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기르는 법]이 당신에게 가르쳐주는 것

2016.04.15
다음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은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사는, 사회 초년생 20대 여성 ‘시다’의 이야기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에서 독립해 서울로 올라왔지만, 보증금이 모자라 두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는 고시원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원룸으로 옮기면서 좋아하는 취향의 가구들로 집 안을 채우리라 결심하지만 취향에 맞는 가구들은 가격이 어마어마하니 결국 “기꺼이 수고 들여 만든 못난 것들”로 집 안을 채워야 한다. 그의 일상은 “매일 아침 프라모델 하나씩 만드는” 것처럼 화장을 하고 출근해,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미루는 일에 허덕이며 “중장비보다 오래 일하는” 것이다.

혼자 ‘사는’ 법이 아니라 혼자를 ‘기르는’ 법이라는 웹툰의 제목이 의미심장한 것은 그래서다. 나를 돌봐주는 누군가가 있었을 때에는 모르던 것들은 집을 떠나 혼자서 살아가면서 비로소 배우게 된다. 보증금이 없어 고시원에서 삶을 시작한 시다처럼, 서울에서 “독립 동물”이 되기 위해서는 내 몸 하나 누일 두세 평의 방을 찾기 위해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려해야 할 것들은 차고 넘치지만, 언제나 그렇듯 예산은 최소한으로 제한되어 있다. 5만 원을 더 주고 외창이 있는 방을 선택하는 시다처럼 최소한의 기준을 가졌지만, 물이 새지 않으면서 반지하나 옥탑이 아닌 방에 들어갈 수 있던 것은 일곱 번쯤 이사를 하고 나서였다. 여기에 1층 방에는 방범창이 있는지, 중앙 현관에는 잠금장치가 있는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로등은 얼마나 있는지 같은, 추가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기준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시다는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다가 골목에서 성추행 위협을 받고 도망치는 15화의 에피소드에서 “무언가를 단단히 배운 느낌”을 이야기한다. 어느 골목길은 위험하니 돌아서 큰길로 가야 한다든가 늦은 새벽에 집에 들어올 때에는 핸드폰에 112를 눌러놓고 통화 버튼에 손가락 하나를 올리고 돌아오는 요령 같은, “그렇게 자정을 넘긴 딸들”이 생존하기 위해 배워가야만 하는 것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시다가 혼자서 스스로를 돌보면서 배워가는 것들은 사회 초년생이자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문제점들과도 중첩되고, 혼자서 살기 때문에 더 잘 드러난다. 골목길에서의 일 이후에 듣는 ‘그러니까 조심해야지’라는 걱정은 “그 새끼들”과 자신을 격리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 시다를 둘러싼 감옥은 밤늦게 집에 돌아가다가 피해를 겪은 여성이 ‘조심하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일이 안전에 대한 책임을 모두 피해자에게 돌리게 된다는 것,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피해자만이 스스로의 행동을 규제하게 되는 오랜 차별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시다는 스스로 안전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이 “세상의 악의를 감당하며 살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혼자 살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그만큼 겪게 되는 차별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한 사람이 그렇게 자신과 세상에 대해 자각하고, 그것에 대해 움츠러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혼자를 기르는 법]이 한 개인의 성장을 그리는 동시에 혼자 사는 삶을 택하면서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는 어떤 사람들, 특히 여성게 위로가 되는 이유다. 시다가 보여주는 혼자 사는 여성의 삶은 그저 매력적이기보다는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는 것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를 기르는 법]은 나를 탓하지 않으면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렵기만 한 ‘혼자’라는 존재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지금 스스로를 가장 잘 돌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이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 말이다. 그리고 시다는 2주 동안 SNS에 방문자 하나 기쁜 소식 하나 없이도 “혼자된 지금은 좀 살 만한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아, 네, 물론입니다”라고 말한다. [혼자를 기르는 법]이 보여주는, 지금 여기 한국 어딘가에서 혼자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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