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거리에서 탄생한 ‘인디 아이돌’

2016.03.25
3월의 주말, 지하철 홍대입구역 8번 출구부터 KB국민은행 서교동지점까지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트와이스 ‘OOH-AHH하게’, 레드벨벳 ‘Dumb Dumb’, EXO ‘CALL ME BABY’, 방탄소년단 ‘쩔어’가 울려 퍼진다. 댄스팀들은 아이돌 그룹의 춤을 추고, 걷고 싶은 거리에는 걷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린다. 유튜브 UCC Jin 페이지를 운영하는 정덕진 씨는 “이제 막 유튜브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요즘엔 댄스 버스킹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촬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이미지가 연상됐던 ‘홍대 버스킹’의 주류가 춤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홍대에서 작년 12월 댄스 버스킹을 시작한 레드 크루의 이강용 씨는 “내가 시작할 때만 해도 7개 팀이 있었는데 현재는 정기적인 공연을 하는 팀만 15개가 넘고 날씨가 좋아지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요즘 걷고 싶은 거리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단지 버스킹의 장르만 바뀐 것이 아니다. 퍼포먼스팀 하람꾼과 댄스 버스킹팀 dob에서 활동을 하던 마카·지벨·묘하는 로드보이즈라는 아이돌로 데뷔했다. dob는 중국, 대만에서 팬미팅을 두 번씩 했고, 150~250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dob의 리더 박진 씨는 “중국에서는 버스킹을 하니 경찰이 와서 앰프를 꺼버리더라. 중국에는 버스킹 문화가 없어 신선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dob는 한국에 유학 온 중국인 팬이 메이파이(유튜브와 같은 중국의 동영상 어플리케이션)에 영상을 올려 인기태그 10위에 올랐고, 버스킹을 하는 동안 멤버 개인의 이름이 인기태그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순위가 그렇게 오른 경우는 처음”(박진)이라고 중국팬이 말해줬다 한다. dob는 앞으로 태국에서도 팬미팅을 할 예정이다. 또한 여성 댄스팀의 경우에는 아이돌 그룹처럼 특정 댄스팀의 한 멤버만 촬영하는 개인 ‘직캠’촬영 팬도 생겼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프로모션 없이, 거리에서의 반응이 예상치 못한 팬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퍼포먼스팀 하람꾼과 댄스 버스킹팀 dob에서 활동을 하던 마카·지벨·묘하는 로드보이즈라는 아이돌로 데뷔했다.

물론 버스킹을 하는 댄스팀들이 모두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10명 내외, 많으면 50~60명 규모로 홍대·신촌 등지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이들은 사비로 연습실을 잡고 앰프를 빌려 공연을 한다. 운영비는 행인들이 팁박스에 내는 돈으로 충당한다. 아이돌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댄서를 준비하거나 동아리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다만 그들이 공연을 통해 고정적으로 자신의 성장을 지켜봐 줄 팬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점은 같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팀페이지를 만들어 공연 날짜를 예고하고, 관객들이 최대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윙크를 하거나 미소를 짓는 등 팬을 만드는 데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 과정에서 꾸준히 고정 팬이 생기기도 하고, 몇몇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관심을 받는다. 한 댄스팀 단장 A의 말처럼 “요즘은 14~16세의 중학생들로 이뤄진 팀이 생길 정도”로 10대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또 다른 댄스팀의 B는 “두 번 기획사 명함을 받아 미팅을 가졌는데 잘되지는 않았다”고도 말했다. 연주하는 뮤지션들의 버스킹이 대중음악계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개성으로 어필한다면, 댄스 버스킹은 대중이 TV를 통해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춤과 음악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선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때론 dob처럼 만만치 않은 팬덤이 생기는 거리의 아이돌이 된다. 

최근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신인 아이돌이 종종 공연을 하는 것은 댄스 버스킹에서 아이돌이나 다름없는 팀들이 탄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열쇠다. 브레이브 걸스·EXID가 홍대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가 하면, 트와이스는 교복을 입고 홍대 거리에서 게릴라 홍보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은 대중과 만나고, 당시 찍힌 사진과 동영상은 SNS를 통해 쉴 새 없이 퍼진다. TV에 출연하는 것보다 적은 숫자에게 노출될 수는 있지만, 대신 대중과의 거리를 훨씬 좁힐 수 있다. 아이돌이 과거보다 대중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접근하려 하고, 대중은 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팀에게 반응한다.

아이돌 그룹 로드보이즈는 아예 버스킹을 스토리텔링 요소로 이용하고, DN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비비디바라는 공연만 하는 아이돌을 만들었다. 아이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그만큼 단단한 팬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지금, 대중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아이돌에게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됐다. 홍보할 방법이 많지 않은 소규모 회사 소속이라면 더욱 그렇다. 반면 댄스 버스킹 팀들은 SNS를 통해 거리 공연을 콘텐츠 삼아 조금씩 반응을 얻어 나간다. 버스킹을 하는 팀이나 대중 모두 언제 어디서나 서로 만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한국 음악 산업에서 가장 주류이고, 가장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아이돌 그룹이 거리로 나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그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팀 중 몇몇은 아이돌 같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홍대의 걷고 싶은 거리에서 댄스 버스킹을 하고, 팬은 그들의 ‘직캠’을 찍고, 다른 한켠에서는 이들을 배경으로 유튜버나 BJ 들이 방송을 하는 세상.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2016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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