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음악 23년, 열 가지 기행

2016.04.19
자자, 애들아 모여 봐, 내가 누군지 알지? 박진영의 신곡 ‘살아있네’의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그가 데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견지한 자신감과 자기애의 총체처럼 보인다. 이 과도한 자신감과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과감한 퍼포먼스와 가사, 무대 바깥의 행동이 20여 년 동안 이어지며 박진영은 호불호를 떠나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기인 같은 존재가 된 것처럼 보인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살아 있는 그의 기행의 역사.

섹시 패션 테러리스트
자신감 넘치는 박진영에게도, 극복할 수 없는 어둠으로 소환되는 과거가 있으니, 바로 전설의 비닐 바지 패션이다. 지금 봐도 난감하고, 당시에도 난감했던 이 패션은, 하지만 단순한 ‘흑역사’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다. ‘날 떠나지마’를 부르던 당시의 그는 망사를 비롯한 아방가르드한 패션과 섹스어필 댄스로 시대를 이끌었다. 당시 [한겨레] 기사에선 가수들의 선정성을 문제 삼으며 “박진영의 성공 이후 야한 차림과 춤동작을 너도나도 양념처럼 안무에 집어넣고 있는 것”이라 말할 정도다. 즉 결과적으로 무리수였지만, 당시 비닐 바지라는 아이템을 시도해볼 수 있는 남성 섹시 심볼은 박진영뿐이었다. 역시 남녀 간의 성적 긴장감을 담아낸 ‘엘리베이터’에서도 섹시 댄스와 독특한 패션을 보여주던 그는, 최근 신곡인 ‘살아있네’ 뮤직비디오에서 봉인됐던 아이템인 비닐 바지를 꺼내 입었다. 과거처럼 삼각팬티가 아니라 소심해 보인다는 기사도 있지만, 아니야. 불필요한 얘기 하지 마.

섹스는 게임이다, 플레이스테이션 말고
춤이랑 노래만 섹시한 게 아니었다. 당시로선 흔치 않은 미국식 사고방식을 지닌 깨인 남성 포지션에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 상당히 직설적인 제언을 하던 박진영은 2000년대 초반 “섹스는 게임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구체적이지 않은 아포리즘 명언을 좋아하는 그의 스타일이 드러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맥락에 대한 설명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이 발언은 온갖 비난과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KBS [승승장구]에 출연해 섹스가 너무 신성화되고 무거운 대상이 되기보다는 즐기는 것으로 이야기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한 말이라 설명했다. 당시 그가 한국 사회의 엄숙주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뒤늦은 변명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냥 그때 그렇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명언 제조기
“사람의 정신, 영혼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이게 ‘영’과 ‘혼’, 두 개로 나뉘어야 한다. ‘혼’은 마인드(mind)라 하고 ‘영’은 스피릿(spirit)이라 한다, ‘혼’이 하는 일은 알파고 같은 컴퓨터가 다 할 수 있다. 심지어 더 잘할 수 있다. 근데 ‘영’이 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영’의 뿌리가 사랑이다. 근데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 같은 건 사랑을 몰라 ‘영’이 하는 일을 할 수 없다.”
- 2016년 4월 3일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5’ 심사평에서.
여전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서장훈과 일대일 승부한 남자
20대가 개새끼, ‘흙수저’ 같은 말로 호칭되는 요즘과 달리, 박진영의 신인 시절 20대는 역사적 앙팡테리블인 엑스세대로 호칭되었다. 그리고 패션과 노래뿐 아니라 일상적 발언에서도 자신감이 넘치던 박진영은 엑스세대의 총체와도 같았다. 그가 얼마나 자신감이 넘쳤느냐면, 1995년 당시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국 유학을 결정한 친구 서장훈을 만류하겠다며 일대일 자유투 대결을 신청하기도 했다. 물론 서장훈의 유학을 막진 못했지만, 이후에는 같은 코너에서 당대 최강의 실업 농구팀이었던 기아 자동차 농구단 입단을 걸고 승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안 될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전제하고 진행한 쇼였겠지만, 긴 리치와 점프력을 과시하고 행사 옵션까지 제시하며 입단을 요청하던 박진영의 저돌적인 모습은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훈아, 수영하러 가자
박진영이 배출한 최고 스타 중 하나인 비, 정지훈이 과거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밝힌 데뷔 비화는 박진영의 자유분방함과 열정이 범인의 상상력을 넘어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연습생 시절의 비는 박진영과 함께 간 외딴 부둣가에서 바다 수영을 제안받고, 수경을 빌려 오면 앨범을 내주겠다는 말에 근처 민가에서 수경을 빌려오는 데까진 성공한다. 멋지게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하던 박진영은 따라 들어오라 말하고, 수영을 못해 주저하는 비에게 “앨범 낼 거야, 안 낼 거야”라고 다시 한 번 호통쳤다. 당시에 대해 비는 “박진영은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면 플러스 점수를 준다”고 회상했는데, 그 스스로 엑스세대의 대표주자로서 거침없이 한국 음악계를 평정한 악동이자 서장훈에게 농구 일대일을 청하던 박진영이었기에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아닐까. 물론 자신이 직접 하는 것과 남에게 요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가 되지만.

