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GD와 송중기를 탐내는 이유

2016.04.12
9조 원대인 국내 면세점 시장은 ‘중국이 사랑하는 한류 스타들’의 격전지다. 개장을 앞둔 신세계면세점 1대 공동 모델로는 지드래곤(이하 GD)과 전지현이 거론되고 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 지난달 개장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신라면세점과 모델 샤이니·동방신기를 공유했다. 김수현·이민호·박해진이 총집결한 롯데면세점은 최근 중국에서 급부상한 황치열을 모델 목록에 추가했다.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BS [태양의 후예]의 송혜교와 송중기는 거의 모든 면세점이 탐내는 ‘모델 0순위’다.

‘롯데 vs 신라’ 양강 구도였던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은 지난해 신세계·신라아이파크·두산·갤러리아63·SM 면세점이 가세한 다자 구도로 바뀌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이 예정대로 폐점하더라도 5월 개장할 신세계·두산 면세점을 합치면 서울 도심의 면세점은 다시 9곳이다. 인천·김포공항 면세점까지 더하면 수도권 면세점만 15곳이다. 영국 유통전문지 [무디리포트]는 지난해 10월 “한국 면세점은 예측 불가능한 요인으로 깨질 수 있는 황금알”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면세점 전체 매출의 7할 이상인 중국 자본은 중동호홉기증후군(메르스)처럼 악재가 겹치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썰물이란 뜻이다. 게다가 중국은 “중국 돈은 중국에서”란 입장 아래 지난 1월부터 명품·생활용품의 수입 관세를 완화했다. 중국인이 연간 해외에서 뿌리는 1조 위안(178조 4000억여 원)을 내수로 돌리려는 안간힘이었다.

그러니 한류 스타가 이 난세를 헤쳐 나갈 영웅 취급을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면세점의 관광객 유인책은 어차피 명품 아니면 스타다. 명품 ‘빅 3’로 불리는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이 몇 개로 쪼개질지 모를 면세점 지형도를 관망하며 애간장을 태우는 이때, 새로운 면세점들이 기댈 곳은 스타 마케팅뿐이다. 더구나 자칭타칭 한류 스타 중 면세점 모델로 기용 가능한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백화점·복합쇼핑몰·대형마트 등 경쟁 그룹의 다른 유통망 모델이 아니면서, 국내·해외 인기가 엇비슷하며, ‘반짝 대세’가 아니라 중량감을 갖춘 호감형 한류 스타는 흔치 않다. 


중국인 관광객의 눈높이도 예전 같지 않다. 이들은 더 이상 면세점에서 ‘쇼핑’만 하길 원하지 않는다. 최근 10여 년 동안 이민호가 노래를 부르고, 박해진이 카퍼레이드를 하고, EXO의 ‘으르렁’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콘서트 마케팅’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이 2006년 자사 모델을 총동원해 시작한 ‘패밀리 콘서트’는 중국 본토에서 전세기 또는 전세 버스로 모셔 온 관광객 2만여 명이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꽉 채울 정도로 자리 잡았다. 롯데처럼 당장 대형 콘서트를 개최할 여력이 안 된다면 이종석의 팬미팅, 빅뱅이 알라딘으로 분한 홍보용 영상이라도 제공해야 입맛을 맞출 수 있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면세점 한구석에 SNS용 한류 스타 포토존이라도 설치해야 한다. 면세점에서 송혜교가 발랐던 라네즈 ‘투 톤 립 바’나 송중기가 짜 먹었던 ‘홍삼정 에브리타임’을 정확하게 지목하는, 야무진 바링허우(八零後. 중국의 1980년 이후 세대)를 상대하려면 말이다.

결국 후발 주자들은 ‘한국·중국·일본·동남아시아에서 모두 통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췄으며, 여성 관광객을 공략할 수 있고, 프로모션용 행사에서 그럴듯한 퍼포먼스까지 가능한 스타’를 기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다급한 상황이지만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매년 30여 명의 한류 스타를 싹쓸이해 선택지가 좁다. 롯데 외 업체들은 ‘한류 4대 천왕’으로 불렸던 김수현·이민호·이종석·김우빈 중 절반, SM·JYP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보이 그룹(EXO·슈퍼주니어·2PM)을 제외한 나머지 한류 스타 중 모델을 낙점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왕자웨이·우위썬 감독과 작업한 송혜교, 중국에 ‘치맥’ 문화를 보급한 전지현, 현재 가장 뜨거운 송중기, 음악·패션 아이콘인 GD가 면세점 모델로 언급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송혜교·송중기의 개런티가 각각 30억 원대, 60억 원대로 올랐다”([한국스포츠경제])는 일부 보도, 업계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전지현과 GD의 모델료도 수십억 원대로 치솟았다”란 얘기도 면세점 업계의 절박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단초다. 주요 면세점은 업체당 연 평균 1100억 원 정도를 여행사와 가이드에 쏟아붓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신라 등 5대 면세점이 여행객을 데려오는 조건으로 여행사 및 가이드에게 준 수수료가 5619억 원”이라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수천억 원대 자본이 오가는 리베이트 시장이 존재하는 가운데 ‘가이드 100명 부럽잖은 단 1명의 한류 스타’는 20억, 30억을 베팅해서라도 확보해야 할 동아줄이다. 개장 이후 고전하던 면세점 신참들이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6000여 명의 방문으로 겨우 숨통이 트인 지금 더더욱. 또다시 중국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는 게 쉬울까, ‘송중기 면세점’ 식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쉬울까. 면세점 업계는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것 같다.




목록

SPECIAL

image SNS와 여성 연예인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