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샵보이즈를 들읍시다. Please!

2016.04.07
지난 1일, 펫샵보이즈가 13번째 앨범 [Super]를 발표했다. 그들의 데뷔 앨범 [Please]가 발매 30주년을 맞이한 즈음의 일이다. 펫샵보이즈가 ‘West End Girls’로 데뷔와 동시에 국제적 팝 스타가 된 이후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다. 그들이 활동 초기 10년 동안 내놓은 [Please]에서 [Bilingual]에 이르는 앨범들은 소울, 팝, 디스코, 하우스에 대한 이들의 선호를 다양한 관점에서 담아내면서, 지금까지도 귀에 익은 많은 히트곡을 낳았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난다 해도 여전한 감흥을 주는 멜로디, 정교하게 쌓아 올린 샘플링, 신나면서도 우수를 품은 특유의 정서는 펫샵보이즈가 널리 사랑받았고, 사랑받는 이유다. 당신이 아는 노래가 혹시 ‘Go West’뿐일지라도 상관없다. 그 노래가 기억에서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의 시작에는 [Please]가 있다. 최초의 히트곡 ‘West End Girls’부터 부자동네 웨스트엔드와 가난한 이스트엔드를 대비하면서, 빈부격차·마약문제·매춘을 모자이크처럼 짜 넣었다. 이 노래의 차가움은 자세한 묘사나 설명이 아니라 신문 지면의 사건사고나 인터뷰 조각을 보는 듯한 생생함에서 온다는 점에서 문학적이다. 펫샵보이즈의 멤버 닐 테넌트의 가사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해 사회적 의식을 드러내고, 동시에 일반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서 냉소적인 가사와 신스팝의 결합이라는 펫샵보이즈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Opportunities (Let's Make Lots of Money)’는 그 유명한 “나는 머리가 좋고 너는 잘 생겼으니까 돈을 벌자”는 가사로 시작하며 민망할 정도의 자기 인식을 보여주고, 이것은 닐 테넌트가 오랫동안 언급하는 대처 시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풍자로 이어진다. 그들은 다층적인 의미를 가진 가사를 댄스 비트에 실어 가볍게 만들고, 그것을 히트곡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데뷔 앨범을 [Please]로 지은 의도 중 하나가 사람들이 음반 가게에서 “Can I have the Pet Shop Boys album, ‘Please’?”라고 묻게 하려고 했다는 것처럼 기막힌 유머 감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펫샵보이즈의 재능은 1980년대의 시대적 상황과 함께 뛰어난 메시지와 음악의 결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80년대 내내 그들이 게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에이즈가 발견된 지 얼마 안 돼 ‘게이 암’ 혹은 ‘동성애에 대한 신의 형벌’ 정도로 여겨지던 시기다. 대처 정부는 물론이고, 각국이 게이를 차별하는 크고 작은 정책을 내놓았다. 인종과 성별이라는 오래된 차별을 무너뜨린 대중음악계에서도 동성애는 금기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펫샵보이즈는 소문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을 둘러싼 모호함을 즐기고 이용했다. ‘Why Don’t We Live Together’의 “나는 널 원할 때 찾았지만, 늦은 밤 너를 잃었어. 내 안의 여자는 소리치고 남자는 그저 웃었지”라는 가사는 단지 누구나 마음속에 지닌 복합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비유일 수도 있고, 그보다 직접적인 언급일 수도 있다. 동성애와 이성애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모호한 가사는 [Please]만이 아니라 이들의 초기 앨범 전체를 지배한다. 어느 쪽이든 가사는 작동하고 누군가에게 이해와 공감을 얻는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노래인 1990년 작 ‘Being Boring’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떠올리면서도 게이 문화의 활력을 말하지만, 동시에 젊은 시절에 대한 회고와 현재의 자신을 바라보는 먹먹한 시선을 담은 노래이기도 하다.

펫샵보이즈가 에이즈에 대한 공포심이 극에 달한 ‘때’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층적인 가사를 대중적인 팝에 싣는 그들의 재능은 그 시기 동성애에 대한 터부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이 되었다. 그들의 모호함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경질적인 보수주의를 못 본채 하면서도, 그것에 균열을 낸다. 그들은 정치적이라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보편적인 이야기에 담아 예술적인 완성도와 대중의 환호를 모두 확보했다. 그리고 1994년, 닐 테넌트는 인터뷰를 통해 커밍아웃했다. 자신의 노랫말에 대해 자기 자신으로서 자연스럽게 쓴 것이라 밝히면서. 다시 한 번, 이들이 ‘때’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재능은 의도를 뛰어넘어 빛을 발한다. 자신에게도, 세상에게도 모두 필요한 그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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