과학적인 듯 아닌 듯 사고의 우주
지난 2015년 11월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박진영은 양자 역학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원자 내부에서 벌어지는 물리학 법칙과 그 바깥의 법칙이 다르다는 것을 신이 나서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과학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세상의 최종 원리에 대한 궁금증처럼 보인다. 그보다 전인 2012년 4월에도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박진영은 “현재 인생의 최종목표는 인간과 세상은 누가 만들었을까를 알아내는 것”이라며 각종 종교 서적과 지적설계론, 진화론 서적을 읽었으며, “세상을 만든 그분의 존재를 안 후 푹 잠들 수 있었다”며 지적설계론에 기운 듯한 입장을 보였다. 세계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감탄스러운 면이 있지만 그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고 앞으로도 입증될 수 없는 창조 과학과 연결된 건 좀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로 [M25]와의 인터뷰에선 [창조 설계의 비밀]이라는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물론 “균형 잡힌 지식”을 위해선 “리처드 도킨스의 책 중 아무거나 하나”를 읽기를 추천했는데, 이론적 균형을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 사이에서 찾는 대신 검증되지 않은 설과 진화론 사이에서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양자 역학을 말하던 그가 피가 깨끗해지면 백혈구가 똑똑해져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황당한 건강 이론에 빠진 건, 양자 역학 이론에 입각한 평행우주의 패러독스로 설명해보자.

미리 맛본 황혼기
자아와 영성에 대해 탐구하다가 이스라엘까지 다녀왔던 박진영은 앨범 [Halftime]에서 노년기의 자신을 상상하고 연기하기에 이른다. 타이틀곡 ‘놀만큼 놀아봤어’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파티 피플로 늙은 자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며 할아버지가 된 자신, 길거리의 노숙자로 늙은 자신을 연기했고,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그중 가장 자유로움을 느낀 건 노숙자 연기를 할 때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방송에서 그는 사람들의 선입관과 달리 물욕이 별로 없다고도 밝혔는데, 자유로운 영성과 물질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가지고 계신 JYP 주식을 저에게 조금만.

불타는 피아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5년 Mnet [MAMA]에서도 역시 화제의 중심은 박진영의 솔로 퍼포먼스였다. 댄서의 리본으로 팔다리를 묶은 뒤 그들이 당기는 대로 움직이는 퍼포먼스에는 그가 의도했을 섹슈얼함과는 거리가 먼 ‘능지처참 짤’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흥을 이기지 못해 발로 피아노를 친 퍼포먼스에는 그의 회사에 소속된 트와이스 멤버들마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본인은 SBS 라디오 [두시 탈출 컬투쇼]에서 피아노 퍼포먼스에 대해 다시 봐도 왜 웃기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사실 박진영뿐 아니라 누구에게든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모습과 남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 사이의 괴리는 ‘인터스텔라’와 같다. 

코난과 함께 춤을
지난 4월 9일, 드디어 코난 오브라이언과 스티븐 연이 한국에 와서 박진영과 함께 촬영했던 ‘Fire’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기타리스트를 연상시키는 복장과 분위기로 K-POP의 제왕처럼 등장한 그는 코난과 스티븐을 K-POP 스타로 만들어주고 한바탕 흥겨운 무대를 만드는데, 박진영에 따르면 제안도 코난 측에서 먼저 했고, 출연도 해주고, 뮤직비디오까지 전 세계로 릴리즈해주다. 현재 해당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는 290만을 넘긴 상황이다(2016년 4월 15일 기준). 그가 꿈꾸던 미국 시장 중심으로의 진출은 코난과 함께 시작되는 건 아닐까. 싸이, 보고 있나?

마법의 주문 제와피

노래 부르기 전에 하는 것은? (정답: 목 풀기)
제와피?
- 만화 [마음의 소리]에서.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네’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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