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레드벨벳 좋아요 VS 싫어요

2016.03.28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의 레드벨벳은 앨범을 ‘Red’와 ‘Velvet’으로 나누어 낸다. ‘Red’가 ‘Dumb Dumb’을 비롯한 경쾌한 댄스곡이라면, ‘Velvet’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다소 어두운 곡들을 타이틀로 삼는다. 그리고 이번 ‘Velvet’ 앨범의 타이틀곡 ‘7월 7일’은 그동안 레드벨벳이 냈던 곡 중에서도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듯하다. 누군가는 곡과 뮤직비디오의 조화를, 또는 SM 특유의 발라드가 가진 매력을 선호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Velvet’이라는 콘셉트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언제나 독특해서 선호되고, 반대로 그만큼 불호도 있었던 팀. 그리고 ‘7월 7일’은 그중에서도 듣는 이의 입장에 따라 가장 반응이 갈리고 있는 곡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와 이지혜 기자가 레드벨벳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한 이유다.

‘Red’와 ‘Velvet’이라는 샴쌍둥이
그룹 이름을 활용한 가벼운 농담 같던 ‘Red’와 ‘Velvet’은, 이제는 어쩐지 그룹 레드벨벳이 지켜내야 할 일종의 가치처럼 되어 버렸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닮은 엉뚱하고 명랑한 일렉트로 걸 팝이 ‘Red’라면, ‘Velvet’은 R&B를 기반으로 한 부드럽고 매혹적인 세계. 예리한 칼날로 도려낸 듯한 이 명확한 이분법은 레드벨벳이 데뷔한 이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었다. 총 천연 정글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듯한 ‘행복’ 뒤에 ‘Be Natural’이 따랐고, ‘Ice Cream Cake’는 ‘Automatic’과 데칼코마니처럼 짝을 이뤘다. 첫 정규 앨범 [The Red]와 ‘Dumb Dumb’으로 2015년을 흔들었으니, 정직한 수 그대로라면 이번엔 Velvet 차례였다. 그리고 마치 약속의 그 날처럼 [The Velvet]이 우리를 찾아왔다.

대형 오케스트라 세션을 동원한 클래시컬한 발라드 넘버 ‘7월 7일’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앨범은, 보도자료가 몇 번이고 반복해 말하듯 ‘Velvet 분위기’와 ‘Velvet 스타일’을 그려낸 노래다. 아니,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Velvet 분위기’와 ‘Velvet 스타일’인 것 같은 ‘기운’을 전하는 곡이다. 여전히 말장난 같지만, 이 ‘느낌적인 느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Red’와 ‘Velvet’ 자체가 기존에 존재하던 세계관도 특정한 장르명도 아닌 만큼, 그룹 서사에 있어 이 두 가지 요소가 ‘무엇인가’를 대중에게 드러내고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그룹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Red’의 세계관 확립이 성공적이었던 만큼 ‘Velvet’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졌다. 타이틀곡 ‘7월 7일’을 원곡을 포함한 총 네 가지 버전으로 앨범에 수록한 건 어쩌면 그런 부담감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그 부담은 결코 헛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전작에 비해 흐릿한 인상이나 ‘왜 이 타이밍에 이런 앨범이냐’는 불만은 우선 잠시 비즈니스 저편으로 넘겨두자. 어떤 순간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타이틀곡 ‘7월 7일’은 물론 꽉 차는 두터운 질감을 베이스로 브라운스톤이나 SWV, 데스티니스 차일드 같은 90년대 보컬그룹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Light me up’, 무려 이수만의 1989년도 발표곡을 리메이크한 ‘장미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까지, 앨범의 모든 곡은 오로지 ‘Velvet’의 증명을 위해 전력질주 한다. 지난 20년간 몇 번의 변태를 거쳐 동도 서도 아닌 곳에 자리 잡은 ‘SM 발라드’의 2016년도 버전 진화형은 이 숨찬 레이스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지원군이다. 웬디의 깊은 감성과 조이의 고혹적인 톤 등 ‘Red’의 세계 안에서는 눈부신 원색에 가려 미처 보이지 않았던 멤버들의 디테일까지 발견하면, 명칭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되어 버린다.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샴쌍둥이처럼, Red와 Velvet은 이미 레드벨벳 안에서 하나다. 비록 그 모습이 자승자박이나 의무방어전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글.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나침반을 잃은 ‘벨벳’이란 조각배
레드벨벳의 [The Velvet] 타이틀곡 ‘7월 7일’의 뮤직비디오는 마치 달력과 나침반을 잃어버린 배 같다. 봄에 칠석의 전설을 가져와 이야기하는 것은 계절과 어울리지 않고, 잔잔한 팝 발라드에 현대무용을 연상시키는 동작과 걸 그룹의 안무에서 볼 수 있는 파워풀한 동작이 섞여 어딘가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음악과 정확하게 맞물리는 호흡으로 편집한 영상이라든가 잘 손질된 멤버들의 헤어와 메이크업 그리고 지금의 유행과 개성의 조화를 이룬 의상 등 매력적인 요소들도 많다. 해외 팬들은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에서 “Perfect Beauty”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왜 지금 ‘7월 7일’이었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을 것이다. 레드벨벳은 처음부터 ‘Red’와 ‘Velvet’으로 콘셉트를 나눠 번갈아 활동했다. ‘Red’가 좀 더 댄스음악에 가깝다면, ‘Velvet’은 의도적으로 느리고 보다 어두운 분위기를 가미했다. 두 콘셉트가 교차로 나오는 것은 레드벨벳의 중요한 특징이고, 이를 통해 그들은 다양한 이미지를 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다. 이것은 레드벨벳의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오랫동안 성공시켜온 방식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대중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기획이라도, 꾸준한 일관성과 좋은 결과물로 대중이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왔다.

그러나 항해에 언제나 순풍만 불지는 않듯, 외부의 상황은 바뀐다. 2016년이 시작되자마자 여자친구는 ‘시간을 달려서’로 음원차트를 질주했고, 지난해 데뷔한 트와이스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Mnet [프로듀스 101]의 수많은 걸 그룹 연습생들은 프로그램의 인기와 걸 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콘셉트를 소화하며 이슈의 중심이 됐다. 이런 시점에서 레드벨벳은 무대가 화제가 되기도, 멤버들의 개성이 드러나기도 어려운 발라드를 선택했다. 그들의 이전 곡인 ‘Dumb Dumb’은 독특한 스타일링과 발랄하면서도 파워풀한 댄스곡으로 어느 걸 그룹도 모방하기 힘든 영역을 개척했다. 그런데 ‘Velvet’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굳이 다른 걸 그룹과 크게 차별화되기 어려운 ‘7월 7일’을 해야 했을까. 물론 SM은 보다 장기적인 기획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판단은 그들의 몫이다. 다만 유독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지금 가장 기세 좋게 올라가야 할 팀이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가버렸다. 마치 뮤직비디오 속 젖은 나비처럼. 자신만의 나침반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때론 돛의 방향에 따라 항로를 바꿔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글.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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