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레드벨벳·여자친구·오마이걸, 소녀 걸 그룹 중간평가

2016.04.06
러블리즈와 레드벨벳·여자친구·오마이걸은 모두 ‘소녀’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각자 다른 영역으로 뻗어 나간 아이돌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소녀 걸 그룹의 시대가 슬슬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현재, 이들 네 팀은 각각 어떤 중간성적표를 받아 들었을까. 지금까지의 활동을 평가하고, 다음 스텝을 위해 가지고 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정리했다.



블리즈
DO: 순정만화풍 스토리텔링

데뷔곡 ‘Candy Jelly Love’부터 ‘Ah-Choo’까지, 러블리즈는 윤상을 중심으로 한 프로듀싱팀 원피스와 함께 순정만화에 등장할 것 같은 소녀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예쁘장하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소심하고 여려 보이면서도 짓궂은 표정을 한 소녀들의 복잡한 얼굴은 러블리즈가 찾아낸 틈새였다. 나풀거리는 스커트와 긴 머리카락, 꽃을 단 워커나 레이스가 달린 양말처럼 ‘예쁨’의 클리셰를 모두 모아놓은 듯한 비주얼은 물론 깜찍하게 재채기를 하는 것 같은 안무(‘Ah-Choo’) 등 단 한 순간도 사랑스럽게 보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요소들은 특정 취향의 팬들을 정확하게 공략하는 것이었다. 책 사이에 끼워 곱게 말려둔 꽃잎처럼, 생기가 부족해 보이는 아름다움은 범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콘셉트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은 다른 걸 그룹들과 겹칠 리 없는, 러블리즈만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DON’T: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그러나 러블리즈는 갑작스럽게 다른 길로 발을 뻗어버렸다. 원피스가 아닌 흑태가 작사·작곡한 ‘그대에게’는 여태껏 러블리즈가 그려왔던 정서와 정반대에 서 있다 해도 좋을 곡이다. ‘Candy Jelly Love’와 ‘안녕’, ‘Ah-Choo’ 모두 간질간질한 사랑의 감정에 대해 노래하지만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아니라 이야기하고 있는 소녀 자신이며, 그래서 세 곡은 집요할 정도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거나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반면 ‘그대에게’에는 “그래요 힘을 내요 그댄 오직 내게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 / 언제나 힘들 때면 그대 내게 기대” 같은 가사처럼 철저하게 듣는 이를 위한 메시지만이 담겨 있다. 오키나와의 풍광 안에서 서로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노는 뮤직비디오 속 러블리즈는 사랑스럽지만, 이마저도 이미 다른 팀을 통해 본 듯한 기시감을 낳는다. 세심한 기획으로 시작한 만큼 방향 전환 역시 훨씬 더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았을까. 아직도 음원차트에서 버티고 있는 ‘Ah-Choo’의 뒷심이 좋았기에 더욱 아쉽다.


레드벨벳
DO: 뭘 해도 퀄리티 보장

다소 의아한 선택이더라도, 레드벨벳은 결과로 듣는 이들을 설득해내고 만다. ‘행복’ 직후 발표한 S.E.S.의 리메이크곡 ‘Be Natural’은 신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선택처럼 보였지만, 의자를 이용해 어려운 안무를 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던 멤버들 덕분에 팀에 대한 신뢰는 도리어 높아졌다. 미국의 하이틴처럼 과감한 스타일링을 소화해냈던 ‘Ice Cream Cake’, ‘Be Natural’보다 더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Automatic’, 말괄량이 삐삐 인형 같은 깜찍한 모습으로 고난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Dumb Dumb’ 등 무엇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결과물은 매번 코스튬을 갈아입듯 하나로 모이지 않는 레드벨벳의 특징을 약점이 아닌 개성으로 해석하게 만들었다. 최근 레드벨벳이 발표한 ‘7월 7일’ 역시 마찬가지다. 봄이라는 계절의 특성, 한창 기세 좋게 달려 나가야 할 시점임을 생각하면 의문스러운 선택이지만, 잘 조율된 멤버들의 보컬과 표정은 곡에 훅 빠져들게 한다. 다양한 콘셉트에 가려져 있던 레드벨벳 멤버 한 명 한 명의 결을 깊게 들여다볼 기회인 것이다. 

DON’T: 레드와 벨벳 콘셉트의 분리
그럼에도 ‘레드’와 ‘벨벳’ 콘셉트를 더 이상 분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쉽게 말해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레드(‘행복’·‘Ice Cream Cake’·‘Dumb Dumb’), 어두운 분위기의 벨벳(‘Be Natural’·‘Automatic’·‘7월 7일’)은 그 차이가 너무나 크고, 때문에 상당히 괜찮은 결과물에도 정작 레드벨벳 자체의 이미지는 예쁘고 스타일리시하다는 것 외에는 여전히 흐릿하다. 왜 굳이 두 콘셉트를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답 역시 ‘그렇게 시작했으니까’ 외에는 찾기 어렵다. 레드벨벳이 양극단의 콘셉트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건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남은 것은 하나, 두 가지를 적절히 배합해 레드벨벳의 그다음 단계를 제시할 차례다.


