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잭맨에게 ‘손가락 하트’는 무엇으로 보였을까

2016.03.29
“두 유 노우 김치?”, “두 유 노우 갱남스타일”에 이어 이젠 손가락 하트다. 얼마 전 영화 [독수리 에디] 홍보 차 내한한 휴 잭맨과 태런 에저튼은 홍보 담당자들의 요구에 이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시키니까 한다는 표정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정확히 이 동작의 무엇이 하트를 연상시키는지 파악하지 못한 휴 잭맨은 마치 명상하는 요기 같은 오묘한 손동작을 만들기도 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헨리 카빌 역시 프로모션 영상에서 설마, 라는 표정으로 “이게 하트라죠?”라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tvN [뇌색시대-문제적 남자]에 출연한 클로이 모레츠의 경우 남자 출연자들의 손가락 하트 공세를 받으며 “귀엽다”는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반대로 국내 연예인이 해외에 K-Pop 대신 손가락 하트를 전파하는 경우도 있다. 황치열이 중국 팬들을 상대로 보여준 손가락 하트는 빠르게 전파되어 중국 후난TV [쾌락대본영]에 출연했을 땐 MC들이 먼저 손가락 하트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연예인부터 대통령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던 손가락 하트가 김치와 ‘강남스타일’ 이후 반강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크한 문화 수출품이 된 셈이다. 하지만 정말 궁금하다. 저 손가락 하트는 저렇게 자랑스럽게 전파할 만큼 유용한 것일까? 정말로 하트를 연상케 하는 효율적인 동작일까?

이것은 김치가 외국인 입맛에 맞느냐, ‘강남스타일’이 한국을 대표하는 곡이 될 수 있느냐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굳이 따지면 김치가 음식인가, ‘강남스타일’이 노래인가, 라는 질문에 더 가깝다. 물론 앞의 두 경우는 충분히 증명되었다. 하지만 손가락 하트는? 손가락 하트는 기존의 손으로 만드는 하트와 마찬가지로 하트 모양과의 유사성을 통해 하트를 의미한다. 미국의 철학자 퍼스는 기호를 대상과 유사한 ‘도상, 대상과 인과관계를 맺는 ‘지표’, 관습적 약속을 통해 대상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구분하는데, 형태적인 유사성에 기댄다는 점에서 손가락 하트는 ‘도상’ 기호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형태적 유사성이라는 요소만 따졌을 때, 손가락 하트는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기에 부족한 기호인 게 사실이다. 하트의 윗부분과 비슷한 굴곡을 그리려면 엄지와 검지의 첫 마디를 포개야 하지만, 그것으로는 하트 밑 부분의 꼭짓점을 표현할 수 없다. 착한 사람 눈엔 보인다고, 마음의 눈으로 보면 된다고 말하지 말자.

조금 더 복잡한 문제도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레이 버드휘스텔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에서 언어적 요소는 30%일 뿐이며, 비언어적 요소가 70%라고 주장하며 이러한 비언어적 요소 중 신체적 제스처를 분석한 몸짓학(kinesics)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한 바 있다. 손가락 하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엄지와 검지를 포개는 동작은 이러한 비언어적 제스처로서 아주 작거나 적은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손가락을 포갠 뒤 비비는 행위는 돈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서의 태런 에저튼의 사진들을 확인해보라. 그의 떨떠름한 표정과 손가락 하트의 조합에서 “하찮은 것”이라는 육성이 들리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즉 손가락 하트의 유용성은 하트 모양과의 유사성뿐 아니라, 이 두 개 제스처와의 경쟁을 통해서도 증명되어야 한다.

얼마 전 작고한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이론은 ‘도상’ 기호로서 손가락 하트의 무엇이 부족한지 좀 더 세밀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짚어볼 만하다. 그는 [일반 기호학 이론]에서 ‘도상’에 대한 퍼스의 정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바 있는데, ‘도상’이 대상과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상징처럼 관습성에 상당히 기대고 있다는 것을, 지금은 현실의 모사로 보이지만 당대에는 자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회화의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그는 또한 막대기로 칼싸움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예시로 들며, 막대기가 칼을 의미할 수 있는 건 긴 형태적인 유사성 때문만이 아니라 칼을 휘두르는 행위의 맥락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에코에 따르면 “도상 기호들이란 시각적 텍스트들”이며, “맥락을 떠난 도상 기호들은 전혀 기호가 아니다.” 이것을 손가락 하트에 적용하자면, 이 동작이 딱히 합의된 전통도 없는 주제에 너무나 맥락 없이 사용되거나 요구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나마 외국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클로이 모레츠의 경우, 그에게 해당 동작을 뜬금없이 시키거나 가르치지 않고, 호감의 표현으로 김지석이 클로이 모레츠에게 하트를 발사했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즉 호감이라는 것을 전달하는 상황적 맥락에서 손가락 하트는 ‘에계’나 ‘돈 줘’가 아닌 하트의 의미로 좀 더 오해 없이 해석될 수 있었다.

그래서 기왕 유행하기 시작한 손가락 하트를 포기할 수 없다면, 이것이 하트라고, 사랑의 표현이라고 전 세계를 상대로 우기기보단, 그렇게 해석될 맥락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먼저다.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의미는 사용에 있다.” 가령 유아인처럼 손가락 하트에 입을 맞추며 발사하는 러블리한 행동이라면 별다른 저항 없이 그 안에서 하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누군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손가락 하트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면 국가 비상사태와 하트, 둘 중 하나는 진심이 아니라고밖에 볼 수 없지 않겠나. 아니면 둘 다 진심이 아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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