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의 전쟁│① 설탕은 유죄인가

2016.04.19

설탕과의 전쟁. 지난 4월 7일 정부가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하자 언론이 붙인 표현이다. 마침 직전인 3일엔 [SBS 스페셜]에서 ‘설탕 전쟁’이란 기획으로 설탕에 대한 비판적 방송을 하기도 했다. 정말로 설탕은 전쟁을 벌여야 할 정도로 현대인의 건강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일까. 우리가 즐기는 단맛의 쾌감은 어떤 부분에서 원죄적인가. 설탕과의 전쟁은 정말로 성전인가. 건강과 미각의 즐거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궁금증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풀어보도록 하겠다.

 

1. 설탕은 정말로 우리 몸에 유해한가
어떤 식품의 유해함을 판단하기 위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대체 그 식품의 어떤 성분이 유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설탕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하든 사탕무에서 추출하든 화학적으로는 당의 일종인 자당에 속한다. 자당은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이 하나씩 결합한 이당류로, 체내에서 소화되면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리된다. 포도당은 기본적으로 신체 활동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이지만 과잉 섭취했을 때 혈액 속의 포도당 양 즉 혈당이 급속도로 높아질 수 있다. 이런 고혈당 상태는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과잉 분비로 이어져 자칫 저혈당 쇼크가 일어날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상황의 반복은 인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이 둔감해지는 제2형 당뇨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아직 그 상관관계가 완벽하게 증명되진 않았다). 하지만 설탕의 반대자들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포도당이 아닌 과당이다. 과당의 강한 단맛은 식욕의 절제 신호를 차단해 과식을 부를 수 있으며,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어 비만과 지방간의 위험을 높이고, 대사 과정에서 요산을 비롯한 노폐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건, 포도당은 우리 몸의, 과당은 남성 정자의 에너지원 역할을 하는 중요한 물질이란 것이다. 포도당과 과당의 부작용은 이들 당을 필요 이상으로 과잉 섭취했을 때 벌어지는 것이다. 설탕이 비만과 심장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가장 먼저 주장한 영양학자인 존 유드킨의 저서 [설탕의 독]에서도 “세상에 정말로 유독한 물질 또는 유독하지 않은 물질은 없”으며 “문제는 그 물질의 성질뿐만 아니라 그 양”이라고 지적한다. 즉 ‘설탕은 유해한가’라는 처음의 질문에 대해, 포도당과 과당의 과잉 섭취가 우리 몸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대답하는 게 가장 적확할 것이다.

2. 당의 과잉 섭취가 문제라면, 그중 왜 설탕만 콕 집어 뭐라고 하는가
설탕이 위험한 이유는 명백하다. 우선 설탕은 무기질이나 여타 영양소가 없는 거의 순수한 형태의 자당이다. 에너지원으로 쓸 수는 있지만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처럼 영양적인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식품은 아니다. 특히 식이섬유가 없기 때문에 당 흡수가 빠르고, 이것은 빠른 혈당 증가로 이어져 고혈당 혹은 인슐린 과다 분비로 인한 저혈당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같은 과일이라 해도 액체라 설탕 흡수가 빠른 생과일주스보단 그냥 과일을 씹어 먹는 것을 권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설탕이 들어간 식품 중 특히 탄산음료에 비판이 몰리는 것도 그래서다. 당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당의 과잉 섭취가 문제라고 했을 때, 설탕은 포만감을 줄 섬유소도 없고 흡수도 빨라 과잉 섭취하기 가장 좋은 형태의 당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설탕을 있는 그대로 퍼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케이크나 초콜릿, 그 외 설탕을 조미료로 넣은 음식과 설탕 자체는 당연히 흡수율이나 영양소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설탕의 유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조리법과 영양학적 균형이다.