여자친구
DO: 일관성 있는 캐릭터

‘유리구슬’에서는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야”라고 노래했다. ‘오늘부터 우리는’에서는 “이제는 용기 내서 고백할게요”라고, ‘시간을 달려서’에서는 마침내 “거친 세상 속에서 손을 잡아 줄게”라고 이야기한다. 여자친구의 캐릭터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끝내 달려 나가는 소녀, 여기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음악적으로도 손에 닿을 듯 말 듯 애달픈 분위기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는 점, 강렬한 기타리프와 함께하는 댄스브레이크 파트를 시그니처처럼 만들었다는 점 등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팀인지 세 곡에 걸쳐 명확하게 설명해냈다. 일명 ‘꽈당’ 사건이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거나 쓰러지지 않을 듯한 소녀들의 이미지를 한층 공고히 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연에 들뜨지 않고 원래의 캐릭터를 밀어붙인 ‘시간을 달려서’가 없었더라면, 이 정도의 압도적인 성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DON’T: 퍼포먼스의 차력화
발차기 안무·뜀틀 안무·타임머신 안무 등 여자친구의 퍼포먼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그 고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박력과 정확함·세밀함이 모두 더해진 칼군무인 것이다. 이걸로도 모자라 여자친구는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서 ‘시간을 달려서’의 2배속 안무를 보여주었다. 힘들어서 소리를 지르고, 넘어질 듯 말 듯하면서도 절대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 퍼포먼스는 이들의 캐릭터를 요약하는 장면이었다. 심지어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는 2.5배속으로 재생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도 생글생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만큼 여자친구를 주목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퍼포먼스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어렵고 복잡한 퍼포먼스 자체가 차력처럼 신기한 볼거리로 받아들여지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팀의 캐릭터와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선에서 멈춰야 하지 않을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니 말이다.


마이걸
DO: 아기자기한 비주얼

인스타그램의 구성을 이용해 티저 이미지를 크게 공개하거나, 무대의상 코디네이션을 여러 가지 소품과 함께 매일매일 게재한다. 오마이걸은 데뷔 때부터 아기자기한 비주얼을 보여주는 데 각별히 신경 쓰는 팀이었다. 지난 3월 28일 발표한 [PINK OCEAN]에서는 그 기획의 방향이 한층 더 뚜렷해졌다. 앨범의 티저로는 멤버들의 사진뿐 아니라 수록곡 각각의 분위기에 맞게 그려진 일러스트들이 같이 등장했으며, 앨범에 포함된 멤버별 포토카드 역시 인형옷 갈아입히기 스티커처럼 귀엽게 디자인되어 있다. 타이틀곡 ‘LIAR LIAR’의 가사를 손글씨 편지처럼 옮겨 적어 공개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게다가 디지페디가 맡은 ‘LIAR LIAR’의 뮤직비디오는 짝사랑이라는 곡의 주제를 멤버들 모두 똑같은 남성의 사진을 쥐고도 서로 마음을 숨기는, 일종의 장난스러운 밀실 스릴러처럼 연출되었다. 예쁘지만 어딘가 투박했던 ‘CUPID’와 ‘CLOSER’의 뮤직비디오를 거쳐, 오마이걸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일말의 답을 찾은 것일지도. 

DON’T: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요소들
‘CUPID’로 데뷔했을 때, 오마이걸의 캐릭터는 생기 있는 어린 소녀들이었다. 트럼펫을 부는 듯한 안무와 치어걸 같은 의상, 행진하는 듯한 멜로디는 에너지 넘치는 신인의 기세 좋은 등장을 알리는 듯했다. 그러나 ‘CLOSER’와 ‘LIAR LIAR’가 그리고 있는 것은 각각 판타지 계열의 신비로운 소녀와 발랄하지만 비밀스러운 소녀다. ‘소녀’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둔 채 아직도 이것저것 시험해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LIAR LIAR’의 멤버별 티저는 분명 아름답고 세련됐지만 오마이걸이 어떤 캐릭터를 가진 팀인지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대표 무대의상인 미니스커트와 롤러스케이트 무늬의 신발은 노래의 개성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포인트가 확실하지 않은 곡을 보완하기에 안무 역시 평이하다. 맑고 얕은 바다처럼 찰랑거리는 멜로디, 야무지게 다듬어진 오마이걸의 목소리는 듣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그 이상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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