혜와 같은 피부를 갖기 위해 한 사람이 마스크팩을 100장씩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강렬한 색감의 색조 화장을 선호하던 것에서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보여준 투명 화장과 코랄빛 립스틱이 피부가 더 밝아 보인다는 반응과 함께 유행하는 등 메이크업의 트렌드도 변한다.

피부에 대한 관심은 최근 중국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관계가 있다. 중국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늘어난 소득 수준을 통해 뷰티와 패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이제 자신을 꾸미는 것에 투자할 여유가 생긴 여성들이 K-뷰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특히 상대적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피부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듯하다”는 말처럼 같은 화장품을 쓴다고 해서 커버되지 않는,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영역까지 관심사가 넓어졌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공들여 관리한 것처럼 보이는 피부, 과하지 않게 한두 가지 포인트로 멋을 낼 수 있는 스타일링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반영구 화장의 경우, 중국에 없는 기술이 아님에도 한국인의 손재주가 남다르다는 이유로 한국 전문가를 초빙하는 경우도 생긴다. 스타를 통해 메이크업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전문성을 가진 스태프들이 많으며, SNS 등을 통해 이를 잘 알릴 수 있는 한국의 뷰티, 패션 산업은 이 부분을 파고들기 좋은 조건을 가졌다.

한 소비자층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함께 한 산업의 지형도도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류와 인터넷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동시에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지금, 중국 여성의 삶의 변화는 한국의 대중문화‧뷰티‧패션 또는 그 외의 산업들까지 바꾸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에서 중국 관련 비중이 작년 40%대까지 확대([조선비즈])된 것처럼 큰 규모의 변화도 있고, “중국에서 찾아오는 웨딩 촬영 손님이 많다 보니 숍 차원에서도 관광까지 연계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대중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영역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뷰티와 패션에 관한 중국 여성들의 관심은 보다 디테일한 영역으로, 그리고 자국에서 해소되지 않은 영역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한국의 전문가들에게까지 넘어왔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이어, 패션과 뷰티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중국 여성의 삶의 변화가 한국의 한 산업을 바꾼다. 어떤 의미로든, 한국인은 문자 그대로 ‘세계인’이 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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