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② “시켜만 주시면 다 잘할 수 있다”

2016.04.19
무용을 전공하고 석사까지 마쳤는데, 왜 그렇게 힘들게 가수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건지 궁금했다.
황인선
: 여섯 살 때부터 스물다섯 살 때까지 무용을 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원하는 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걸 그룹은 나이 어린 사람이 유리하지만 무용계는 나이 많은 사람, 선배가 ‘센터’ 서는 구조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잘하는 걸 보여주면 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동아 무용 콩쿠르에서 세 번 떨어지고 네 번째 나가서 은상을 받았다. 상을 받으면 딱 뭐가 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이 똑같았다. 일주일에 7일, 열 시간을 연습하는데 공연은 두 번밖에 안 하고 그것도 잠깐 나오고, 보러 오는 사람은 부모님이나 지인들 정도라는 현실도 힘들었다.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들이 더 많아지길 바랐는데 하나도 없으니까. 그래서 무용단을 그만두고 뮤지컬을 하려고 했는데, 아는 음악감독님이 걸 그룹에서 활동하다 보면 폭넓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셔서 들어갔다가 3년 동안 데뷔를 못했다.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한 채로 기약 없이 3년을 보내는 게 힘들지 않았나.
황인선
: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원래 한 번 하면 될 때까지 하는 성격이고, 한 번 이룬 사람은 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콩쿠르에 나갈 때도 비관적인 주변 분위기를 깨고 계속 나갔던 거였다. 가수를 준비하면서도 ‘나는 돼. 어떻게든 기회가 올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다. 타고난 성격인 것 같다.

주위에서 현실적인 조언이라고 모진 소리를 하기도 하지 않나.
황인선
: 나를 ‘또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고 때 선생님이 전화하셔서 “미쳤냐, 니가 니 우물을 파고 있구나”라고 하신 적도 있다. 명절엔 친척들 모이는 자리에 안 갔다. 내가 집안에서 제일 맏손녀인데 ‘석사 하던 애가 갑자기 무슨 걸 그룹이냐’, ‘도대체 언제 TV에 나오냐’ 같은 말씀이 왜 안 나왔겠나. 그런데도 부모님은 나를 끝까지 믿어주셨다. 어머니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 포기하지 말고 꼭 이루길 바란다”고 하셨다.

2011년 SBS [짝]에 출연했을 때는 “어머니께서 너무 나대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했다.
황인선
: 어머니는 동양화를 전공하셨는데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하신 데 대한 아쉬움이 큰 분이라 내 꿈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 그런데 굉장히 소녀 같은 성격이어서 왈가닥 스타일인 나랑은 정반대다. “인선아, 항상 겸손하게, 조용히. 나대지 마라~” 차분하게 말씀하시는데 내가 도저히 컨트롤이 안 되는 거지. (웃음) 아무래도 나는 친가 쪽 성격과, 외가 쪽의 예능적 끼를 물려받은 것 같다.

무작정 3년을 기다리다 소속사를 옮기고 나서야 스마일지로 데뷔할 수가 있었던 건데, 활동해보니 원하던 대로였나.
황인선
: 일단 무용을 할 때는 보는 사람이 없거나 한정되어 있다는 게 아쉬웠다. 항상 관객에 목말라 있었던 거다. 그래서 스마일지 활동하면서도 힘들다기보다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더 바빠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사람 만나는 거, 나를 보여주는 걸 좋아해서 버스킹도 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였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는 건 연예인에게 큰 장점인 것 같다.
황인선
: 예고 때 무용과 출신 최초의 학생회장으로 뽑혔다. 사실 무용과는 한 반뿐이라서 표를 얻기가 힘들었는데, 방송반 하면서 음악과, 미술과 애들이랑도 친해져서 인기를 좀 얻은 거다. 그 당시 유세에서도 공약을 막 걸기보다는 수학, 과학 선생님 따라 하는 개인기 같은 걸 했더니 애들이 ‘저 언니 웃긴다. 되게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 뽑아줬던 것 같다.

지금처럼 알려지기 전, 인지도가 좀 더 높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나.
황인선
: 광주 유니버시아드랑 전국체전 무대에 섰을 때, 내가 유명한 가수가 아니다 보니 ‘얘는 뭐야?’라는 반응이 있었다. 군인분들 앞을 지나가는데, 주원 씨한테는 “와와, 주원 잘생겼어요!” 하면서 내가 지나갈 때는 아~무 반응이 없는 거다. 아니 보통, 군대에서는 꼭 연예인이 아니어도 여자가 지나가면 좋아하지 않나! “뭐 하시 분이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지나가니까 쌩하더라. 그때 빨리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많은 대중에게 편안한 이미지로 알려지다 보니 너무 서슴없이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황인선
: 응원하러 오신 팬분들이 (주)결경이나 (정)채연이 같은 애들을 보면서는 “어머, 어떡해. 연예인 실제로 봤어” 그러는데 내가 지나가니까 툭툭 치면서 “이모! 이모!” 그러는 거다. 나도 막 “어, 왔어?” 그래야 될 것 같은 느낌! 연예인인데 연예인 같지 않은 이미지, 나는 그런 편한 이미지가 좋긴 하다. 연애를 하더라도 그냥 ‘나 연애한다, 축하해달라’고 할 거다. 뭘 그걸 숨겨! 아, 그런데 많은 남자 만나려면 숨겨야 되나. (웃음)

이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게 될 텐데, 무엇을 하면 진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나.
황인선
: 하고 싶은 건 뮤지컬인데, 지금 대중이 내게 원하는 건 예능이나 리포터 같은 활동인 것 같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예능도 하고, 기회가 닿으면 뮤지컬 오디션을 보고 싶다. 막 예쁜 주인공 역할보다는 [레미제라블]의 에포닌처럼 실연당하고 잘 안 풀리는,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처럼 개성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일단 뭐든지 시켜만 주시면 다 잘할 수 있다. 특히 역경을 이겨내고 고난 속에서도 살아남는 건 그동안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런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좋다. 어릴 때부터 뭐든 끝까지 물고 늘어져 해내는 성격이었으니까, 아마 지상파에도 나갈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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