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① “나이든 사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2016.04.19
Mnet [프로듀스 101]의 101명 중 최연장자, 최종순위 27위, 하지만 인지도와 캐릭터는 TOP 11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남보다 늦은 나이에 준비하던 데뷔가 한 번 무산됐고, 두 번째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활동하던 팀에서 밀려났지만 이 치열한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에서 뜻밖에 실속 있는 결과를 얻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이 덕분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고 드디어 본격적인 출발선에 선 황인선을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황인선
: 4월 말쯤 솔로 앨범이 나온다. 작년 10월에 ‘사랑애(哀)’라는 발라드를 발표했는데 [프로듀스 101] 나가면서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래서 좀 더 신나는 스타일의 신곡을 더해서 두 곡을 준비 중이다.

[프로듀스 101]이 끝난 뒤, 사는 게 좀 달라졌다는 게 느껴지나.
황인선
: 길을 가거나 지하철을 탔을 때 사람들이 ‘황이모다, 황이모다’라고 할 때. ‘연예인’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일단 TV에서 봤던 사람이니까 신기해하시는 것 같다. 그러면 그냥 웃으면서 “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드린다.

SBS [생방송 투데이]에 잠시 출연하면서 지상파까지 진출했는데, 다른 제안들도 좀 있나?
황인선
: 그러면 좋겠다. 아니, 일단 그렇다고 해야 하나? (웃음) 사실 재밌는 소스가 있으니까 지상파에서도 불러주고 싶어 하시는 곳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내가 Mnet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지상파를 뚫는 게 쉽지는 않다.

처음에 [프로듀스 101]에는 어떻게 나가게 된 건가.
황인선
: 2014년에 스마일지라는 걸 그룹으로 데뷔를 했는데, 다른 멤버들과 나이 차이가 좀 났다. 활동을 하다 보니 PD분들한테서 너무 나이가 많다는 피드백이 온 모양이다. 결국 팀에서는 나오게 됐고, 원래 관심이 있었던 뮤지컬 오디션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우리 회사가 엔터테인먼트 쪽은 약하지만 이벤트나 행사 쪽으로는 좀 규모가 있는 곳이라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 공연에 주원 씨랑 같이 나가게 됐고, 강균성 씨랑 전국체전 오프닝 무대에도 설 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곡이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랑애(哀)’를 냈는데, 그때 바로 [프로듀스 101] 출연 제안이 온 거다.

[프로듀스 101] 자기소개 영상에서 자신 있게 무용 동작을 보여주다 넘어지는 것 같더니, 황급히 “넘어진 거 아닙니다”라고 수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안 넘어졌나.
황인선
: 진짜 아니다. 원래 3분짜리 무용을 준비해 갔는데 PD님이 1분으로 줄이라고 하셔서, 그 동작은 마지막에 탁 떨어져서 멋있게 마무리하는 건데 급하다 보니 빨리 일어나야 했던 거다. 그러니까 시간 제약 때문에 그런 모습이 된 건데 혹시나 넘어진 거라고 착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해명한 거다. 그걸 재밌어하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출연하면서 어떤 기대 같은 게 있었나.
황인선
: 원래는 EDM 걸 그룹을 뽑는다고 들어서, 기대를 좀 했다. 원래 좋아하는 장르니까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처음에 101명이 차례로 들어가서 앉을 때 보니 다 어린 친구들이고 레벨 테스트 때도 소녀 콘셉트가 반응이 좋은 거다. 생각했던 것과 100% 달라서 여긴 내가 올 데가 아니구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일부러 ‘Touch Me’를 선택했는데 D 등급 받은 것도 충격이고, 의기소침해져서 그만두려고도 했다. 2, 3회 때는 방송에도 거의 안 나왔다. 고민이 많았는데 어머니가 “네가 언제 한 번이라도 이런 걸 경험해보겠느냐. 역으로 생각해서 애들한테 배운다는 생각으로 도전하면 마음이 편해질 거다”라고 하셔서 마음을 잡고 내가 먼저 다가가니까 좋은 반응이 생긴 것 같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출연자들이 많았는데, 힘든 일을 웃어넘길 수 있는 것 자체가 경험으로부터 나온 여유 같다.
황인선
: 처음에는 나도 서바이벌하려고 나온 입장이었다. 그런데 겪어보니 내가 애들하고 같이 경쟁을 할 게 아닌 거다. 어차피 걸 그룹 자체가 한 명만 잘된다고 되는 게 아니듯 우리도 팀으로 조화가 잘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어린 친구들은 자기가 잘하는 걸 더 보여주고 싶을 테니까 그걸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솔직하고 순수한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보니 때로는 시기와 질투를 할 수밖에 없다. 방송에서는 그런 걸 부각시켜야 사람들이 많이 보는 거고, 그래서 방송에 대한 반응 때문에 ‘내가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 하면서 울고 속상해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럴 때 ‘어차피 이건 지나가는 거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뭐든지 반짝했다가도 다 지나가는 것 같다. 지금 나에 대해 ‘오오, 황이모~’ 하는 것도 언젠가 지나가겠지. 그 상황에 자기가 계속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방송이 진행됨에 따라 사람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는 게 느껴졌나?
황인선
: 원래는 다 내려놓고 있는 듯 없는 듯 있다가 떨어져서 사라지려고 했다. 그런데 4회 방송되고 나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다. ‘사이다’ 뜻 모르는 거랑 ‘멬썸노이즈’ 때문에. 다른 애들은 노래 잘하는 걸로 검색어에 오르는데 나는 올드하다고, 웃긴 것만 모아서 올라오더라. 사람들이 ‘노래 부르러 나왔어, 웃기려고 나왔어?’ 하던데, 나도 노래를 부르긴 불렀다! (웃음) 그런데 웃긴 걸로 1위를 찍으니까, 그때부터는 역시 이걸로 가야 하나 생각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4개월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언제인가.
황인선
: ‘24시간’ 무대를 했을 때다. 원래 작곡가인 맥시마이트의 팬이었다. 클럽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아레나나 바운드에서 디제잉할 때 앞에서 많이 봤다. 흥을 올리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서 꼭 이 곡을 하고 싶었다. 사실 ‘Break It’ 같은 무대에서는 내가 메인보컬을 맡으면 올드해 보일 수가 있다고 해서 욕심 안 부리고 조용히 있었고, ‘24시간’은 약간 올드한 스타일의 노래라 내가 메인보컬까지 하면 너무 올드해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됐다. 그런데 녹음실에 갔더니 “자기 옷을 입은 것 같다”고 하시는 거다. 그때 희망을 얻었다. 나이든 사람도 할 수 있다, 나의 올드함이 오히려 곡에 잘 묻어날 수 있다는 데서 자신감이 생겼다.

탈락하는 순간에도 울거나 하는 대신 “많이 열려 있으니까 황이모 캐릭터 언제든지 찾아달라”고 자기 PR을 하던데, 미리 준비한 건가.
황인선
: 아니다. 그냥 그 순간 드는 생각을 얘기한 거다. 그런데 그 덕분에 게릴라 콘서트 MC를 맡을 수 있었다. PD님도 “네가 그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할 것 같았다”고 하셨다. 사람들이 ‘취직했다’고 축하해주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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