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 아질리아, 성공한 래퍼에 관한 논란

2016.03.24
이기 아질리아는 가장 빠르게, 그리고 널리 성공한 여성 래퍼다. 2014년 자신의 싱글 ‘Fancy’,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한 ‘Problem’을 통해 빌보드 차트에 처음 등장한 노래 두 곡으로 1·2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이는 1964년 비틀즈의 미국 데뷔 이후 최초다. 동시에 그는 최근 힙합을 중심으로 흑인 문화와 그에 얽힌 사회적 문제에 관한 첨예한 논란의 주인공이다. ‘호주 출신의 여성 백인 래퍼’라는 존재 자체가 이목을 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음악 매체들이 ‘여성 래퍼’의 발굴에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니키 미나즈 정도를 제외하고 대중적인 영향력을 말할만한 여성 래퍼가 여전히 드문 상황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이기 아질리아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되지는 않았다. 

이른바 ‘진정성’ 논란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기 아질리아가 평상시에는 호주 악센트의 여성스러운 말투를 쓰다가 랩을 할 때만 미국 남부 갱스터가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더불어 직접 가사를 쓰지 않는다는 ‘대필’ 논란은,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상식을 벗어난 것처럼 여겨진다. 이것은 굳이 ‘리얼 힙합’의 문제를 벗어나 그저 창작의 문제 차원에서도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여기에 (하필이면) [포브스]의 악명 높은 칼럼 ‘호주 출신 금발, 백인 여성이 힙합을 이끈다’도 많은 이를 자극했을 것이다. (현재 이 칼럼의 제목은 ‘힙합계 예상 밖의 새로운 스타: 백인, 금발, 호주 출신 여성’으로 바뀌었다.) 이 모든 상황대해 다수의 흑인 음악가들이 비판을 제기한 것은 뻔한 일이다.

니키 미나즈가 2014년 BET시상식에서 ‘여성 힙합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하며 남긴 “니키 미나즈의 랩을 들을 때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그걸 니키 미나즈가 직접 썼다는 겁니다”라는 소감은 자신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이기 아질리아에 대한 것이다. 2015년 Soul Train 시상식에서 에리카 바두는 이기 아질리아와 통화를 한다는 설정 하에 “네가 하는 건 확실히 랩이 아니야”라는 발언으로 현장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이기 아질리아와 견원지간이었던 아젤리아 뱅크스는 경찰이 흑인 남성 에릭 가너를 사살한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폭발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는 한 마디도 안 하지. 흑인 문화는 멋지지만 흑인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비판은 백인이 흑인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진정성, 혹은 그 음악적 수준 자체를 의심하거나 심지어 성공을 질투하는 것처럼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로빈 시크의 소울이나 맥클모어의 랩이 그 장르성 자체를 부정당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자신도 가끔 공격 대상이 되는 맥클모어도 ‘White Privilege’에서 마일리 사이러스와 이기 아질리아를 직접 언급하며 가짜라고 비판한다. 때때로 랙원이나 큐팁 같은 대선배들은 오히려 그의 출신 자체를 문제 삼지 말라거나, 흑인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역사와 배경을 알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잖은 충고를 했지만, 결국 사람들이 느끼는 바는 비슷한 것 같다. 역사적으로는 그가 흑인음악을 착취한 가장 최근 사례라는 것이다. 다만 음악적으로 이기 아질리아가 래퍼라기보다 래퍼를 연기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따르면 여러 대중문화 코드를 차용하는 뮤직비디오에서 그녀의 연기는 마치 화보 촬영장의 모델이 랩을 한다는 콘셉트의 포즈를 잡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든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이기 아질리아는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리고 첫 싱글 ‘Team’이 얼마 전 공개 되었다. 그리고 이 노래는 댄스 비트와 랩의 결합이라는 최근의 경향 안에서 아주 괜찮은 결과물이다. 심지어 댄스버전 뮤직비디오는 최근 춤이라는 콘텐츠와 결합했던 뮤직비디오 작업 중 가장 인상적이다.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널리 알렸던 2013년의 ‘Work’ 이후 가장 뛰어난 싱글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것이 ‘힙합이든 랩이든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태도가 낳은 음악적 결과라면, 그리고 그것이 앨범 단위로 확인 가능하다면, 우리는 좀 더 열린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기억이 맞다면, ‘Work’ 무렵에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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