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성과 효민이 앉은 ‘섹시’라는 이름의 의자

2016.04.11

걸 그룹 티아라의 효민이 컴백했다. 2014년 발표한 첫 미니 앨범 [NICE BODY] 이후 1년 8개월 만의 솔로 활동이었다. 오랜만의 컴백이었지만, 타이틀곡 ‘Sketch’와 함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건 오로지 뮤직비디오와 안무 수위에 대한 수군거림이었다. 두 눈을 가린 채 ‘의자’에 올라 앉아 시작해 의자 바닥에 얼굴을 대고 허리와 골반을 치켜 든 채 마무리 되는 효민의 컴백 무대는 대중들의 반응으로만 보자면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에 대한 모든 것이었다. 열흘의 간격을 두고 시크릿 전효성 역시 컴백했다. 그리고 역시 화제의 키워드는 ‘의자’였다. 남성 생활 건강 브랜드 스웨거와 촬영한 광고 영상에서, 타이트한 옷을 입은 전효성은 텅 빈 공간 한 가운데 놓인 검은 의자를 중심으로 섹시한 춤을 춘다. 그리고 뜨는 광고 문구, ‘남자들이여 단단하게 세워라.’ 양심은 있는지 다급하게 쉼표를 찍고 ‘머리를!’이라는 문구를 덧붙이긴 했지만, 이 광고가 전효성과 의자를 통해 얻으려는 효과는 너무나 명확해 보였다.

물론 화제성은 확실히 얻었다. 각종 포털 사이트나 음원 사이트, 유튜브 등에서 전효성과 효민을 검색하면 그들과 섹시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누군가는 ’너무 심하다’, ‘이런 것 밖에 할 게 없냐’는 비판을 하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착한 광고 감사합니다’, ‘이게 왠 횡재냐’ 같은 호의적인 덧글도 즐비하다. 노골적인 섹시 콘셉트에 대해 과하다, 지겹다는 비난이 끝없이 반복됨에도 아랑곳없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런 ‘노린’ 콘텐츠가 계속 등장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것. 섹시함을 표현하는 방법이 그 하고많은 것들 가운데 왜 ‘의자’냐는 점이다. 인류사회 곳곳 그토록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섹시함을 표현하는 도구가, 어째서 매번 의자뿐인 걸까. 손담비의 ‘미쳤어’가 불러왔던 ‘섹시한 의자춤’이 남긴 그림자가 짙긴 하지만, 그마저도 벌써 8년 전 일이다. 섹시 콘셉트가 대중문화의 핵을 관통하는 중요한 일부라면,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왜 아직도 이토록 고루하고 획일적이기만 할까. 우선 상상력의 부재가 문제일 것이다. 노출을 하거나 골반을 돌리면 ‘섹시한’ 것이고, 거기에 의자를 놓으면 ‘더 섹시한’ 것이라는 속 편한 발상. 섹시함은 몸을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는데 그칠 뿐, 그 가수가 어떤 캐릭터를 가졌는지까지 섬세하게 전달할 수는 없다.

섹시함에 대한 이 빈곤한 상상력과 연구는 찍어낸 듯한 섹시 코드의 무분별한 양산으로 이어졌고, 대중들의 피로도 그만큼 가중되었다. 최근 1, 2년 사이 데뷔한 다수의 신인 걸 그룹을 통해 한층 풍성해 진 ‘소녀’ 담론에 비하면 섹시함을 둘러싼 논의는 더욱 더 초라해 보인다. 박지윤의 ‘성인식’ 혹은 핑클의 ‘NOW’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가요계 속 ‘소녀의 성숙’은 마치 고장 난 레코드 플레이어처럼 한 구간만을 반복하고, 짙은 화장을 하거나 야릇한 표정을 짓지 못하면 도무지 ‘성숙’할 수 없는 슬픈 소녀들의 일그러진 사연은 멀고 먼 길을 돌아 2016년의 전효성과 효민에게까지 닿았다.

섹시함을 전형적인 상상력의 틀에 끼워 넣는 콘셉트 기획의 부실함은 효민과 전효성의 이번 앨범이 뮤지션으로서 나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이러니 하다. 전효성은 제목부터 ‘나를 찾아줘’를 내세우며 차세대 디바와 한동안 공석에 가까웠던 섹시한 솔로 여가수의 자리를 동시에 가져가려는 의지를 보였고, 효민은 세련된 일렉트로 소울 넘버들과 자작곡으로 앨범을 꼼꼼하게 채우며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결과물이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들은 대중에게 소구되는 섹시 콘셉트 안에서 자신들의 방향성을 드러내려 각자의 방법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2009년 데뷔해 그룹 활동을 제외하고도 각각 세 장과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낸 그들이 정작 무대에서, 또는 소비되는 광고 안에서 의지할 곳은 허허벌판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낡고 고루한 의자 하나뿐이다. 한국, 아이돌, 그 중에서도 여성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이렇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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