3. [SBS 스페셜] ‘설탕 전쟁’에선 설탕을 자주 쓰는 백종원의 ‘쿡방’을 비판하던데
백종원 레시피 그대로 설탕을 3스푼 넣은 닭볶음탕과 설탕 8티스푼이 들어가는 탄산음료 한 캔을 비교해보자. 닭볶음탕은 두 명이 두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양이고 탄산음료는 식사와 별개로 섭취한다는 걸 고려했을 때, 설탕의 절대량이나 기타 영양소 및 섬유질 섭취에서도 백종원 요리가 훨씬 안전하다. 탄산음료와의 비교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역시 8티스푼의 설탕이 함유된 갓 짠 ‘무가당’ 사과주스 한 컵과 비교해도 좋다. 백종원의 요리만으로 설탕 과잉이 되진 않는다. 다만 여기에 무엇을 더 먹느냐에 따라 과잉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가령 최혜미의 [21세기 영양학]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은 에너지 섭취를 하는 식품군은 987.6㎉를 담당하는 곡물이며, 이중 다수는 흰쌀밥이다. 즉 쌀밥으로 섭취한 다당류인 녹말이 소화를 통해 포도당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포도당을 섭취했을 때의 혈당을 100으로 잡고 비교하는 혈당지수에서, 도정 과정을 거쳐 소화흡수가 빠른 흰쌀밥은 최대 90을 기록한다. 흰쌀밥은 위험한가? 적당히 먹지 않으면 위험하다. 흰쌀밥을 가득 담아 설탕 넣은 닭볶음탕과 먹는다면 어떤 식품이 문제인 걸까. 당의 총량이 문제인 상황에서 설탕을 조미료로 쓴 요리만 시비하는 건 너무 자의적이다.

4. 당 과잉 섭취가 문제라면 학교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는 정부의 대책은 옳은 것 아닌가
설탕 함유량이나 흡수 효과라는 측면에서 학교 자판기에서의 믹스 커피 제한은 백종원 요리를 시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효한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국 학생들이 소위 당 떨어질 때까지 가혹한 학업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며, 그걸 견디기 위해 믹스 커피 한 잔으로 빠른 당 섭취를 한다는 맥락이 빠져 있다. 청소년 건강이 걱정이라면 학업 시간을 줄이는 게 먼저인가, 당 섭취를 제한하는 게 먼저인가. 현재 정부가 내놓은 당류 저감 종합계획의 핵심인 가공식품으로부터의 열량 섭취 제한도 마찬가지다. 흰쌀밥이나 말린 과일의 위험성을 간과한다는 것만 빼면 원론적으로는 좋다. 다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가장 건강하게 단맛을 내는 방법 중 하나인 양파 캐러맬라이징을 생각해보자. 엄청난 양의 양파를 오랜 시간 불에 볶아야 가능하다. 돈과 시간이 부족할수록 흰쌀밥과 라면 등 탄수화물 위주 식단과 믹스 커피 등으로 칼로리만 섭취하기 쉽다. 제대로 된 건강 대책을 위해서라면 물가와의 전쟁, 초과 근무와의 전쟁이 병행되어야 한다.

5. 그래도 설탕과의 전쟁은 크게는 옳지 않나
언론에서 사용하는 설탕과의 전쟁이 설탕 과잉 섭취와의 전쟁보단 훨씬 직관적이고 호소력 있는 구호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공포 마케팅이 위험한 건, 이성을 마비시키고 제대로 된 지식 체계를 쌓을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에너지원으로서 당의 필요성과 흰쌀밥의 혈당 문제를 비롯해, 효소라 부르며 설탕 대체재처럼 사용하는 과일 청이 영양학적으로는 설탕 덩어리라는 것, 영양 비율을 맞춰도 과식을 하면 결과적으론 당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계몽하는 대신, 설탕이라는 절대악을 상정하고 그것만 피하라고 말하는 것은 그다지 합리적인 캠페인이 아니다. 설탕과의 전쟁은 그래서 원론적인 동의에도 불구하고, 실천적 차원에선 많은 부분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원인을 검토하기보다는 하나의 범인을 지목한다. 대중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더 좋은 선택지를 마련하기보단 덜 좋은 것을 규제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결국 개개인의 ‘노오력’ 문제로 치환된다. 아주, 익숙한 패턴이다.



목록

SPECIAL

image 억울한 남자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